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민감 정보 유출, 상업적 목적 활용, 보험 가입 제한 등 우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반대 시위 현장. 무상의료운동본부 제공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 반대 시위 현장. 무상의료운동본부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법으로 불리는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지난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그러나 25일 본회의에 상정될 예정이었던 해당 법안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체포 동의안 건으로 연기되면서 오리무중에 빠졌다.

지난 2009년 추진된 개정안은 우리나라 국민 4000만명이 가입한 실손보험의 청구를 간소화해 편의를 도모하는 것을 골자로 한다. 실제로 보험 소비자가 청구하지 않은 실손 보험금이 연평균 약 276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해당 법안은 실손보험의 보험금 청구를 위한 전산시스템을 구축·운영하도록 하고 가입자 요청에 따라 관련 서류를 보험회사에 전자적으로 전송하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았다. 그동안 실손보험 청구를 하려면 보험 가입자가 직접 병원이나 약국을 방문해 서류를 발급받고 이를 보험사에 제출하는 등 과정이 필요했으나 이를 간소화한 것이다.

하지만 의사, 환자, 시민단체가 해당 법안을 '환자 정보 약탈법이자 의료 민영화법'이라며 강경한 반대 의사를 표하고 있다. '민간보험사가 연간 수천억이라는 낙전수익을 포기하고 간소화법을 환영한 이유는 해당 법안이 '민간보험사만을 위한 법'이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이들 단체는 △민감 정보 유출 △사용 목적을 알 수 없음 △상업적 목적으로 활용 가능 △보험 가입 제한 등 불이익 가능성 등을 우려했다. 여기에 친 보험사 의원들이 민영보험을 지원·활성화하기 위해 해당 법을 추진했다는 입장도 덧붙였다.

의료민영화 저지와 무상의료 실현을 위한 운동본부 관계자는 "국민의 민감한 개인정보가 담긴 의료데이터가 민영보험사로 넘어가면 국민건강보험이 약화되고 의료양극화가 나타날 수 있다"며 "실제로 개인의료정보 전자전송이 가능해지면 보험사는 데이터 수집·축적 비용도 줄이면서 손쉽게 개인의료정보를 취득할 수 있다"고 밝혔다.

법안의 마지막 관문인 국회 본회의가 25일 무산된 가운데, 장점과 단점이 극명한 해당 법안의 다음 본회의(11월 9일 예정) 결과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전국보건의료산업노조 관계자는 "해당 시스템으로 돈을 주는 보험사는 갑, 병원이 을이 되면 의료기관은 보험사가 허용하지 않은 진료를 할 수 없다. 결국 의료기관과 계약한 민간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한 미국처럼 국민 건강보험이 무용지물로 전락할 수 있다"며 "보험사가 보험업법 개정을 추진하는 근본적 목적은 환자에게 연간 2760억원의 실손보험금을 되돌려주기 위함이 아닌 환자정보 수집과 직불 시스템 구축에 있다. 국회 본회의에서는 이 악법 처리가 반드시 중단돼야 한다"고 호소했다.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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