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튬금속배터리, 이론상 용량 10배 이상 큰 장점으로 긴 수명
리튬황배터리,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3~5배 높은 에너지밀도
나트륨이온배터리, 가격 저렴한 나트륨 사용해 원가 낮추고 안정성 높여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차세대 배터리 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기술개발 속도와 가격, 경쟁력에 따라 향후 배터리 시장을 호령하는 배터리가 될 수 있어 먼저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동안 배터리 시장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 리튬인산철(LFP)배터리 순으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현재 에너지 밀도와 주행거리, 안전성 개선에서 한계에 부딪혀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대한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차세대 배터리에서 가장 앞서고 있다고 평가 받는 것은 전고체배터리다. 현재 한국, 일본 간 기술개발 경쟁이 치열하다. 전고체배터리는 가연성이 있는 액체 전해질을 고체 전해질로 대체해 발화・폭발을 차단할 수 있는 안전성이 강화된 배터리로 일명 꿈의 배터리로 불린다. 리튬이온의 이동경로인 전해질을 고체로 사용해 구멍이 뚫리거나 구겨져도 화재의 위험이 낮고 전해액 누액이나 폭발 위험성을 획기적으로 저감할 수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재 전고체배터리 개발 속도는 삼성SDI가 가장 빠르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삼성SDI는 작년 고주영 부사장을 팀장으로 하는 ASB(All Solid Battery) 사업팀을 구성하고 단위 부피당 리튬이온의 흐름(이온 전도도)을 가장 빠르게 높일 수 있는 황화물계 기술을 채택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2027년 양산이 목표다.
도요타도 2027년 양산을 목표로 전고체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올리고 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전고체배터리 특허 건수 글로벌 10위 기업 중 6개가 일본 기업으로 특히 도요타는 1,331건의 특허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도요타는 2020년 처음으로 전고체 배터리를 탑재한 차량으로 시험 주행을 진행하는 등 전고체 배터리 개발을 통해 리튬이온배터리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리튬금속배터리 기술개발도 경쟁이 치열하다. 리튬금속배터리는 음극활물질로 기존의 흑연을 리튬금속으로 대체하는 기술이 적용된 배터리로 이론상 용량이 10배 이상 큰 장점을 갖추고 있다. 덴드라이트 발생 문제를 개선하고 극복하면 높은 에너지밀도와 함께 긴 수명을 특장점으로 갖춘 차세대 배터리로 자리잡을 수 있다는 평가다.
현재 리튬금속배터리는 한국과 미국을 중심으로 기술개발이 진행중이다. 현대차는 남양연구소에서 리튬금속 음극재를 개발해 의왕연구소에서 평가하는 거점을 구축하고 있다. 전기차, UAM(도심항공교통) 등 다양한 미래 모빌리티 수요에 대응할 계획이다. 2021년에는 미국 스타트업 SES AI에 약 1억달러를 투자하는 등 이를 기반으로 리튬금속을 포함한 차세대 배터리 전반의 기술을 내재화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미국의 스타트업 SES AI는 중국 상하이와 한국 충주에 구축한 3개의 시제품 라인을 구축하고 2025년 전기차 탑재를 목표로 시생산을 추진하고 있다.
리튬황배터리도 차세대 배터리로 손꼽히는 배터리 중 하나다. 리튬황배터리는 양극소재로 황을, 음극소재로 리튬금속을 사용하고 리튬이온배터리 대비 3~5배 높은 에너지밀도와 낮은 제조원가라는 장점을 갖춘 배터리로 평가받고 있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술정책단 부연구위원은 “황은 단위 중량당 저장할 수 있는 에너지 용량이 크고 가벼우며 지구상에서 17번째로 풍부한 원소로, 공급망 안정화에 기여할 수 있으며 가격이 낮아 경제성이 높다는 장점을 갖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출범한 미래기술센터를 통해 UAM(도심항공교통)에 탑재할 수 있는 리튬황배터리 사업화를 추진하고 있다. 현재 UAM용으로 리튬황배터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중으로 2027년 양상화가 목표다.
미국 스타트업 라이텐(Lyten)은 3D 그래핀을 활용한 리튬황전지 안정화 기술력을 인정받아 작년 9월 2억달러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드론과 비행기체에 적용이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으로 2023년 말 상업용 리튬황배터리 생산, 2024년 초부터 시장에 공급할 계획이다.
중국은 나트륨이온배터리에 집중하고 있다. 나트륨이온배터리는 리튬 대신 가격이 저렴한 나트륨을 사용해 원가를 크게 낮추고 안정성을 높인 배터리다. 나트륨은 가격이 저렴한 동시에 리튬과 전기・화학적 특성이 유사해 리튬이온배터리의 많은 공정을 공유할 수 있어 대량 양산화에 유리하다. 또 안정성 측면에서 리튬에 비해 낮은 화학적 반응성을 갖고 있어 열폭주에 대한 리스크가 낮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배터리 전문가 11인을 심층 면접한 결과 차세대배터리 시장이 형성됐을 때 차세대배터리 종합순위는 전고체배터리, 리튬금속배터리, 나트륨이온배터리, 리튬황배터리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김선교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전략기술정책단 부연구위원은 “전고체배터리는 원자재조달, ESG 측면에서는 리튬이온배터리와 큰 차이가 없지만 셀 제조와 완성차 제조기반의 우수성이 제조, 전방수요 측면에서 기존 대비 개선될 여지가 있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리튬황배터리는 전반적으로 리튬이온 대비 공급망 경쟁력이 개선되는 가운데, 배터리 제조 기반과 ESG 측면에서의 개선 가능성이 다소 높다고 평가받았다”며 “나트륨이온전지배터리는 보편적 광물인 나트륨을 사용해 원자재조달의 경쟁력이 커질 수 있으며, ESS(에너지저장장치) 제조 측면에서 전방수요 경쟁력도 개선되는 것으로 조사됐다”고 덧붙였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어떤 배터리를 채택하는지에 따라 개발의 성패가 달려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가격 경쟁력, 공급망, 에너지 밀도, 충전속도 등 수시로 변하는 수요 예측에 맞춰 기술 개발도 진행돼야 차세대 배터리로 선택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