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박시하 기자]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이 지난 15일 국회 소통관에서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채상병 특검법은 ‘순직 해병 수사 방해 및 사건 은폐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의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으로 지난해 민주당이 발의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했고 3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됐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21대 국회의원과 22대 총선 당선자 등을 포함한 40여 명의 민주당 의원이 참석해 특검법 통과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임기가 40여일 남은 21대 국회에서 반드시 채상병 특검법을 통과시키겠다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세가 상당하다. 민주당 의원뿐 아니라 일부 국민의힘 의원들도 특검법에 찬성했고 녹색정의당 등 군소정당에서도 연일 채상병 특검법 통과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특검법만큼 각종 민생 법안이나 경제 활성화 법안도 신속하게 통과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규제 완화’, ‘전세사기 특별법’, ‘금융투자세 폐지’ 등이 거론된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민생토론회에서 대형마트 주말 의무휴업 규제를 완화하겠다고 발표했고, 산업통상자원부 등 관계 부처도 협력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주말에 장을 봐야하는 사람들은 빠른 시행을 기대한 반면 마트 노동자들은 의무휴업 제도가 없어지면 주말에는 쉴 수 없을 것이라며 반대에 나섰다. 또 대형마트는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찬성한 반면 전통시장에서는 장사가 더 안될 것이라며 우려를 나타냈다.
경제활성화를 강조하며 의무휴업 완화를 강조하는 정부·여당과 골목상권을 내세우며 현행 유지를 주장하는 야당이 대립하는 사이 국민들은 답답함을 토로하고 있다. 의무휴업을 완화할 것이라면 전통시장과 상생 방안을 마련해 신속하게 도입해야 하고, 의무휴업을 유지할거면 온라인 배송 규제 완화 등으로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불편을 덜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마포구농수산물시장의 한 상인은 "전통시장에서 가게를 운영하는 사람의 입장으로서 당연히 의무휴업이 현행대로 유지됐으면 좋겠지만 경기가 워낙 안 좋은 상황에서 의무휴업을 폐지하고 상생 방안이나 지원책을 찾는 것도 또 다른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문제는 정치권에서 대형마트, 전통시장, 소비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법안을 통과시키는 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권 다툼을 하다가 대책없이 통과시키거나 통과시킬 것처럼 시간만 질질 끄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요즘은 하루에 한 번씩 물건을 떼러 오던 식당 사장님들이 3일에 한 번씩 오기도 하고, 갑자기 안와서 연락해보면 가게 문을 닫았다고 할 정도로 경기가 좋지 않다"며 "경기가 좋아지고 경제도 활성화될 수 있는 법 좀 신속하게 처리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선구제 후구상'을 골자로 하는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 개정안' 역시 시급하다는 분석이다. 민주당은 가장 확실한 효과를 내기 위해 일단 피해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한 후 나중에 임대인에게 돌려받을 수 있도록 법률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여당은 보이스피싱 피해자 등 다른 범죄 피해자들과 형평성이 맞지 않고 피해금액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고 있다.
전세사기 피해자들을 돕고있는 한 시민단체 관계자는 "피해자들이 잇따라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서 심리적으로도 많이 불안해하고 계시고, 돈을 돌려 받을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에 삶의 의욕을 잃은 분들도 상당수"라며 "사실상 피해자들이 지금 할 수 있는 건 대출을 받는 거 밖에 없는데 언론에 나오는 거나 정부에서 발표하는 것에 한참 못 미치는 수준이라 피해자들이 또한번 상처를 받게 된다"며 개정안 통과를 촉구했다.
금융투자세 폐지 또한 많은 국민들이 경제 활성화를 위해 지지하는 법안이다. 금투세가 유지되면 내년부터 금융투자로 5000만원이상 수익이 날 경우 정해진 비율에 따라 세금을 내야한다. 국회 청원 사이트에는 '금융투자소득세 일명 금투세 폐지 요청에 관한 청원'이 최다 동의 청원에 올라있다. 16일 기준으로 4만3407명이 동의한 이 청원은 자본조달 기능을 해치고 주가 하락과 개인투자자의 국내 자본시장 이탈을 초래하는 금투세를 폐지해야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정부·여당은 금투세 폐지를 약속해왔고 일각에서는 금투세가 코리아디스카운트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민주당은 '부자 감세'라며 폐지는 안된다는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코리아디스카운트는 비슷한 규모의 해외 기업에 비해 국내 기업의 주가가 저평가 된 것을 뜻한다.
이에 대해 정치권 관계자는 "대내외적으로 볼 때 전쟁 확산, 유가 상승, 환율 급등 등 경기가 나빠질 일만 남았지 가만히 놔두면 좋아질리 없어 보인다"며 "이럴 때일수록 정부·여당괴 야당이 협치로 경기 회복과 경제 활성화를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게 중요하고, 이때 정치의 가치가 실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법안을 두고 줄다리기를 할 때도 아니고, 주도권 다툼도 할 시간이 없다"며 "대파 값이나 사과 값을 두고 잘잘못을 따지기 보다 어떻게하면 가격이 안정화될 수 있는지, 물가를 잡을 수 있는지를 함께 찾아봐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시하 기자 seeha@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