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대 총선 후보 중 ‘기후 공약’ 제시자 24%
1.5도 넘는 시기, 22대 임기 직후…기후위기 시계 늦춰야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기후위기는 더 이상 북극곰이나 수몰 위기에 처한 태평양 섬나라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기후위기는 인류가 직면한 최대 난제다. 인류세의 시작은 이미 기후 변화로 체감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우리는 포항 아파트 지하주차장 침수 사고, 서울 신림동 반지하 일가족 참변, 경북 예천 산사태, 충북 청주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목도했다.
비슷한 참사가 '반복되지 않아야 한다'고 말하지만 기후 위기에 대한 인식은 아직도 파상적이다. 질병관리청은 "기후변화가 미래 질병의 가장 큰 위협 요소 중 하나"라고 강조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국민은 건강에 위협이 될 만한 것으로 흡연이나 음주, 사고 등으로 인한 질병만 생각한다.
◆ 21대 국회 기후위기 대응 법안 단 571건 발의
그린피스·기후변화청년단체(GEYK)·대학생신재생에너지기자단·빅웨이브 등 기후·청년단체가 지난해 4월 21대 국회의원 29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2023 기후위기 인식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80.2%(240명)가 의정활동에 기후위기 대응 중요도가 높은 편이라고 답했으며, 78.2%(239명)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서 관련 정책 및 법률 제·개정이 최우선되거나 차우선이 돼야 한다고 답했다.
구체적으로 기후위기 대응에 있어 우선적으로 해야 하는 임무에 대해서는 '관련 정책 및 법률 제·개정'이 78.2%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예산을 위한 조정 및 배분(57.4%) △행정부의 기후위기 대응책에 대한 감시·감독(51.5%) △지역구에서 기후위기 대응과 관련된 제반활동(12.9%) 순으로 집계됐다.
기후위기가 인류의 가장 큰 위협으로 지목되는 가운데 의원들은 기후위기 대응을 중요하게 인식하지만 실제 입법 활동을 따져보면 위기의식을 느끼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2020년 5월 30일 임기를 시작한 21대 국회는 올해 1월 31일 기준 의안 2만6611건을 발의했지만, 그중 기후위기 관련 의안은 571건(2.1%)에 그쳤다. 이중 본회의를 통과해 공포된 의안은 107건(18.7%)이다. 대안반영돼 입법된 법안을 포함해도 292건(51.1%) 수준이다.
기후 관련 발의 법안 571건도 모두 기후위기 대응에 제대로 호응하는 의안으로 평가하기도 어렵다. 규제를 완화하고 개발을 촉진해 오히려 기후위기를 부추긴 법안도 존재한다.
조혜원 기후커뮤니티 턴테이블 대표는 "21대 국회는 결국 좋은 말만 늘어놓고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은 채, 다음 국회로 책임을 떠넘겼는데, 기후위기 대응에는 여야가 없다고 매번 국회에서 이야기하지만, 정작 행동으로 옮기는 정치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 "정치권 기후공약 수준 처참해"
윤석열 정부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했다. 2025년까지 바라보는 중장기 원자력발전(이하 원전) 정책 로드맵에 2050년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원전 정책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중장기 정책 방향을 담았다는 방침이다.
구체적으로 중장기 원전 건설·운영 기본 방향, 계속운전 추진 정책, 기자재 및 핵연료 공급망 강화 방안, 연구개발 강화 등 원전 산업 질적 고도화 방안, 원전 수출 경쟁력 강화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탄소중립 소임은 행정부에도 주어지지만, 입법권을 가진 국회도 마찬가지다. 탄소배출의 원인을 파악하고, 궁극적으로 탈탄소화 실현을 위한 법을 마련해야 할 책무가 있다.
그러나 기후위기 대응 대책을 10대 정책공약으로 내세운 정치권이 21대 국회와 비슷한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기후정치바람 등 국내 16개 기후·시민단체는 전국 254개 선거구에 출마한 지역구 후보자 696명의 공약집을 전수조사한 결과, 168명(24.1%)이 기후 공약을 제시했다.
기후공약 후보의 비율이 가장 많은 정당은 녹색정의당이었다. △진보당(48%) △더불어민주당(39%) △국민의힘(15%) △새로운미래(14%)가 뒤따랐다.
구체적으로 교통패스(84명), RE100(51명), 태양광(16명), 탄소세(12명), 풍력(9명), 재활용(4명) 등으로 나타났다.
이들 단체는 "기후공약을 내건 후보의 기준(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등록된 선거공보 기준)은 두 개 이상의 기후위기 대응 공약을 제시한 경우로 삼았는데, 기준을 낮추지 않으면 기후 후보를 찾기 어려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원내 정당 모두가 10대 공약으로 기후공약을 제시했음에도 지역구의 기후공약 수준은 처참한 지경이었다"며 "기후 유권자는 점점 늘고, 여야 모두 기후가 중요하다고 강조하는데 정작 '기후 후보'와 기후 공약이 보이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 재생에너지 확대 공통 공약…22대 국회 '기후 국회' 돼야
거대 양당이 내세운 기후 공약의 공통점은 '에너지전환'이다. 국민의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고 했고, 민주당은 재생에너지 100% 사용을 강조했다. 그만큼 재생에너지 규모 확대가 기후대응의 관건임을 입증한 것이다.
10대 공약 안에 기후 공약을 배치하는 성과는 있었다. 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기후 공약이 유권자에게 전달될 만큼 치열한 쟁점이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에너지전환 목표와 이행방법, 기간 등은 구체적으로 적시됐지만 자연복원계획, 이해관계자 지원 방안 등은 여전히 부실하다는 한계점을 노출했다.
22대 국회는 재생에너지 확대의 세부적인 수단이나 재원 마련 등을 보강해 초당적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
앞으로 5년 뒤인 2029년에 산업화 이전 대비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선다는 연구 결과가 나온다. 기후위기 시계가 빠르게 돌기 시작했다. 하지만 기후시계는 노력에 따라 속도를 늦출 수 있다. 제22대 국회가 '기후국회'가 돼야 하는 명확한 이유다. 이들의 임기는 2028년 5월29일까지다. 공교롭게도 온도 상승폭이 1.5도를 넘어서는 시기와 맞물린다. 역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 무관심했지만 22대 국회는 달라져야 한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