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美 의회, 거대 석유기업 기후변화 영향 은폐 의혹 제기
글래스 루이스, 셸 투자자에 기후 결의안 반대 권고
정유업계·미국석유협회 강력 반발
미국 석유 기업들이 화석연료 의존도가 기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획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또 투자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는 셸 투자자에게 기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미국 석유 기업들이 화석연료 의존도가 기후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은폐했다는 의획이 미국 의회 청문회에서 제기됐다. 또 투자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는 셸 투자자에게 기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지라고 권고해 논란이 되고 있다. / 사진 연합뉴스

[한스경제=신연수 기자] 정치권과 주주들이 석유업계에 강력한 기후대응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업계가 요청과 반대되는 행동을 보이며 차츰 본색을 드러내고 있다.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석유기업들이 기후변화 영향을 알면서도 은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고, 한 투자 자문사는 주주들에게 기후 결의안에 반대하라는 권고를 내렸다.

2일(현지시간) 영국 일간지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미 상원 예산위원회 청문회에서 빅오일(엑슨모빌, 로열더치 쉘, BP, 셰브런, 토탈, 코노코필립스, Eni) 기업들의 그린워싱(위장환경주의)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이번 청문회는 하원 감독위원회 소속 제이미 래스킨 하원의원(민주·메릴랜드)과 상원 예산위원회 소속 셸던 화이트하우스 상원의원(민주·로드아일랜드) 주도로 3년간 조사한 후 발표한 보고서를 검증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 자리에서 전문가들과 민주당 의원들은 엑손모빌, 셸, 셰브론 등 대기업이 화석연료에 의존하는 것이 기후위기를 초래할 것을 알고 있었지만 이를 축소해 국민을 오도했다고 증언했다.

그리고 보고서에는 석유회사들이 기후 정책을 막기 위해 로비하면서 친환경 기업이라는 이미지를 심기 위해 어떻게 노력했는지 명시했다. 또 석유회사들 내부 문서에는 지속적으로 화석연료 의존을 높이기 위한 대중 기만행위가 포함됐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업계가 위기를 부추긴 데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무소속·버몬트)은 “연방정부나 주 정부가 아니라 문제를 일으킨 사람들에게 청구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래스킨 의원은 “빅오일의 기후변화 부인, 허위 정보 유포, 이중적 태도 모두 미국인을 기만하고 전 세계가 직면한 엄청난 기후위기 속에서 업계의 역할을 숨기기 위한 것”이라고 했고, 화이트하우스 의원 역시 “업계가 막대한 이익을 챙기면서 모두를 기만했다”고 비판했다.

척 그래슬리(공화·아이오와) 상원 예산위 공화당 간사는 “화석연료가 미국 에너지 안보에 필수적이라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더 나쁜 것은 이들이 강력한 기후 규제를 원하지 않는 국민을 바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현재 몇몇 주 정부는 화석연료 위험성을 축소해 대중을 기만하고 기후변화 영향을 은폐한 혐의로 에너지 대기업에 소송을 걸었다. 민주당 요청으로 청문회 증인으로 나선 법무부 관계자는 석유업계에 대해 합리적으로 법적 조치를 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캘리포니아주는 지난해 샌프란시스코 지방법원에 엑손모빌, 셸, BP, 셰브론, 코노코필립스 등 5곳과 미국석유협회(API)를 상대로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기업들은 강력하게 반발했다. 엑손모빌은 “수차례 말했지만 기후변화는 현실이며 우리는 배출 감축 전담팀을 운영하고 있다”며 “의회 보고서는 ‘낡은 주장’”이라고 항변했다. API도 이번 청문회를 “근거 없는 선거용 수사”라고 비판했다. 반면 셰브론, BP, 셸 등 다른 기업들은 별도로 논평하지 않았다.

특히 투자 자문사 글래스 루이스가 셸 투자자들에게 기후 결의안에 반대하라고 권고하면서 논란에 불을 지폈다. 로이터통신은 2일(현지시간) 글래스 루이스가 “23일 예정된 연례 주주총회에 상정된 기후 결의안을 부결시켜야 한다”는 견해를 밝혔다고 전했다.

주주총회에서 표결에 부쳐질 결의안은 주주 행동주의 단체인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주도하는 27명의 투자자 연합이 제출했는데, 셸이 더 강력한 기후 목표 수립을 요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셸이 탄소 배출량 감축 중기 목표를 파리기후협약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간접적인 배출량을 공시하는 스코프 3도 포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2016년 이래 매년 정기 주총에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주주제안을 안건으로 상정해 왔다.

셸은 지난 3월 2050년까지 탄소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들겠다면서도 가스 수요 증가와 에너지 전환 불확실성을 이유로 2030년 감축 목표를 완화하고 2035년 목표는 폐기한 바 있다.

글래스 루이스는 결의안을 확인한 후 “기업의 온실가스·탄소 배출 감축 조치가 경쟁사에 비해 크게 뒤처지고 있다고 판단할 만한 증거가 없다”며 “이를 고려할 때 현재로서는 제안 채택이 회사나 주주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셸 역시 주주들에게 반대표를 던질 것을 당부했다.

글래스 루이스의 입장은 회사와 투자자들에 대한 평가가 반영된 것이어서 중요하게 여겨진다. 이에 투자자들 사이에서 영향력 있는 자문사의 의견이 투표 결과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신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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