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자영업자 전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채액, '역대 최대' 11조 육박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경제 주체이자 은행권 핵심 고객인 자영업자가 역대급 연체의 늪에 허덕이며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경제 주체이자 은행권 핵심 고객인 자영업자가 역대급 연체의 늪에 허덕이며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성노 기자] 우리 사회의 중요한 경제 주체이자 은행권 핵심 고객인 자영업자가 역대급 연체의 늪에 허덕이며 벼랑 끝에 몰리고 있다. 

경기 침체와 고금리 기조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매출부진 장기화로 인한 연체액과 연체율이 역대급 수치를 보이고 있고, 빚을 못 갚는 소상공인 급증하면서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대위변제액은 1조원을 돌파했다. 

국회 강민국 의원실에서 금융감독에 자료요청을 통해 받은 답변자료인 '국내 기업대출 현황'을 살펴보면, 2024년 4월 현재 기업대출 규모는 1344조 8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개인사업자 대출 규모는 기업대출 전체의 33.7% 수준인 453조 1000억원(433만 100건)으로 중소법인(606조 4000억원·45.1%·118만 7800건)보다 작았으며 대기업(285조 3000억원·21.2%·3만 3400건)보다 컸다. 

문제는 연체규모가 급증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양부남 의원에게 제출한 '분기별 자영업자·가계대출자 대출 현황'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자영업자의 전체 금융권 사업자대출 연체액(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은 모두 10조 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지난 2009년 이후 가장 큰 연체 규모 기록일 뿐 아니라, 2023년 4분기(8조 4000억원)와 비교해 불과 3개월 만에 2조 4000억원이나 불어났다. 

강민국 의원실의 자료에 따르면, 올해 4월 말 기준 개인사업자 연체액은 2조 8000억원으로 2023년 4월 말(1조 8000억원)과 비교해 무려 53.6% 급증했다. 

특히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가계대출 연체율보다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취약차주에서 뚜렷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자영업자대출 연체율과 가계대출 연체율 모두 2022년 하반기 이후 오름세를 지속하고 있다. 가계대출 연체율은 2022년 2분기 0.56%에서 2024년 1분기에는 0.98%로 상승한 가운데 동기간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은 0.50%에서 1.52%로 약 3배 수준으로 높아졌다. 

특히, 전체 차주 중 상황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한 취약차주의 연체율이 가파르게 올랐다. 2024년 1분기말 자영업자 취약차주의 연체율은 10.21%로 가계 취약차주의 연체율(9.97%)을 상회했다. 

취약차주 수 비중(전체 차주 수 대비)도 가계보다는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했다. 2024년 1분기말 현재 가계 및 자영업자 취약차주 수 비중은 각각 6.4%, 12.7%로, 2022년 2분기말 대비 자영업자 취약차주 수 비중의 상승폭(+2.0%p)이 가계(+0.1%p)에 비해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이번 금리상승기의 경우 대출금리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컸던 데다 서비스업 경기 또한 2022년 하반기 이후 위축됨에 따라 자영업자의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저하되면서 개인사업자대출 연체율이 크게 상승했던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이에 올해 대위변제액도 1조원을 돌파했다. 

1~5월 지역신보 대위변제액은 1조 29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74.1% 급증했다. 대위변제는 제3자 또는 이해관계자가 채무자 대신 채무를 갚고 채무자에 대한 채권자의 채권을 갖는 것을 말한다. 쉽게 말해, 소상공인이 은행에서 대출받을 수 있도록 보증해준 지역신용보증재단이 은행에 대신 대출을 갚아주는 것이다. 대위변제액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경제적으로 힘든 소상공인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국신용데이터의 '1분기 소상공인 경영지표'를 보면, 소상공인 평균 매출은 4317만원으로 지난해 동기보다 7.7% 줄었고, 영업이익은 915만원으로 무려 23.2% 감소했다.

문제는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은 '금융안정보고서'를 통해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가계대출 연체율에 비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으며, 이번 금리상승기의 경우 과거 상승기와 달리 큰 폭의 대출금리 상승과 서비스업 경기 악화 등이 맞물리면서 자영업자대출 연체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이어서 "현재로서는 상환능력이 상대적으로 부족하여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은 취약차주의 비중이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상승하고 있으며, 특히 2022년 하반기 이후 신규로 연체에 진입한 차주가 가파르게 증가한 가운데 이들이 연체상태를 상당 기간 지속하고 있는 만큼, 당분간 자영업자를 중심으로 연체율 상승압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자영업자에 대한 실질적인 금융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국은행은 "금융당국은 자영업자의 연체규모가 빠르게 늘어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 매출부진 장기화 등으로 채무상환능력이 크게 떨어졌거나 회생가능성이 없는 자영업자에 대해서는 새출발기금 등을 통한 채무재조정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금융당국은 가계 및 자영업자 차주의 소득 및 이자상환부담 등 재무건전성 변화가 금융기관에 미치는영향에 대한 모니터링 또한 강화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양부남 의원은 “고물가·고금리에다 내수부진까지 지속되며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연쇄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다”며 “관행적인 지원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를 진작하고 소상공인과 자영업자의 부채 상환 기간을 연장하는 등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했다.

이에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최근 고금리 장기화 등에 따른 비용부담, 내수회복 지연과 함께 코로나 대응 과정에서 늘어난 채무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영업·재기를 돕기 위한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내놓았다. 

먼저, 8월부터 경영애로를 겪고 있는 소상공인의 정책자금 상환연장 대상을 대폭 확대하고, 연장기간도 최대 5년까지 확대한다. 지역신용보증재단의 보증부 대출을 이용하는 소상공인이 상환기간을 최대 5년까지 연장할 수 있도록 5조원 규모의 전환보증을 신설하고, 은행‧비은행권의 고금리 대출(7% 이상)을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저금리 대출(4.5% 고정금리, 10년 분할상환)로 전환하는 프로그램의 요건도 대폭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배달료‧임대료‧전기료 등 고정비용 부담 완화를 위한 지원을 확대한다. 배달 플랫폼 사업자, 외식업계 등 폭넓은 이해관계자로 구성된 협의체를 가동해 연내 상생협력 방안을 조속히 마련하고, 음식점 등, 영세 소상공인의 경영 부담 완화를 위해 2025년부터 배달료 지원을 추진한다. 

또한, 소상공인에게 임차료를 인하한 임대인에 대해 지원하는 ‘착한임대인 세액공제’는 2025년말까지 연장하고, 소상공인 전기료 지원(20만원) 대상을 7월부터 연매출 6000만원 이하로 확대(기존 3000만원 이하)해 최대 50만명에게 추가로 전기료를 지원한다.

소상공인은 정부의 금융지원 대책을 반기고 있다. 

소상공인협회는 "소상공인은 엔데믹 후에도 경기 침체와 소비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경영 여건 개선이 요원한 상태에 처해있다"며 "매출 하락과 각종 비용 증가에 따른 수익 저하가 장기화되면서, 최근에는 대출 연체율 급상승, 폐업률 증가, 노란우산공제 해약 속출 등 여러 지표가 소상공인이 한계에 내몰려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소상공인·자영업자 종합대책을 환영하며, 이번 종합대책이 경영위기에 빠진 소상공인의 과중한 부담을 조금이나마 덜어주는 결과로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이성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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