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韓 AI 순위 지난해 6위로 하락...선두국가들 규제 명분으로 AI산업 진흥
AI 국가전략 채택하고 지원 늘렸지만 간접 지원·인프라 외면 평가 들어
하정우 네이버 센터장, 규제의 장점 가져가면서 AI 진흥 꾀하는 법 마련 촉구
한국이 주최한 AI 서울 정상회의. 국제 경쟁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 대통령실
한국이 주최한 AI 서울 정상회의. 국제 경쟁에 유리한 입지를 구축할 수 있는 기회지만, 이날 회의는 이례적으로 화상으로 진행됐다. / 대통령실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인공지능(AI) 개발을 둘러싼 글로벌 각축전은 미국의 독주와 중국의 추격, 영국·캐나다·이스라엘 같은 다양한 국가의 경쟁으로 이뤄져 있다. 한국은 네이버 '하이퍼클로바' 등에 기대 AI 주권을 찾고자 하지만 사실 하이퍼클로바는 B2C(기업과 일반 소비자간 거래) 시장에서 거의 먹혀들지 않고있다. 이제 글로벌은 AI법과 같은 규제까지 선점하고 있는데, 한국은 글로벌AI지수가 점점 떨어지더니 지난해 6위까지 내려섰다.

국내 유일 초거대 생성형 AI를 만든 네이버는 정부의 투자와 자국 산업을 보호하는 AI법률 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하정우 네이버 AI이노베이션 센터장은 6월 AI 포럼에 참여해 "한국은 AI 시장에서 상당히 앞서 있었고 얼마 전까진 세계 시장서 AI 3위 국가였는데 지금은 모르겠다"고 밝혔다. 또 지난해 11월은 "영국은 브릿GPT 구축에 나섰고, 일본 소프트뱅크도 정부 보조금 550억원을 투입해 초거대AI 자체 기술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한국어 기반 생성형 AI 주권을 확보하기 위한 정부의 투자와 협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이 AI 관련 투자에 소홀한 것은 아니다. 되레 올해 들어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정부는 2022년 10월 수립한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에서 12대 국가전략기술 중 하나로 AI를 채택한 이후 '디지털로 일하는 정부' 전략을 내놓고 디지털플랫폼정부를 출범시켰다. 또 올해에만 국가전략기술 육성방안의 하위정책으로 '초거대 AI 경쟁력 강화 방안' 'AI-반도체 이니셔티브', 'AI 정책금융 프로그램' 'AI 자율제조 얼라이언스' 등을 발표하며 국내 AI 산업의 성장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의 정책들이 직접 지원보다는 간접 지원 형태이며, AI 인프라 구축이나 개발보다는 활용에 방점이 찍혔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기업이 AI 사업에 쉽게 도전하기 힘들어 하는 이유는 컴퓨팅 인프라 구축 작업이 지나치게 고비용이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AI 훈련에 도움이 되는 엔비디아의 GPU를 대량 구입해 데이터센터 설립에 열을 올리고 있다. 업계는 정부가 내년도 AI 투자금을 1조1000억원으로 올해(8000억원) 대비 35.5% 증가시킨 것에도 아쉬움을 토로한다. 캐나다의 2조4000억원 규모보다도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최근 기업은 할루시네이션, 저작권, 딥페이크 부작용 등을 낳는 AI의 특성상 가드레일을 쳐주는 법안의 제정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 하정우 센터장은 AI 진흥을 위한 법안을 따로 만들어 빠르게 추진할 것을 제안했다.

하정우 센터장은 주요국들의 AI 규제 법안이 실제로는 진흥법이라며 "현재 글로벌 AI 경쟁은 안전이라는 간판을 달고 일어나고 있다. 안전하게 만들어야 같이 잘 살 수 있다는 명분으로 활용 중이다. 그리고 그 명분 싸움은 각 나라의 AI 안전 연구소들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원에서 발표한 AI 지원 로드맵이나 EU의 AI법이 사실상 자국 AI 모델만 허용해 타국 AI 모델들이 진출할 수 없도록 견제한다는 뜻이다. 

고환경 AI전략최고위협의회 법제 분과장도 "법제적인 측면에서의 예측 가능성이 담보돼야 투자 방향이 결정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서는 지금 국회에 계류돼있는 AI 기본법이 조속히 제정될 필요가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현재 국내는 22대 국회에서 발의된 6건의 AI 관련 법안이 논의 중에 멈춰 있는 등 진전이 없는 상태다. 이 법들의 기조가 '우선 허용, 사후 규제 원칙'을 적시하며 제재보다는 국제 시장을 겨냥한 산업 육성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한 대목이다. 6월 폐기된 AI산업법은 '대체로 투자 불확실성 제거'와 같은 기업의 주장을 담고 있기도 했다. 

기업의 부담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처마다 경쟁적으로 쏟아내는 AI 제도에 대한 통일성도 필요하다. 주요 부처가 AI 규제 법안을 경쟁적으로 쏟아내고 있는데 규제가 얼기설기 짜집기로 마련되면 국내 기업들이 부담해야 할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때문이다.

남철기 과기정통부 AI정책 과장은 “AI기본법이 제정되지 않다보니 산업부, 방통위, 문체부 등 각 정부 부처에서 AI입법 경쟁을 벌이고 있다”며 “개별적으로 AI법이 우후죽순으로 생긴다면 과거 ‘개망신법’이라는 비판을 받았던 데이터3법(개인정보 보호법, 정보통신망법, 신용 정보법)처럼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기업도 힘을 내야 한다. 글로벌 AI를 주도하는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투자 규모가 조 단위를 가볍게 넘는 반면 네이버의 지난해 시설투자 비용은 6923억원에 불과하다. 2022년(7562억원)보다 8.5% 감소한 수치다.

박정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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