내용요약 '청약통장 무용론'과 함께 '묻지마 청약' 다시 솔솔
국토부, 거주지·주택 수 등 요건 강화할 듯
서울 시내의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서울 시내의 아파트 밀집지역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집값 상승세와 맞물려 이른바 '로또 청약'으로 불리는 무순위 청약에 수백만명의 수요자가 몰리며 과열 양상을 보이자 정부가 제도 개편을 검토하기로 했다. 집값 하락을 막기 위해 무순위 청약 문턱을 급격히 낮춘 것이 '청약 광풍'으로 이어졌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빠른 수습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무순위 청약 제도는 미계약이나 미분양으로 나온 잔여 물량에 대해 무작위 추첨 방식으로 청약을 다시 받는 제도다.

앞서 정부는 지난 2021년 5월 해당 지역에 거주하는 무주택자로 무순위 청약 자격을 제한했다. 하지만 이후 부동산 시장이 둔화하자 미분양 우려가 커졌고 지난해 2월28일부터 민영 아파트 무순위 청약 요건이 크게 완화됐다.

현재 청약 통장이 없는 유주택자와 수요자의 거주 지역, 주택 수 관계 없이 누구나 무순위 청약 신청이 가능하다.

문제는 최근 집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무순위 청약이 '로또'로 불리며 연일 최고 경쟁률을 경신하고 있다는 점이다. 고금리, 고물가와 함께 분양가도 급등하며 청약 경쟁률이 치솟자 청약통장을 해지하는 '청약통장 무용론'이 확산하고 있는 것과는 또다른 대비되는 현상이다.

지난달 경기 화성시 동탄역 롯데캐슬 무순위 청약 접수기간에는 전용면적 84㎡ 1가구 모집에 무려 294만4780명의 신청자가 몰리며 한국부동산원 청약홈 홈페이지가 마비되기도 했다. 당첨될 경우 1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거둘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다주택자까지 청약을 할 수 있게 문턱이 낮아진 상황에서 올해 상반기부터 서울 주택 가격까지 오름세를 보이자, 청약에 대한 정확한 정보나 판단 없이 이뤄지는 이른바 '묻지마 청약' 현상도 다시 등장했다.

공사비 급증과 고금리 장기화, 치솟는 서울 아파트 가격에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퍼진 영향이다.

올해 남은 기간에도 서초구 디에이치 방배, 강남구 청담 르엘, 송파구 잠실래미안아이파크 등 분양가 상한제 단지들이 순차적으로 분양될 예정으로 예비 청약자들의 관심이 크다.

업계는 무분별한 무순위 청약이 부동산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가 올해 4월 발표한 '알고보면 복잡한 무순위 청약 제도' 보고서에서 "무순위 청약은 일반 청약에 비해 완화된 자격 기준이 적용되면서 공급 세대수에 비해 과도하게 많은 청약자가 발생함에 따라 실수요자를 위해 거주 자격, 보유 주택수 등 최소한의 자격 기준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다회차 입주자 모집 공고를 하는 단지의 경우 자격 기준을 단계적으로 완화하는 방안이 필요하며, 무분별한 청약 방지를 위한 추가적인 조치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면서 "재당첨 제한 규정이 주로 규제 지역에만 적용됨에 따라 비규제 지역의 경우 청약 당첨 후 계약 포기와 같은 불필요한 과정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강조했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25일 "현행 무순위 청약 제도를 그대로 유지하는 게 맞는지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제도 개편이 필요한 지 여부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민간분양의 무순위 청약 요건을 강화할 전망이 크단 의견이다. 특히 주택 수나 거주 요건을 조정할 것으로 보인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신청자가 많이 나오는 건 주택 공급자 입장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무분별한 청약으로 실제 계약을 하는 세대수가 적을 경우 입주자 모집 공고가 반복되면서 불필요한 업무 및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며 "자금사정 등으로 계약이 불가하거나 청약연습 등을 목적으로 하는 청약신청을 자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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