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권현원 기자] 금융당국은 최근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조심협)를 개최해 불공정거래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증권사의 랩·신탁 업무처리 관련 위법사항 등을 확인하는 등, 금융투자업계의 위법행위에 대해 적극적인 대응에 나선 것이다. 이에 금융투자업계 역시 잇따른 금융사고에 대해 ‘스스로의 개선의지가 필요한 시점’을 강조하며 윤리경영 선포식을 개최하는 등 신뢰 회복에 나섰다. 이에 금융투자업계가 내년에는 ‘새로운’ 한 해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18일 금융감독원·한국거래소·남부지검과 ‘불공정거래 조사·심리기관 협의회’를 개최해 불공정거래 관련 주요 현안을 논의했다. 조심협은 △심리(거래소) △조사(금융위·금감원) △수사(검찰) 등 불공정거래 대응 기관들이 심리·조사 현황 및 이슈를 점검하고 협력과제를 발굴·추진해 나가는 협의체로, 이번 조심협을 포함해 올해는 10차례 개최됐다.
이번 조심협에서는 △자본시장 불공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제재 도입과 관련한 준비상황 △‘자본시장 불공정거래 대응체계 개선방안’ 후속조치 이행상황에 대한 점검과 △공동조사 등, 심리·조사기관 사건 현황 및 대응방향에 대해서 논의했다.
특히 내년부터 새롭게 도입되는 제재 수단에 대한 논의가 관심을 끌고 있다. 2024년 1월 19일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은 △3대 불공정거래(미공개중요정보이용, 시세조종, 사기적부정거래)에 대한 과징금 신설, △부당이득 산정방식 법제화, △자진신고자 제재 감면 등, 불공정거래 대응 제도 전반에서 큰 개선을 가져올 전망이다.
조심협은 시행령을 비홋한 하위규정의 주요 내용과 법제처 심사 경과 및 향후 일정 등, 규정 개정 진행상황을 보고받았다. 이에 김정각 조심협 위원장은 개정 자본시장법이 차질 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법제처 등과 실무협의 등을 잘 마무리해줄 것을 당부했다.
올 한해 금융투자업계에는 크고 작은 금융사고가 잇따랐다. 가장 최근에는 일부 증권사에서 ‘채권형 랩·신탁’ 업무처리와 관련한 위법사항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되기도 했다.
금감원은 지난 17일 ‘채권형 랩·신탁 검사 결과(잠정)’를 발표했다. 이번 발표는 금감원이 지난 5월 이후 9개 증권사의 채권형 랩‧신탁 업무실태에 대한 집중 점검을 실시한 결과로, 검사 결과 랩‧신탁 업무처리 관련 위법사항 및 리스크 관리‧내부통제상 다수의 문제점이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채권형 랩어카운트 및 특정금전신탁은 증권사가 고객과의 일대일 계약을 통해 자산을 운용하는 대표적인 금융상품이다. 다수의 고객자산을 집합 운용하는 펀드와 달리 개별 고객의 투자 목적과 자금수요를 감안한 단독 운용이 가능하다는 특징 때문에 법인고객의 단기자금 운용수단으로 선호돼 왔다.
적발 내용으로는 먼저 특정 고객의 랩‧신탁계좌로 CP 등을 고가 매수해주는 방식으로 손실을 전가하는 ‘제3자 이익도모’ 유형이 있었다. 랩‧신탁을 운용할 때는 특정 투자자의 이익을 해하면서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도모해서는 안되지만, 일부 운용역은 만기도래 계좌의 목표수익률 달성을 위해 불법 자전거래(연계‧교체거래)를 통해 고객계좌 간의 손익을 이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비정상적인 가격의 거래를 통해 고객에게 손해를 전가한 행위는 판례에 따를 때 업무상 배임 소지가 있는 중대 위법행위에 해당하므로 주요 혐의사실을 수사당국에 제공할 방침이다”고 밝혔다.
또한 증권사 고유자산을 활용해 고객 랩‧신탁에 편입된 CP 등을 고가 매입해 원금 및 제시수익률을 보장하는 ‘사후 이익제공’ 방식도 적발됐다.
세부적으로 일부 증권사는 시장상황 변동으로 랩‧신탁 만기 시 목표 수익률을 달성하기 어려워지자 대표이사 등 주요 경영진의 결정 하에 고객 계좌의 CP를 고가 매수하는 방식으로 이익을 제공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사례로 A증권사는 다른 증권사에 가입한 특정금전신탁을 통해 2022년 11∼12월 중 고객 랩‧신탁의 CP 등을 고가매수(연계‧교체거래) 해주는 방식으로 총 1100억원 규모의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적발됐다.
이 외에 기타 주요 위법행위로는 △계약조건 위배 △동일 투자자 계좌 간 자전거래 △OEM펀드 운용 등이 금감원에 의해 적발됐다.
금감원은 “이번 검사 결과 확인된 위법행위를 신속히 조치해 랩‧신탁 시장 질서를 확립하겠다”며 “아울러 운용상 위법행위로 손실이 발생한 랩·신탁 계좌에 대해서는 금투협회와 증권업계가 협의해 객관적인 가격 산정 및 적법한 손해배상 절차 등을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렇듯 올 한해 사건·사고가 이어지자 업계도 신뢰 회복에 나서는 분위기다.
금융투자협회는 지난 18일 여의도 금투센터빌딩에서 ‘금융투자업계 신뢰 회복을 위한 윤리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이번 선포식은 금융투자업계가 올해 발생된 일련의 사건·사고로 훼손된 업계의 신뢰를 스스로 회복하고, 구체적인 실천과제를 제시해 보다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로 삼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발표된 선포문 및 실행방안은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 △건전한 영업문화 조성을 통한 고객 중심의 경영 실천 △공정 금융과 상생을 위한 사회적 책임 등 세 가지 부문으로 나뉘었다.
특히 ‘윤리경영 실천을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 부문에는 △랩·신탁 불건전 영업관행 근절을 위한 내부통제 강화를 포함해 △내부 비위행위 근절을 위한 자체 모니터링 시스템 강화 △IPO 기업실사 개선을 위한 금융투자회사의 내부통제 강화 △공매도 주문 수탁자로서 불법 공매도 근절 방안의 철저한 이행 △불공정거래 근절을 위한 모니터링 및 유관기관 협력 확대 등 올 한해 업계에서 이슈가 됐던 내용들이 포함됐다.
이날 선포식에서 서유석 금융투자협회장은 ‘업계 스스로의 개선의지’를 강조했다.
서 회장은 “금융사고 방지를 위한 내부통제 역량 강화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해 업계 스스로의 개선의지가 더욱 필요한 시점”이라며 “이번 행사를 계기로 우리 업계의 본분인 국민자산 증식과 모험자본 공급을 위해 보다 적극적으로 역할하고, 공정금융·상생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권현원 기자 hwkwon@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