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UAE·獨, 1억달러씩 기금에 출연...4억2000만달러 이상 모여
모인 기금은 세계은행에 4년간 보관...일부 우려 목소리도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 연합뉴스.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정라진 기자]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기후 변화 피해를 입은 개발도상국들을 위한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주최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독일 등이 각각 1300억원가량을 기부하며 기후위기 수렁에 빠진 개도국을 구하기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에서 개막한 이번 총회 첫날 '기후 손실과 피해 기금'이 공식 출범했다. 이들은 기후변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 해양의 산성화, 해빙 등의 영향으로 재난 발생 비용이 상승하기 때문에 기금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모인 초기 자금만 총 4억2000만달러(약 5459억원) 이상이다. 주최국 아랍에미리트와 독일은 해당 기금에 각각 1억달러(약 1300억원) 기부를 약속했다. 영국은 6000만파운드(약 987억원), 미국은 2450만달러(약 318억원), 일본은 1000만달러(약 130억원)를 내놓으며 동참키로 했다. 유럽연합(EU) 측도 1억4500만달러(약 1886억원)을 기부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날 모인 기금은 세계은행에 4년 간 보관될 예정이다. 

다른 국가들 역시 오는 12일까지 이어지는 COP28 동안 기부에 동참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먼저 기부금을 낸 국가들이 다른 부유한 국가들에 기부금을 발표하라는 압력을 가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다만 기금 기부는 자발적으로 이뤄지며, 모든 개도국들은 기금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손실과 피해' 기금은 수년 동안 합의를 이끌어내기 위한 의제 중 하나였다. 선진국들이 초래한 기후위기의 피해를 개도국이 고스란히 받고 있다고 분석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이집트에서 열린 COP27에서 극적 합의가 이뤄졌지만, 운영 방식이나 규모, 주체 등 세부 사항 논의에 대한 진전은 없었다. 

이번 COP28에서도 회담이 끝날 때까지 구체화되기 어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지만, 예상과 달리 개막 첫 날 몇 시간 만에 세부 시행안이 합의됐다. 

개도국의 손실과 피해는 이미 일부 연구에 의해 연간 4000억달러(약 523조원) 이상으로 추정되며, 앞으로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전문가들은 지금 이 시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중남미 카리브해에 위치한 바베이도스의 기후특사인 아비나쉬 페르소드(Avinash Persaud)는 "(이번 기금 출범은) 힘들게 싸운 역사적 합의"라며 "'손실과 피해'는 머나먼 위험이 아닌 세계 인구의 절반가량이 살아가는 현실의 일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기후위기로 수십년의 발전을 후퇴시키지 않으려면 재건과 재활에 돈이 필요하다는 인식을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한 자선단체의 글로벌 옹호 책임자인 마리아나 파올리(Mariana Paoli)는 "기금을 합의하고 설립했다는 것은 개도국 협상가들의 결단력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말했다. 

다만 "세계은행이 기금의 임시 호스트가 된다는 사실은 개발도상국들에는 걱정거리"라며 운영주체가 세계은행인 것을 지적했다. 

파올리는 "취약한 지역사회가 자금에 쉽고 직접적으로 접근할 수 있도록 면밀히 조사해야 하며, 전체 운영은 세계은행이 일반적으로 운영하는 것보다 훨씬 더 투명하게 운영된다. 이는 각국이 합의한 조건으로, 지켜지지 않을 경우 별도의 협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제 환경 싱크탱크 E3G의 애널리스트 알렉스 스콧(Alex Scott)은 "거대한 돌파구가 될 것"이라며 "이제 선진국들의 정책입안자들은 기금에 얼마나 투자할 것인지에 대해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손실과 피해' 기금은 공식 출범했지만, 오는 12일 회의가 마무리되면서 최종적으로 확정될 예정이다. 

 

정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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