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이성노 기자] 디지털 전환이 금융산업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메신저, 포털과 같으 강력한 플랫폼을 앞세운 빅테크·핀테크의 금융업 진출로 금융플랫폼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고 있다.
이에 금융사는 업종간 경계가 허물어지는 빅블러 시대에 발 맞춰 금융플랫폼을 통해 금융과 비금융을 망라하는 다양한 상품 및 서비스를 제공하며 금융소비자 편의를 강화하고 있다.
다만업계 안팎에선 이 같은 플랫폼은 데이터 기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용자 활동을 확대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독과점 이슈를 비롯해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성 제고를 위해 다양한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필요성을 제기하고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금융그룹은 디지털 전환에 따라 금융과 비금융을 아우르는 슈퍼앱을 구축하고, 플랫폼 생태계를 통합해 금융 소비자의 편의성을 높이며 고객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플랫폼에서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이른바 금융플랫폼은 오픈뱅킹이나 마이데이터 등, 적극적인 디지털 정책에 힘입어 최근 급격히 성장하고 있다. 다만 이에 따른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공존하고 있다.
김혜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연구위원은 "플랫폼은 데이터 기반의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이용자의 활동을 확대하는 순환 구조를 가지고 있어 주요 산업에서 지배적 사업자로 부상하며 독점성 이슈가 나타날 수 있다"며 "플랫폼은 네트워크 효과가 있는 동태적인 시장이기 때문에 기존의 사후적으로 개입하는 경쟁법으로는 플랫폼을 규율하는데 한계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유럽연합(EU)·영국·미국 등 해외 주요국에서는 사전적으로 대형플랫폼 및 금지행위를 지정하는 사전 규제를 도입하거나 논의 중이다. 유럽연합은 지난 2022년, 초대형플랫폼의 반경쟁행위를 사전규제하기 위해 디지털시장법을 발효했으며, 미국은 반독점개혁법안을 상정한 바 있다.
국내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가 플랫폼경쟁촉진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플랫폼 폐해를 방지하기 위해 소수의 지배적 사업자를 사전에 지정하고, 지배적 사업자의 4대 금지행위를 규정하는 플랫폼경쟁촉진법 입법을 추진하겠다고 발표했다.
플랫폼경쟁촉진법은 국내 플랫폼뿐만 아니라 미국 재계까지 반대하면서 2월 예정된 법안공개가 무기한 연기됐으나, 공정위는 "디지털 환경에 맞는 거래 질서를 조성해 소비자 피해를 예방하겠다"며 입법 추진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플랫폼 독과점 이슈 외에도 금융소비자 보호와 금융안정성 강화를 위한 규제에 대한 필요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우선,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해 전자금융거래법 개정, 플랫폼의 금융소비자보호법 대상으로 편입, 플랫폼 중개에 대한 법적 제도 정비가 요구되고 있다.
플랫폼은 규제방식과 강도가 금융사와 상이해 동일 기능 서비스임에도 동일한 소비자보호를 받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금융플랫폼은 정보제공, 권유, 중개 등의 구분이 어려워 플랫폼의 행위에 대한 소비자에 대한 책임 귀속 문제가 나타날 수 있다.
미국, 영국 등은 플랫폼이 금융상품 중개를 하려면 기존 금융업자와 동일하게 대출중개인, 보험브로커 등 관련 라이선스를 획득하게 하여 소비자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특히, 일본에서는 금융플랫폼 중개에 대해 첫 제도적 접근을 한 국가로, 2020년 모든 금융 분야의 금융상품 중개가 가능한 '금융상품서비스중개업'을 도입하고, 금융상품중개에 대한 법적 책임 및 의무를 대폭 강화하고 있다.
반면, 국내 플랫폼 시장에 대한 규제는 다소 정체돼 있다.
금융플랫폼인 전자금융업자를 규율하는 전자금융거래법은 스마트폰이 대중화되기 이전인 2006년 제정된 이후 제도적인 큰 변화없이 유지되고 있다. 디지털화에 맞춰 금융플랫폼의 법적 정의와 금융플랫폼을 규율하는 내용을 담고 있는 전금법 개정안(2020년 11월)은 회기종료로 자동 폐기된 상태다.
또한 금융플랫폼인 전자금융업자는 법상 금융사가 아니며, 제공 서비스도 금융 상품으로 분류되지 않아 금융소비자보호법이 적용되지 않는 회색지대에 머물러 있다.
금융당국은 금융플랫폼에서 수행하는 금융상품 비교·추천은 금소법상 중개행위에 해당하며, 플랫폼이 중개행위를 하려면 금소법상 대리중개업자로 등록을 요구하고 있다. 금융상품 중개 과정에서 플랫폼의 고의 또는 과실로 소비자 피해 발생시 원칙적으로 중개업자인 플랫폼 업체가 배상책임을 지게 된다.
다만, 플랫폼의 금융상품 중개 중 대출, 카드를 제외한 예금, 펀드, 보험은 샌드박스 형태로 시범적으로 운영되고 있어 연속성을 담보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금융안정성 제고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금융플랫폼의 펀딩상품(선불충전금)이 대형화되자 주요국은 금융안정성을 위해 규제 및 인프라를 도입하고 있다. 미국, 일본, 중국 등은 플랫폼의 펀딩상품이 대형화돼 금융안정성 훼손을 최소화하고, 이용자 보호를 위해 외부기관에 예치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선불충전금의 외부예치를 의무화했으나, 전액이 아닌 50%만 적용되고 있다. 나머지 금액은 여전히 이용자보호를 받지 못하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금융플랫폼 확대에 따라 법적 규제가 반드시 수반되야 한다고 보고 있다.
김혜미 연구위원은 금융플랫폼의 입지가 점차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전자금융거래법 개정안의 조속한 통과로 금융플랫폼의 법적 정의와 영업행위 규제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금융플랫폼(전자금융업자) 자체와 금융플랫폼이 제공하는 서비스는 보조 역할이 아니라 핵심역할을 수행하므로 금융플랫폼과 제공서비스를 각각 금융사와 금융상품으로 인정해 금융소비자보호법에 적용을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현재 예금, 보험 등 샌드박스로 운영되는 플랫폼 중개를 법제화하고 나아가 금융서비스 중개업 도입을 통해 플랫폼 중개를 종합적으로 규율할 필요가 있다"면서 "나아가 규율체계도 업권별에서 기능별로 전환해 규제공백을 해소해야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서 김 연구위원은 금융안정성 제고 측면에서는 이용자자금 보호와 플랫폼의 지급불능리스크를 방지를 위해 선불충전금 전액 외부예치를 의무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전금법 개정안은 외부에 전액이 아닌 50% 이상을 예치하도록 하여 일부 금액은 여전히 리스크에 처할 수도 있는 상황이다"며 "이용자 보호 및 플랫폼의 지급불능 리스크를 완전히 차단하기 위해 선불충전금에 대한 외부 예치를 100% 의무화하되, 소형 금융플랫폼사에게는 단계적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그는 "은행 자금중개기능 약화로 금융안정성이 훼손되지 않도록 선불충전금의 적립금 부여를 금지하고, 플랫폼 산하 자회사로 은행, 증권사가 있어 업종별 규제가 적용된다고 하더라도 동 규제로는 사각지대에 대한 감독이 불가능하고 금융·비금융 활동의 상호리스크 발생 방지 한계로 그룹 차원의 규제의 보완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성노 기자 sungro5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