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제21대 정기국회 종료… 내년도 예산안 처리 사실상 무산
여야 원내대표, 예결위 간사 2+2 협의체 가동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각각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왼쪽)와 민주당 홍익표 원내대표가 7일 여야 원내대표 회동을 위해 각각 국회의장실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쟁점 법안을 둘러싼 대립 속에 여야는 오는 20일 본회의에서 내년도 정부 예산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민생’을 최우선으로 하겠다고 했던 여야의 모습이 마치 개학을 앞두고 잔뜩 밀린 방학숙제를 허둥지둥 처리하는 학생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12월 임시국회 내 여야가 쟁점 법안과 예산안에 대해 이견을 좁힐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기만 하다. 이에 ‘밀실’ ‘졸속’ 심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야의 이 같은 일처리 방식을 둘러싼 비판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정쟁과 예산안 협상 줄다리기를 반복하다 결국 법정 처리 시한을 넘기고, 거대 양당 소수 인원만 모여 밀실에서 ‘짬짜미’로 합의하는 행태를 취해왔다. 지난해에는 법정 시한을 3주 넘긴 12월 24일에 처리돼 국회선진화법 시행 이후 최장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국회가 법정 시한을 지킨 때는 2014년과 2020년 단 두 차례뿐이다.

예산결산특별위원장 및 여야 간사 등 일부 위원들로 구성되는 ‘소소위원회'를 운영해 예산을 심사하는 것을 관행처럼 해왔다. 하지만 소소위는 법적 근거가 없는 임시협의체다. 특히 회의록도 남기지 않는 비공개회의로 진행되면서 그동안 ‘밀실’ ‘깜깜이’라는 비판이 제기돼왔다.

올해도 지난해 못지 않게 예산안 지각 처리가 예상된다. 연구·개발(R&D) 예산, 정부 특수활동비, 원자력 발전·재생에너지 예산, 지역화폐 등이 주요 쟁점으로 꼽히는데, 더불어민주당이 일방적으로 추진 중인 ‘쌍특검(대장동 50억 클럽·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의혹 특별검사)’ 도입과 채모 상병 순직 사건 국정조사 실시 등 정쟁 우려가 있는 법안들이 줄줄이 대기 중이다.

민주당 주도로 지난 4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된 두 특검법안은 22일까지 본회의에 상정되지 않으면 이후 열리는 본회의에 자동 상정된다. 이에 28일 본회의에서 표결될 가능성이 높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8일 최고위원회의에서 “특검과 국정조사 실시는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를 향한 국민 비판을 희석시키기 위한 국면 전환용이란 사실을 국민은 훤히 알고 있다”며 “민주당이 예산안 심사에는 충실하지 않고, 정쟁 소재를 찾는 데만 몰두하고 있으니 이쯤 되면 학교라면 퇴학감, 회사라면 해고감이다”라고 주장했다.

본회의까지 여야는 ‘2+2 협의체’를 중심으로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민생 법안 2+2 협의체는 국민의힘이 제시한 법안 6개와 민주당이 내놓은 법안 5개를 중심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국민의힘은 중대재해처벌법 개정안, 기업구조조정촉진법 개정안, 1기신도시특별법,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 등을 논의 테이블에 올렸다. 민주당은 지역사랑상품권이용활성화법 개정안, 소상공인3법(에너지·임대료 지원 및 폐업 시 일시 상환유예) 등을 제안했다.

대형마트 온라인배송 규제를 완화하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견해차가 크다. 민주당이 소상공인 피해가 심각하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재명표 민생법안’인 지역사랑상품권활성화법 개정안도 뇌관이다. 국민의힘은 국비가 아닌 지역 예산으로 편성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모두발언에서 “야당이 법안의 발목을 잡는 경우는 종종 있었지만 여당이 파업을 통해서 그 법안을 통과 안 시키는 것은 처음이다. 지금까지 하나도 통과 안 된 것은 누구의 책임인가”라며 “20일은 무조건 예산을 통과하고 28일은 양 특검법과 이태원 특별법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 국정조사와 함께 하겠다”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예산안 처리가 해를 넘길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 경우 헌정 사상 처음으로 준예산이 편성될 수도 있다.

새 회계연도가 개시되는 1월 1일까지 예산안을 의결하지 못할 경우 정부가 전년도 예산에 준해 편성하는 예산이다. 이 경우 국가 운영에 필요한 규모만 최소한으로 책정되기 때문에 주요 정책이나 사업 등에 지장이 불가피해진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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