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빚더미 늪에 빠진 한전·가스공사, 적자 탈출 시급
美 '한국 전력시장' 분석 보고서, 화석연료 위주 정책·경쟁 부재 지적
총선 후 전기·가스요금 인상 가능성
총선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총선 이후 전기·가스요금 인상이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전기와 가스는 우리 산업과 생활에 꼭 필요한 에너지다. 이러한 에너지가 차질 없이 공급되기 위해서는 전력·가스 생산부터 유통, 배급 등 인프라 구축까지 책임지는 양대 에너지 공기업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안정적으로 운영돼야 한다.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정치권은 앞다퉈 에너지 관련 공약을 제시했다. 공교롭게도 총선에 나선 각 정당 후보 대부분 "제가 당선이 되면 지역을 첨단산업단지로 만들겠다"고 마치 서로 짠 듯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다.

넓은 범위로 국민의힘은 원전을 포함한 무탄소 에너지 확대, 소형모듈원전 개발을, 더불어민주당은 태양광을 중심으로 하는 RE100(재생에너지 100%) 활성화를 주장했다. 하지만 거대 야당이 주장한 기후공약에는 실천 가능성 여부를 떠나 구체적인 산업단지에 공급될 에너지 문제, 두 에너지 기관의 재무위기에 대한 해결책이 빠졌다.

◆ 에너지 관련 공약 나오지만, 전력 계통 해답 미비

국민의힘이 기후공약 중 하나로 제시한 SMR 육성은 미래 신사업으로 각광받는다. 건설 공사기간이 짧고 기존 원전처럼 냉각수가 필요하지 않아 바다가 아닌 내륙 어디든 지을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또 대형원전과 비교할 때 내부 부하를 덜 일으켜 안전성도 충분하다.

물론 SMR 육성은 '원전을 더 건설하겠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원전을 늘리려면 원전 폐기물 처리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데, 이번 국회에서 발의된 고준위 방사성폐기물관리 특별법안 처리가 사실상 무산됐다. 여야 논의가 공회전을 거듭하면서 재생에너지 확충을 비롯한 종합민원 신속 처리와 국산화 문제 등 핵심 사안을 마무리 짓지 못했다.

민주당은 윤석열 정부의 제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2035년 신재생 에너지 발전량 비중 30.6%)을 상향 조정해 발전량 비중 목표를 40%로 확대하겠다고 한다. 하지만 현장은 재생에너지 설치 구역이 부족한 실정이다. 원인은 재생에너지 설치구역을 제한하는 지방자치단체의 이격거리 규제라는 게 현장의 정론이다. 이격거리 규제는 지차제가 무분별한 재생에너지 보급에 불만을 품은 주민들의 민원을 감당하기 힘들어서 만든 규제다.

건설 민원도 난제지만 투자 및 보상비용도 만만치 않다. 2년마다 수립하는 전력수급계획에서 최근까지 추산된 전력 계통 건설 비용은 57조원이다. 2년 전보다 두 배 증가했다. 앞으로도 계속 급증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정치권은 재원 마련에 대한 구체적인 방안을 강구하지 못했다.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가스공사 제공. 
한국가스공사 본사 전경. /가스공사 제공. 

◆ 한전·가스공사 250조원 부채 심각…총선 뒤 요금 인상 불가피

한전과 가스공사의 경영위기 문제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 에너지 업계에 따르면 작년 말 한전과 가스공사의 부채를 더하면 249조8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두 회사의 작년 이자 비용은 전년보다 2조3000억원 늘어난 6조원(한전 4조4000억원, 가스공사 1조6000억원)으로 집계돼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두 기업이 대규모 '이자 폭탄'을 맞은 것은 국제 에너지 가격이 폭등한 2021∼2022년 쌓인 수십조원대의 누적 적자가 그대로 남았고, 상당 폭의 전기·가스 요금 인상에도 수익 구조가 정상화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정부는 이들 공사의 누적적자와 미수금을 해소하고자 에너지 요금 인상 로드맵을 마련했고, 실제 전기·가스 요금을 상당 폭 인상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과 국민 부담 등을 고려해 당초 제시한 수준만큼 요금을 올리지는 못했다. 여기에 총선을 앞두고 관련 에너지 가격을 포함한 공공요금 현실화 논의가 중단된 상황이다.

녹색전환연구소가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만7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2023 기후위기 국민인식조사' 결과, 한전의 누적 부채는 "정부의 재정으로 지원해야 한다"는 응답이 40.4%(6868명)로 나타났다. 이어 △한전이 자구책으로 감당해야 한다 31.6%(5372명) △전기요금을 인상해 부채를 해결해야 한다 18.2%(3094명) 등이 뒤따랐다.

미국의 싱크탱크 에너지경제·재무연구소(IEEFA)가 발표한 '한국의 전력시장 삼중고' 보고서에 따르면 △화석연료 위주의 에너지 안보 정책 △지연된 에너지 전환 △전력시장 경쟁력 부재가 한국의 전기요금 급등을 초래했다고 지적했다.

총선 이후 정부가 그간 억눌러 온 공공요금이 뛰면서 물가 불안이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난해 5월 이후 추가 인상이 없었던 전기·가스 요금이 총선 이후 인상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기 때문이다.

이에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제유가 불안이 지속된다면 유류세 인하를 4월 이후에도 추가 연장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강조했다.

총선이 임박한 상황이고 선거 이후 일정이 순탄하지 않을 게 뻔하다. 그럼에도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말은 지양해야 한다. 에너지 정책을 둘러싼 정치적 갈등은 피하고 해결책 마련을 위해 정치권 모두 합심해야 할 때다. 그렇게 되면 4차산업 혁명에 필수적인 전력의 효율적인 생산과 에너지 다소비 산업구조 개편을 추진할 수 있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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