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중 정치·경제 대립 심화
'생물보안법' 미 하원 상임위원회 통과
진양곤 HLB 회장. /연합뉴스
진양곤 HLB 회장. /연합뉴스

[한스경제=이소영 기자] HLB의 간암 신약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보류 결정을 받으면서 중국 파트너사를 둔 기업들에게 장기적으로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반대로 미국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기업들은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이다.

HLB의 표적 항암치료제 '리보세라닙'과 중국 항서제약의 면역관문억제제 '캄렐리주맙'의 병용요법에 대해 FDA는 최근 승인 보류를 결정했다.

HLB는 리보세라닙의 문제가 아니라 항서제약의 캄렐리주맙에 작은 이슈가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에서 진행한 임상에 대한 실사가 전쟁 상황으로 인해 무산된 것도 이유 중 하나라고 덧붙였다.

HLB 측은 그동안 승인에 대한 자신감을 여러 경로를 통해 밝혀 왔다. 실제로 진양곤 HLB 회장은 각종 인터뷰와 회사 공식 자료 등을 통해 이달 내 승인을 자신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해왔다. 

그러나 지난 17일 진양곤 회장은 장 개시 직전, 유튜브 방송을 통해 항서제약 측 제조공정(CMC) 이슈와 임상 사이트 실사 문제로 이번 승인이 불발됐다고 주주들에게 해명했다. 

당시 주주들은 이 부분에 큰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지만 제약바이오 업계에서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앞서 지난 1월 HLB 측은 중국 공장 실사가 무사히 통과됐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보도된 기사가 회사 공식 보도자료는 아니었지만, HLB 측은 관계자 확인을 통해 사실임을 인정했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며 HLB와 관계사들의 주가는 폭등하기도 했다.

그러나 불과 4개월 만에 FDA 승인 보류 이유를 중국 공장의 문제로 돌린 것이다. 이는 그간 주장해온 내용과는 완전 상반되는 해명이다. 

리스크로 떠오른 중국 기업과의 파트너십

업계 안팎에서는 HLB의 자신감과는 달리 단번에 FDA로부터 허가를 획득하진 못할 수 있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임상에서 리보세라닙을 투여한 환자의 중증 부작용이 높게 나타났고, 임상 환자군의 인종 분포 불균형이 심각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여기에 병용약물이 중국 제약사의 제품이라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주장도 제기됐다.

미국과 중국이 정치, 경제면에서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 약물의 시판 허가를 FDA가 쉽게 내주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우려 바이오 기업과 거래를 제한하는 내용이 골자인 '생물보안법'이 미국 하원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바이오 기업뿐만 아니라 해당 기업들과 계약을 맺고 있는 업체들까지 파장을 맞고 있다.

HLB가 리보세라닙 개별 허가가 아닌 중국 약물 캄렐리주맙과 병용요법을 고수하는 한, FDA 보완 요청뿐만 아니라 중장기적 리스크가 지속될 수 있다.

美 파트너십, 반사이익

일각에서는 HLB가 FDA의 승인을 받지 못할 경우, 이미 침체된 제약바이오 주식장이 아예 무너질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업계 전체의 신뢰도가 추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HLB의 주가는 지난 17일과 20일 2거래일 연속 전일 대비 29.96%씩 급락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는 다르게 대부분의 바이오 기업들은 주가 하락 등의 피해가 없었다.

미국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있는 업체들은 오히려 수혜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머크와 협력 관계를 맺고 있는 알테오젠의 경우 HLB가 FDA의 보류 결정을 받은 지난 17일 전일 대비 주가가 6.52% 상승했다.

리제네론과 공동 임상을 두고 협상 중인 신라젠 역시 지난 17일 전일 대비 1.97% 상승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미·중 분쟁 기간 동안에는 확실히 미국 기업과 손을 잡은 기업이 대외 리스크가 덜하고 미국 진출에도 용이할 것"이라며 "이번 사태로 국내 제약 바이오 기업도 향후 미국 현지 기업에 대한 구애가 끊이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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