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현대자동차 주가가 지난 18일 52주 신고가를 경신하며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 인도법인이 인도 증권시장 상장에 돌입했다는 소식에 치솟은 주가가 30만원 돌파를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에 업계에서는 연이은 호재에도 정체기에 머물렀던 주가가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인도법인 기업공개(IPO), 글로벌 판매 확대,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폭탄 등 대내외적 요인으로 상승세를 이어갈 것으로 예측됐다.
현대차 주가 상승의 물꼬를 튼 것은 현대차 인도법인의 인도 증권시장 상장 소식이다. 인도법인의 IPO 소식에 외국인 투자자들은 지난 10일부터 18일까지 7거래일 연속으로 주식을 쓸어담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 17일 인도법인의 상장을 위해 인도증권거래위원회(SEBI)에 IPO 관련 예비서류인 DRHP를 제출했다고 공시했다. 다만 최종 상장 여부는 시장 상황이나 사전 수요 예측 결과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밝혔다.
현대차의 공시에 앞서 로이터 통신은 현대차가 제출한 초안 투자설명서에는 기업공개 가격이나 회사 가치 평가에 대한 세부 정보가 나와있지 않지만, 소식통들은 현대차가 인도법인의 IPO 규모 목표를 약 25억~30억 달러에 두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를 토대로 국내 금융투자업계에서는 현대차가 유입된 현금을 인도와 미래차 투자 및 특별 주주 환원 정책에 사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실제로 정의선 회장은 지난해 8월에 이어 올해 4월에 인도를 방문해 인도의 전략적 중요성을 강조하며 투자 계획을 밝혔다. 인도 자동차 시장 규모는 500만대로 중국, 미국에 이어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전체 자동차 판매량의 30%로 확대하기 위해 투자 규모에 따라 전기차 관세를 100%에서 15%까지 대폭 인하하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현대차는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에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적용해 20만대 이상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첸나이 공장 생산 규모 82만4000대와 합산하면 내년 하반기에는 100만대 이상을 생산할 수 있는 생산 체제를 구축하게 된다. 또 올해부터 첸나이 공장에서 SUV 전기차 양산을 시작해 2030년까지 전기차 5개 모델을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인도 시장의 특성을 고려해 현지 배터리 전문기업 엑사이드 에너지와 업무협약을 체결한 점도 눈에 띈다. 가격 경쟁력이 중요한 시장에서 배터리 현지화로 원가를 절감하기 위한 전략이다. 현대차는 지난 2004년 인도 판매 5년 만에 50만대를 돌파하며 인도 자동차산업 역사상 최단 기간내 50만대를 돌파하는 기록을 세웠고, 2007년 100만대에 이어 2017년 500만대를 돌파했다. 또 지난해까지 누적 판매 824만대를 기록하며, 인도 판매 1위 기업인 마루티 스즈키를 맹추격하고 있다.
정의선 회장은 인도 방문 당시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등으로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인도를 글로벌 수출 허브로 육성해 나갈 것”이라며 “인도 시장에 특화된 전기차 개발과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통해서 전동화에 적극적인 역할을 수행하겠다”고 말했다.
또한 현대차의 글로벌 판매 증가 역시 주목받고 있다. 현대차는 지난달 해외 시장에서 전년 동월보다 4.7% 증가한 29만4023대를 판매했다. 미국에서 전년 동기보다 11.6% 증가한 8만4402대를 판매하며 5월 기준 역대 최고 판매를 기록했다. 친환경차는 전년 동기보다 46.5% 증가한 2만425대로 사상 처음으로 월간 판매 2만대를 돌파했다. 특히 고부가가치 차종으로 꼽히는 하이브리드차가 전년 동월 보다 47.3% 증가한 1만3245대 판매돼 사상 최다 판매를 달성했다.
이에 더해 미국과 EU에서 중국 전기차 견제를 위한 정책을 펼치면서 현대차가 최대 수혜 기업 중 하나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EU는 중국산 전기차에 상계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하면서 중국 자동차 업체는 최대 48.1%의 관세 부담을 안게 됐다. 이에 따라 현대차는 중국 전기차가 유럽에서 생산될 때까지 2~3년간 대응할 여유가 생겼다는 분석이다.
또 도요타의 인증 조작 문제가 글로벌 국가로 확산되면 현대차가 반사 이익을 볼 가능성도 거론됐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리포트에서 일본의 인증절차는 UN의 인증절차를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유럽, 한국 등 62개 국가에서 동일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요타 출고 중단이 유럽 등에서 이뤄지면 현대차가 이익을 볼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현대차 주주들 사이에서는 드디어 정체기에서 벗어났다는 반응과 함께 ‘현대차 호재 정리’라는 글이 떠돌고 있다. △ 인도 IPO △ 수소 인프라 확장 △ 보스톤 다이내믹스의 로봇 사업 △ 전기차 캐즘에 따른 하이브리드 차량 판매 급증 △ 미국 전기차 점유율 상승 △ 자사주 소각 및 매입과 배당 증가 기대감 △ 도요타 품질 이슈로 인한 영향 △ 미국과 EU의 중국 생산 차량 관세 확대 △ 전고체 배터리 개발 △ 교체형 배터리 개발 △ 초고속 충전기 개발 △ 환율 상승으로 인한 영업이익 증가 △ 금리인하로 인한 판매증가로 인한 수혜 등 총 13가지 호재로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을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아울러 금융투자업계는 오는 7월과 8월 중으로 특별 배당이 있을 것이라는 예측을 조심스럽게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 임은영 연구원은 리서치 보고서에서 “현대차 자사주 매입은 일일 거래량의 4~5% 수준으로 예상한다”며 “7~8월에 발표되는 현대차의 주주 환원 정책과 별도로 진행하면서 오는 2025년 상반기까지 자사주 매입이 이어질 전망”이라고 전했다.
이어 “향후 3년간 현대차의 총 주주 환원율을 30~33% 수준으로 추정한다”며 “매해 1조원 내외의 자사주 매입 및 소각을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