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2021년 채택된 IMO의 북극 연안 중유 사용 금지 조치 발효
다양한 예외 조항으로 인해 2029년까지 업계 미치는 영향 미미
“북극 환경 파괴 막기 위한 강력한 조치 시급”
국제해사기구(IMO)의 북국항로 중유 사용 금지 조치가 1일(현지시간) 자로 발효됐지만,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2029년까지 적용되는 예외 조항 등으로 허점이 많아 중유 사용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연합뉴스
국제해사기구(IMO)의 북국항로 중유 사용 금지 조치가 1일(현지시간) 자로 발효됐지만,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2029년까지 적용되는 예외 조항 등으로 허점이 많아 중유 사용이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7월 1일부터 북극해에서 선박용 중유(HFO)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국제기구의 조치가 발효됐음에도 허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왔다.  보다 강력한 규제가 나오지 않는 다면 얼음이 없는 북극을 볼 수 있다는 경고다. 

1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BBC 등 주요 외신에 따르면 20개 비영리단체 연합인 클린북극동맹(Clean Arctic Alliance)은 국제해사기구(IMO)의 북극해 중유(HFO) 사용 금지 조치에 허점이 많고 탄소 감축을 다루고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IMO는 지난 2021년 HFO 유출로 인해 환경 파괴를 방지하기 위해 HFO 사용 금지 조치를 채택했다. 남극에서는 2011년 이미 HFO 사용 및 운송이 금지됐지만, 북극 연안에 적용되는 조치는 1일(현지시간) 자로 시행됐다.

HFO는 점성이 높고 오염이 심한 연료유로 전 세계 선박 연료의 약 80%를 차지한다. 또 HFO가 바다로 유출되면 방제가 거의 불가능하다.

전문가들은 “수온이 낮을수록 연료가 분해되지 않고 덩어리로 가라앉으면서 퇴적물에 남아 생태계를 위협한다”고 설명했다. 즉 바다코끼리, 북극곰 등 동물을 위험에 빠뜨리고, 바다 생물을 질식시켜 생태계를 파괴하며, 장기적인 퇴적물 오염을 일으킬 수 있다.

또한 중유가 연소되면서 배출되는 검은 탄소(블랙 카본, Black Carbon)가 북극 빙하 해빙 속도를 높이고 있다.

클린북극동맹 시안 프라이어 수석 고문은 ”대기 중에 있는 동안 열을 끌어드리는 블랙 카본이 해빙 속도를 높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로 인해 북극의 본질이 변하면서, 더 많은 운송 경로가 열렸고, 배출 위험이 급증해 지구온난화가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주장이다.

클린북극동맹에 따르면 2015~2019년 블랙 카본 배출량이 85% 증가했다. 이 단체는 “IMO의 조치가 시행돼도 블랙 카본 배출량은 5%만 줄어들 것”으로 예측했다.

따라서 환경단체와 환경운동가들은 IMO의 이번 조치를 환영하면서도 허점이 많아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보호 연료 탱크’를 갖춘 선박은 조치 적용이 면제되고, 북극 연안에 근접한 5개 국가는 지리적 특성으로 인한 면책권을 발행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캐나다 교통부는 로이터통신에 “북극 지역에 식량과 연료를 공급하는 자국 선박에 대해 2026년 7월 1일까지 중유 사용 금지 조치를 적용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클린북극동맹의 앤드류 덤브릴은 캐나다 정부가 IMO의 조치를 즉각 도입해야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관련 업체들은 스스로 조치를 도입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이를 따를 수밖에 없도록 캐나다 정부가 규제 프레임워크를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북극해에서 800척 이상의 선박을 운항하고 있지만, 조치를 언제 시행할지 불분명하다. 로이터통신이 러시아 교통부와 접촉을 시도했지만, 응답하지 않았고, 러시아 국영 해운그룹 소브콤플로트는 “국제 및 국내 해양 당국의 결정에 따를 것”이라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놨다.

미국과 덴마크 역시 외신의 논평 요청에 답하지 않았다.

이 같은 예외 사항은 2029년까지 지속될 예정이며, 그 영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제청정운송협의회(ICCTC, International Council on Clean Transportation)는 “IMO의 조치로 북극해 지역의 HFO 사용량 감소는 16%에 불과할 것”으로 추정하면서 “이는 HFO를 사용하는 선박 약 74%가 이 연료를 계속 사용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도 북극에서 석유 채굴이 증가하면 해역에서 사용되는 HFO양이 오히려 증가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에레나 트레이시 박사는 “러시아와 인접한 북극해 특정 지역에서 더 많은 석유와 가스 채굴 프로젝트가 진행될 것”이라며 “이 지역에서 천연가스(LNG) 운반선 사용이 증가하면 HFO 사용량도 같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가들은 “바이오중유 등 대체 연료 사용을 늘려야 한다”며 업계가 이 조치를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노르웨이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노르웨이 정부는 스발바르 제도 주변에서 HFO 사용에 대한 강력한 금지 조치를 이미 시행 중이다. 최근 아일랜드 소속 선박이 해당 지역에서 HFO를 사용한 혐의로 기소돼 100만 노르웨이 크로네(약 1억3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환경단체와 운동가들은 북극에는 시간적 여유가 없기 때문에 노르웨이 정부 조치 같은 행동이 당장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프라이어 수석 고문은 “과학자들은 2030년 최초로 얼음이 없는 북극을 볼 가능성이 높다고 경고한다”며 “각국 정부는 해운업계가 블랙 카본 배출량과 HFO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조치를 도입해 북극 환경 파괴를 막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북극을 운항하는 선박 전체가 중유에서 더 깨끗한 증류 연료로 전환하면 블랙 카본 배출을 44% 감축할 수 있고, 모든 선박에 그을음을 포집하는 매연저감장치를 장착하면 추가로 90%까지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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