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서 우회수입 우려...USTR "모든 수단 살펴보고 있다"
미국 폭탄 관세 직후, 러중 정상회담
[한스경제=박정현 기자] 미국이 중국산 차량의 우회수출 경로를 차단하고,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관련 규정을 올해 가을 발표한다. 미국 내에서는 중국기술이 탑재된 차량을 통제하거나 중국산 차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고, 국외로는 동맹국의 동참을 압박함으로써 대중국 수출 통제의 수위를 높이는 것이다.
미국 정부는 14일(현지시간) 무역법 301조에 따라 중국산 전기차, 철강, 배터리 등에 대한 관세를 일제히 올렸다. 미국 정부는 "지난해 중국의 전기차 수출은 한해 전보다 70% 늘었다. 미국 제조업체들을 보호하기 위한 조치"라며 올해부터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00%로 4배 인상할 것을 밝혔다.
소비자 정보 유출에 따른 국가안보 우려가 제기된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조치도 취했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부 장관은 15일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에 대한 규정을 언제 마련할 것이냐는 질문에 "의견 수렴 기간은 끝났고, 이번 가을에는 결정을 내릴 것으로 예상한다"고 답했다. 앞선 러몬도 장관의 발언에 따르면, 미국정부는 미국내 중국산 커넥티드 차량 금지와 같은 극단적 조치를 취하거나 완화한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조 바이든 미국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공화당 대선 후보인 트럼프보다 더 강력한 관세 전략을 내놓으며 미국 제조업을 보호하려는 의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중국산 저가 전기차 공세로 시름에 빠진 러스트밸트(제조업이 쇠퇴한 북동부 공업 지대)의 표심을 얻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중국은 분명 저가 물량 과잉 공급으로 세계의 산업구조를 뒤흔들고 있으나, 미국의 높은 관세로 중국산 전기차는 미국에 진출하지 못한 상태기 때문이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중국산 전기차의 점유율은 1% 내외 수준이다. 그간 트럼프 전 대통령은 중국이 미국 시장에 전기차를 파는 우회 통로로 멕시코를 이용해 왔다며 "중국은 팔 자동차를 만들기 위해 멕시코에 공장을 지었다" "대통령이 되면(중국 기업이 멕시코서 생산한 차에) 100%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공언해 왔다.
바이든 행정부도 15일 '멕시코산 중국 전기차'에 대한 관세 적용 여부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이날 "이번 조치는 중국으로부터의 수입품에 대한 것"이라면서도, "멕시코에서 만들어진 제품의 수입 역시 매우 중요하다. USTR은 현재 이 문제에 대응하기 위한 모든 수단을 살펴보고 있다"며 향후 추가 조치 가능성을 시사했다. 최근 바이든 정부의 대중 관세 인상 조치에 따라 중국 생산시설의 멕시코·베트남 등으로의 이전이 가속될 전망이었지만, 그 조차도 틀어쥔 것이다. 미국 내에선 중국의 우회 수출을 막지 못하면 중국산 저가 과잉 생산품이 미국 시장에서 활로를 찾게 될 것이라는 주장이 계속되고 있다. 중국은 그간 미국과의 무역 갈등을 피하기 위해 현지 생산 공장 설립이나 합작 투자 같은 우회 수출을 통해 이익을 챙겼다.
특히 멕시코를 대미 수출의 교두보로 삼았다. 이에 멕시코는 미국의 제 1위 수입국으로 떠올랐으며 올 1분기에도 대멕시코 수입액은 1150억달러로, 대중국 수입액(1000억달러)을 넘었다. 중국 전기차 기업 BYD(비야디)는 미국이 중국산 전기차의 관세 인상을 발표한 날, 멕시코에서 첫 플러그인하이브리드 픽업트럭인 '샤크(Shark)'를 출시하며 "우리는 미국에 진출할 생각이 없다"고 했다. 멕시코 공장 건설에 있어서는 “멕시코 시장과 그 외 다른 (중남미) 국가 시장을 고려할 뿐”이라는 입장이다.
업계는 중국 전기차 기업이 미국 외 시장에 수출을 늘림과 동시에 현지 생산을 늘리는 투 트랙 전략을 쓸 것으로 보고있다. 유럽, 아세안 국가, 멕시코, 남미, 중동 등 전기차 전환이 늦은 국가에는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공략하고, 미국과 FTA로 묶여 있거나 관세장벽이 없는 국가는 현지 생산을 통해 그 나라 시장을 공략하는 식이다. 이 같은 전략은 미국이 중국 전기차에 100% 관세를 적용하더라도 관세가 적용된 가격 또한 미국 전기차 가격에 이하일 것이라는 예측 덕분이다. 차량 크기나 성능과는 관계없이 중국산 자동차가 가격 측면에서 소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윌리엄 라인쉬 CSIS 선임자문관은 "중국의 과잉생산을 억제하는 건 풍선과 같다.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솟아오른다"고 진단했다.
시장은 미국의 조처에 중국이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이 세계 경제의 양축을 맡고 있는 만큼 두 국가가 주고받을 조치에 따라 자동차 업체들의 운명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중국은 지난달 26일 중국 제품에 고관세를 매긴 나라의 상품에 보복관세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한 중국판 '슈퍼 301조'를 통과시키며 "받은 만큼 보복할 것"을 예고했다. 오는 12월부터 가동되는 이 관세법에 따라, 중국은 미국이 중국에 고관세를 부과한만큼 미국에 동등한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 린젠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미국의 관세 인상 소식에 "중국은 권리와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16일 집권 5기를 시작한 뒤 첫 해외일정으로 중국 베이징을 방문했다.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은 직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정상회담이 열린 것이다. 러시아 또한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국제정세에서 미국·유럽 압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김대호 글로벌이코노믹연구소장은 "두 나라는 미국과의 경쟁에서 힘을 합쳐야 하는 상황"이라며 "특히 중국이 미국으로부터 관세 폭탄을 맞자마자 중국과 러시아가 국가 정상회담을 하는 것은 미국을 향한 강력한 메시지가 나올 것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미국이 중국과 러시아를 압박하는 것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가 협력전선을 보임으로써 미국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는 진단이다.
박정현 기자 awldp219@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