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 공약 의제화 긍정적 평가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여야가 제22대 국회의원 총선거(이하 총선) 공약으로 내건 정책들 가운데 공통점은 '기후위기'다. 물론 해법과 관련해 시각차가 분명하다. 국민의힘은 저탄소 전환 촉진을 위해 원자력발전(이하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균형적으로 확충하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재생에너지 보급 강화와 기업 RE100(재생에너지 사용 100%) 이행 지원을 위한 제도 개선을 약속했다.
이번 총선은 기후 변화가 중요한 의제로 떠올랐다. 기후 변화가 환경 이슈를 넘어 경제·외교 등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권자들의 표심을 사로잡을 만한 '블루 오션'으로 부상했다는 평가다.
22대 총선은 주요 정당들이 10대 공약에 기후 의제를 포함시킨 첫 선거라는 의미를 갖는다. 기후가 선거의 새로운 변수로 떠오르면서 정치권도 잰걸음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김소희 기후변화센터 사무총장, 정혜림 전 SK경영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 심성훈 사회적 기업 패밀리파머스 대표, 임형준 농업 스타트업 네토그린 대표 기후 인재를 영입했다. 민주당도 박지혜 기후·환경 전문 변호사를 영입인재로 발탁했다. 이들 중 상당수가 지역구·비례대표 공천을 받아 이번 총선에 나선다. 선거 결과에 따라 기후 전문가 국회의원이 등장할 수 있는 셈이다.
실제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가 공개한 '4·10 총선 유권자 10대 의제'에 따르면 이번 총선에서 반드시 다뤄야 할 유권자 10대 의제 중 9위에 탄소중립과 ESG 대응책 마련(3.6%)이 선정됐다. 이에 반해 10대 의제 범위를 확정하기 위해 진행한 1~3차 전문가 델파이 조사에서는 6순위에 자리했다.
매니페스토본부는 "과거 국회의원 선거와 지방선거, 대통령 선거에서의 유권자 10대 핵심의제와 비교해 보면 ‘부패 카르텔 해체’, ‘언론과 사법개혁’, ‘부정부패 척결과 정치개혁’ 등이 핵심의제에서 제외되고 기후환경 의제가 핵심의제로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 여야, 에너지공약 면면 살펴보니
국민의힘은 △기후대응기금 2027년까지 5조원 확대 △차세대 소형모듈원전(SMR) 기술개발 적극 추진 △석탄 화력발전소 폐지지역 청정수소 생산지로 전환 △기후위기특별위원회 구성 등을 내세웠다.
이와 함께 2027년까지 무공해차 200만대를 보급하고, 관련 보조금을 추가 지원하는 방안도 추진하기로 했다.
경제적 취약계층이 무공해차를 구입할 때 기본 보조금의 20%, 택배업 종사자는 기본 보조금의 10%를 추가 지원하고, 택시업 종사자에게는 250만원을 추가로 지급하게 된다.
또 장시간 충전으로 화재 위험이 있는 완속 충전기는 모두 화재 예방형 충전기로 바꿔 설치하고, 전기차 충전사업자의 무과실 배상책임 보험 가입도 의무화할 방침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그동안 정치가 기후 대책에 대해) '북극곰이 어렵다는 건 알겠는데, 당장 우리가 표를 얻는 데 뭔 도움이 되겠냐'는 식으로 접근했다"며 "정치 권력은 사실 꼭 당장 먹거리를 위해서만 쓰여야 하는 건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재생에너지만으로는 탄소중립 달성이 어렵다. 국민의힘은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함께 가져갈 것이다"라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탈석탄과 한께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통한 RE100 실현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대표적인 정책이 '기후에너지부' 신설이다. 이재명 대표는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어떻게 대비하느냐에 따라 우리들의 미래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탄소중립 신산업·신기술 발굴로 탄소중립 역량 강화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탄소포집‧활용‧저장(CCUS), 제조업 공정 개선 등 기후테크 신산업 발굴‧육성, 전기차‧수소차, 자율주행차 등 그린모빌리티로의 전환 및 자동차부품기업의 사업 전환 지원, 사용 후 배터리‧태양광 폐패널 등 재활용체제 구축, 재제조 산업 확대 등 산업부문의 순환경제를 달성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를 3배 확대하기 위해 보급을 강화한다. 이를 위해 2035년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40%까지 확대하도록 '재생에너지 3540' 계획을 추진한다.
또한 산업단지, 일반 건물을 대상으로 한 루프탑 태양광 확대와 함께 사업장 유휴부지 활용 등 자가소비용 태양광 보급 활성화에도 나선다.
건물일체형 태양광(BIPV) 확대로 도심 분산전원을 확대확대하고 에너지 효율향상과 연계할 방침이며 공공기관 건물, 철도, 도로 등 공공부문에 대한 RE100을 추진한다.
◆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한 노력 필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해 신규로 설치된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 용량은 전년 대비 107기가와트(GW) 늘어난 440GW 이상으로 추산된다. 이는 사상 최대 증가로 2024년에는 이보다 100GW 더 늘어난 540GW 이상 설치될 것으로 전망된다.
따라서 올해는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이 석탄화력 발전량을 추월하는 첫해가 될 것으로 예상했다. 동시에 IEA는 청정전력망 투자 인센티브가 추가되지 않으면, 에너지 전환에 큰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국내 재생에너지 누적 설비용량은 2022년 기준 32.5GW에 그친다. 산업이 2024년을 버티기 어렵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50년 탄소중립 달성을 위해서는 재생에너지발전설비와 전력망 인프라를 조속히 확대하고, 태양광 산업 활성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전문가와 기후환경단체들은 탈석탄과 재생에너지 전환을 얼마나 빨리하는가와 같은 공약들의 현실성, 실행가능성들을 비교해 발표하고 있다.
녹색전환연구소는 "극단적 기상이변은 물리적 경제적 충격을 일으킬 것이고, 유례없는 출생율 감소와 고령화가 진행될 것이며, 위기대응 역량의 차이는 불평등을 더욱 심화시킬 것"이라며 "장기추세에 대비하면서 단기 요인을 고려하며, 하나하나에 대응하는 즉흥 대안이 아니라 사회 전체의 '회복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이번 총선에선 보수와 진보, 세대, 성별 구분이 아닌 새로운 영역의 유권자가 등장할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선거에서 당락을 결정 지을 수 있는 수준인지에 대해선 아직 물음표가 붙는다. 이번 총선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분석이 이뤄져야 기후가 총선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분명해질 전망이다.
녹색전환연구소는 "한국의 기후위기 대응의 수준을 이른 시일 안에 끌어올리고 기후악당이라는 평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치적, 사회적 분야에서 효율적이고 능동적으로 이슈를 환기하기 위한 전략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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