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 '대북전단' 제지하지 않는다...입장 고수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우리나라 정부가 9일 북한의 3차 오물풍선 살포에 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했다. 북한은 잇따라 오물풍선을 보내는 이유를 우리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 때문이라고 밝혔다.
북한은 대북단체의 전단 살포와 확성기 가동이 계속되면 새로운 방식의 대응을 할 것이라 위협해 당분간 남북 간 갈등이 확대될 가능성이 커졌다.
북한은 지난 8일부터 9일까지 오물 풍선 330여 개를 남쪽으로 날려 보냈다. 식별된 오물풍선 중 우리 지역에 떨어진 오물풍선은 80여개로 집계됐다. 안에 든 건 종이 쓰레기나 비닐 등으로 당장 안전에 위협되는 수준은 아니지만, 생화학 무기 등 다른 치명적인 무기가 들어있을 경우 큰 피해가 예상된다.
이번 사태의 발단은 한 탈북민단체가 지난달 10일 북한에 30만장의 대북전단 등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이에 대해 북한은 같은 달 28일 밤부터 휴지쓰레기 15t을 각종 기구 3500여개에 담아 남으로 날려 보냈고, 지난 4일 우리는 9·19 군사합의에 대해 '전체 효력 정지'를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바 있다.
우리 군 당국은 지난 주 대북 확성기 방송을 가동하는 부대 훈련, 일명 '자유의 메아리' 훈련을 진행했다. 9일 대통령실은 북한이 또다시 오물풍선을 날리자 이날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의를 열고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대북확성기 방송재개는 2018년 남북정상의 확성기 중단 합의 이후 6년만이다. 고출력 스피커를 이용한 대북 확성기 방송은 장비와 시간대에 따라 청취 거리가 10∼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통령실은 "오물풍선의 내용물이 치명적이지 않더라도 국민들에게 미치는 심리적 타격이 있을 수 있어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방송은 "북한 동포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진실과 희망의 소리를 전하는 자유의 방송을 지금부터 시작하겠습니다"라는 아나운서의 멘트로 시작해 9·19 군사합의 효력정지와 확성기방송의 재개이유, 북한의 핵개발과 북·러 군사협력을 비판한 국제원자력기구(IAEA) 이사회 소식, 삼성전자 휴대폰 등 대한민국의 발전상, 애국가, 한반도 날씨와 북한 장 마당 물가 등의 소식을 전한다.
북한이 우리 군의 심리전에 오물풍선과 대남 확성기 가동 수준에서 맞대응을 이어나갈 수 있지만 긴장 국면의 조성 속에 그 이상의 대응도 배제할 수 없는 것으로 보인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발표한 담화에서 "만약 한국이 국경 너머로 삐라 살포 행위와 확성기 방송 도발을 병행해 나선다면 의심할 바 없이 새로운 우리의 대응을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우리의 대응 행동은 9일 중으로 종료될 계획이었지만 상황은 달라졌다"며 "특히 남측이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는 '적반하장'의 행태를 함으로써 새로운 위기를 초래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통일부는 10일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와 관련한 북한의 추가 도발 가능성에 대해 "우리의 정당한 대응을 도발의 명분으로 삼는 오판을 하지 않아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구병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북한이 우리 국민의 불안과 사회 혼란을 야기하려는 어떠한 시도도 용납할 수 없다"며 "그동안 북한의 오물풍선 등 일련의 도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들을 취해 나갈 것이라는 입장을 분명히 밝힌 바 있다. 새로운 대응에 대해 북한이 언급한 데 대해 별도로 예단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영국 주재 북한 대사관 공사 재직 중 탈북한 태영호 전 국민의힘 의원은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북한은 결심하면 실행에 옮긴다는 새로운 공포 전술로 (우리 국민을) 시험하고 있다"며 "어떤 북한의 경고와 협박, 공갈에도 굴복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북한이 서해 연평도를 포격하면서 한국이 반격할 경우 핵·미사일로 서울을 타격하겠다고 했을 상황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