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촉구..."세계 의료시스템 위험, 악화"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기상이변으로 인해 전 세계 병원 12곳 중 1곳이 전체 또는 부분 폐쇄될 위험에 처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기후위기로 전염병 확산이 가시화되는 상황에 의료체계마저 붕괴될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가디언에 따르면 위험 분석 기관인 상호의존이니셔티브(XDI)는 '글로벌 병원 인프라의 물리적 기후 위험 보고서(2023 XDI Global Hospital Intrastructure Physical Climate Risk Report)'를 발표했다. 이번 세기 말까지 1만6245개 병원이 폐쇄될 고위험군에 속하게 된다고 전망했다. 이는 현재 고위험군에 속한 병원 수의 2배에 달한다.
상호의존이니셔티브의 과학기술 이사인 칼 말론(Karl Mallon) 박사는 "기후변화는 전 세계 사람들의 건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악천후로 인해 병원도 문을 닫게 된다면 어떻게 되냐"며 "화석연료의 신속한 단계적 폐지 없이는 수천 개의 병원이 의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게 돼 세게 보건 시스템의 위험은 더욱 악화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부 병원의 경우 허리케인이나 홍수 등 기상 이변에 대한 영향과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다만 이를 위해 막대한 비용이 필요해 골머리를 썩고 있다. 보고서는 기상 이변의 위험에 처한 주거용 또는 상업용 건물은 보험에도 가입할 수 없을 것이라고 봤다.
여기에 현재 전 세계는 전염병 확산에 떨고 있다. 홍수와 폭염 등으로 인해 새로운 국가나 지역으로 전염병이 확산될 위험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여름은 점차 더워지고 길어지면서 전염병 확산에 유리한 조건으로 변하고 있다.
국제아동권리 비정부기구(NGO) 세이브더칠드런에 따르면 기후위기와 엘니뇨 현상으로 열대성 전염병인 뎅기열이 확산하고 있다. 2000년에 약 50만건이던 뎅기열 환자는 지난해 420만건 이상으로 늘어났다. 20여년 만에 8배 급증한 것이다.
야시르 아라파트 세이브더칠드런 아시아 지역 시니어 건강 및 영양 어드바이저는 "아이들은 뎅기열로 인해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하고 있고, 가정의 경제적 부담도 증가하고 있다"며 "양육자이자 간병인이 병으로 사망할 때 가장 큰 영향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어 "모기를 통제하고 질병을 진단하며 치료하는 데 있어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며 "지금의 위기뿐만이 아니라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 극한의 날씨와 기후 충격을 더 잘 예측할 필요가 있다"고 호소했다.
이런 상황에서 병원 수까지 줄어든다면 의료 체계의 붕괴 가능성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 특히 중·저소득 국가가 기상 이변으로 인한 병원 폐쇄 문제를 겪게 될 가능성이 타 국가들에 비해 더 높다. 이번 세기 말까지 폐쇄 위험에 직면한 병원의 71%(1만1512개)가 중·저소득 국가에 속한다. 그중 동남아시아 지역의 비율이 가장 높다. 또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아 이 곳의 병원 5곳 가운데 1곳은 21세기 말까지 일부 또는 전면 폐쇄될 수 있다.
싱가포르 국립대학교의 지속가능의학센터소장인 닉 와츠(Nick Watts) 교수는 "기후변화가 의료 시스템의 안정성을 위협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의료 시설이 폐쇄되든 감당 어려운 여러 질병 발생으로 병원 시스템이 마비되든 인간에게 미치는 결과는 끔찍하다"고 경고했다.
상호의존이니셔티브는 폐쇄 위험에 처한 병원들의 위치와 이름을 공개하고, 각국 정부가 상황 점검을 통해 병원을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말론 박사는 "정부는 국민에게 필수 복지를 지속해서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각국 정부가 위기에 조치를 취하지 않거나 국제공동체가 도움이 필요한 정부를 지원하지 않는 것은 자국민의 안녕을 노골적으로 무시하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리고 있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다뤄질 전망이다. 국가들은 질병 확산과 기상 이변 등을 포함해 기후붕괴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약화시키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정라진 기자 jiny3410@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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