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비용 가스가격과 비연동화..."기업 경영에 상당한 영향"
2028년 탄소 배출권 가격 130유로까지 끌어올릴 잠재력 있어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EU(유럽연합)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는 전망이 나왔다.
블룸버그통신은 6일(현지시간) 골드만삭스를 인용해 “EU의 탄소배출권 시장이 티핑 포인트에 다다를 것”이라며 “현재 가스 가격과 탄소가격이 연동돼 움직이던 과거 상황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켈 델라 비그나 골드만삭스 유럽·중동·아프리카(EMEA) 지역 천연자원 연구원은 “EU의 가스 가격은 일반적으로 탄소배출권 가격과 연동돼 움직였지만 앞으로는 지속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하며 “탄소배출 비용이 가스 가격과 독립적으로 움직이면 기업들의 에너지 사용과 투자 결정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액화천연가스(LNG)가 EU의 녹색 분류 체계 승인을 받으면서 가스 공급이 급증하는 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골드만삭스는 인프라 투자가 향후 5년 동안 글로벌 LNG 공급을 50% 증가시켜 가스 가격이 절반으로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비그나 연구원은 “가스 가격이 50% 하락할 경우 탄소 가격이 높아도 에너지 인플레이션이 발생하지 않고 소비자나 산업에 타격이 없을 것”이라며 “오히려 높은 탄소 가격으로 인해 전력 가격이 너무 내려가 경제적으로 재생에너지 개발이 더 쉬워지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EU의 가스 가격과 탄소 가격이 새로운 역학 관계로 나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고 분석하며, 이는 에너지 시장의 변화가 EU의 탄소 시장에 미칠 수 있는 영향을 잘 설명한다고 바라봤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그동안 EU에서는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새로운 에너지 투자가 집중돼 왔다. EU는 에너지 공급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여 재생에너지 생산을 크게 늘려왔다.
전문가들은 EU 배출권거래제(ETS)의 탄소배출권 가격이 2028년 t당 130유로(19만원)까지 오를 잠재력이 갖고 있다고 전망한다.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올해 평균 탄소 배출권 가격은 t당 약 66유로(약 9만원) 수준이다.
EU의 탄소 시장은 2050년 중반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는 목표에 따라 향후 수십 년간 크게 축소될 것으로 보인다. 블룸버그NEF 분석가들은 EU의 탄소 가격이 2030년까지 약 150유로(22만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후안 창 블룸버그NEF 분석가는 “공급 감소 외에도, 배출 감축 옵션에서 배출권 가격이 더 비싼 산업들의 배출 제거에 대한 의무 준수 요구가 증가하면서 가격이 상승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자발적탄소시장 무결성위원회(ICVCM)는 6일(현지시간) 8개의 재생에너지 발전 방법론이 추가성(Additionality)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방법론들은 시장의 32%를 차지하는 약 2억3600만개의 미사용 탄소 배출권을 포함하고 있다.
추가성이란 해당 프로젝트가 탄소 배출권 판매 수익 없이 진행되기 어려웠는지 측정하는 기준이다. 만약 프로젝트가 탄소 배출권 판매와 무관하게 진행됐을 경우, 그 프로젝트는 실제로 배출량 감축에 기여했다는 주장은 설득력을 잃게 된다.
에이미 메릴(Amy Merrill) ICVCM CEO는 “세계에는 여전히 재생에너지 보급에 대한 장벽이 있어 추가성을 가진 프로젝트가 많다”고 지적했다.
비영리단체 에코시스템즈 마켓플레이스(Ecosystems Marketplace)가 5월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작년 재생에너지 상쇄 배출권의 가격은 69% 하락해 평균 t당 3.88달러(약 5300원)를 기록했다.
분석가들은 핵심탄소원칙 표준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올해 재생에너지 상쇄 배출권 가격이 더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에 대해 메릴 CEO는 “우리는 가격에 대해 추측하지 않지만 모든 것이 통과될 것이라 기대하지 않는다고 일관되게 말해 왔다”며 “시장에 청렴성 기준을 계속 도입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신연수 기자 yshi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