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경호 부총리도 유예 관련 법 개정 연내 처리 촉구
“법 실효성 떨어지고, 소규모 기업 형사처벌시 폐업 불가피”
노동계는 반발… “안전조치 의무 이행 시 처벌대상 아냐”
[한스경제=조나리 기자]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을 유예할 것을 촉구하기 위한 압박이 전방위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제단체들이 법 적용의 문제점을 지적해온데 이어 정부에서도 국회에 유예 여부를 조속히 처리해 줄 것을 당부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비상경제장관회의 겸 수출투자대책회의’를 주재하고 법 적용 시기 유예 관련 법 개정안을 연내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
추 부총리는 “내년 1월부터 50인 미만 사업장에 대해 중대재해법이 전면 적용될 경우 아직 충분한 준비와 대응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의 부담이 매우 클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정부도 법 시행 후 지난 2년간 기업과 함께 중대재해 예방체계를 갖추고자 노력을 기울여왔다”며 “이에 더해 다음 달에는 취약분야를 중심으로 안전관리 기반을 확충하기 위한 추가 대책을 마련해 신속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사업장에서 사망 등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의무를 소홀히 한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이다. 2021년 법 제정 당시 5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대상에서 제외했다. 다만 5인 이상~50인 미만 사업장은 3년간 적용을 유예했다. 내년 1월 50인 미만 사업장의 법 적용을 앞두고 국회에서는 유예 기간을 2026년으로 2년 더 연장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앞서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등 경제단체들은 각각 법 적용 시 나타날 부작용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경총은 지난 21일 ‘50인 미만 사업장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보고서를 발표하며 “소규모 기업에 안전·보건 관리체제 의무를 일부만 적용한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정합성을 고려해야 한다”면서 “50인 미만 기업은 산업법과 중처법상 처벌대상이 동일해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현재 50인 미만 사업장은 사업주(대표)가 직접 안전·보건업무를 총괄·관리하고 있어 사망사고 발생 시 산안법 또는 형법으로 형사처벌 되고 있다.
경총에 따르면 중처법과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기업의 82.1%(28개소 중 23개소)와, 법원 판결을 받은 10개 사업장 중 9개 사업장이 300인 미만 중소기업이다. 또한 법원 판결을 받은 400인 미만 중소기업 9개중 5개 사업장이 상시근로자가 50인이 안되는 소규모 건설업체다.
이에 대해 경총은 “대기업 경영책임자의 처벌을 주된 이유로 제정된 중처법 적용(기소 및 처벌)이 중소기업에 집중되고 있다”며 “내년에 50인 미만 사업장까지 적용될 시 소규모 기업 대표의 형사처벌 시 회사는 폐업할 수밖에 없고, 근로자들 역시 실직 등의 부작용만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한상의에서도 비슷한 의견을 피력했다. 지난 15일 ‘50인 미만 중소기업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실태조사’를 발표한 대한상의는 “중처법 전면 시행을 앞두고 있지만 50인 미만 중소기업들은 아직도 준비가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주장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50인 미만 회원업체 641개를 대상으로 중처법 대응 조치 여부를 조사한 결과, 응답기업의 76.4%가 종전 상태를 유지(39.6%)하거나 조치 사항을 검토 중(36.8%)이라고 답했다. 또한 중처법이 당초 입법취지와 달리 중대재해 예방보다는 처벌만 강화됐다는 지적이다. 대한상의는 “법이 적용되고 있는 5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법 시행 전인 2021년 대비 2022년 사망건수는 1.7% 감소에 그쳤고, 올해 3분기까지를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오히려 4,4% 증가했다”고 설명했다.
대한상의에 따르면 중소기업들은 중처법 대처가 어려운 이유로 ‘안전관련 법 준수사항 방대성’(53.7%)을 가장 많이 꼽았다. 이어 △안전관리 인력 확보(51.8%) △과도한 비용부담 발생’(42.4%) △안전지침 위반 등 근로자 안전인식 관리(41.7%) 순으로 답했다. 다만 대한상의는 중처법 시행으로 50인 미만 사업장의 안전관리 인식이 향상됐다고 밝혔다. 사업장의 안전관리 인식을 묻는 설문에 응답기업의 95.5%가 ‘안전관리에 신경을 쓴다’고 답했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50인 미만 사업장의 중처법 적용 유예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중처법은 안전조치 의무를 다했음에도 불가피하게 사망자가 발생한 경우 사업주에게 책임을 묻지 않기 때문이다. 아울러 경미한 사고는 처벌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모든 산업재해가 처벌 되는 것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경총도 중처법 적용시기 추가 연장과 함께 소규모 기업 특성을 고려해 책임자 의무를 재설정하고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 및 소규모 기업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조나리 기자 hansjo@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