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5일부터 복제약 7675개 가격 최대 27% 인하
제약업계, 품질 저하 및 R&D 투자 둔화 우려
3000억여원 매출 감소 예상…존폐 위기까지
신약 개발 이미지. /펙셀스 제공
신약 개발 이미지. /펙셀스 제공

[한스경제=양미정 기자] 오는 5일부터 제네릭 의약품(복제약) 7675개의 가격이 최대 27% 인하된다. 그러나 가격 인하가 정부의 국산 신약 개발 지원이나 국내 제약 산업 육성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업계는 약가 인하로 인한 품질 저하와 R&D 투자 둔화를 우려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1일 제16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를 열고 의약품 상한금액 1차 재평가 결과 등을 논의했다. 재평가 대상 제네릭 의약품 1만6723개 품목 중 9048개 품목은 상한금액이 유지됐고, 7675개 품목은 인하됐다. 

정부는 이번 약가 인하 정책에 따라 연 2978억 원의 건강보험 지출을 줄일 수 있게 됐다. 이에 따라 해당 재정을 국산 신약 개발지원 등에 사용할 것으로 예고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재평가를 통해 제네릭 의약품의 품질을 제고하고 절감된 재정은 신약 개발지원 및 필수 약제 적정 보상 등에 활용할 예정"이라며 "약제비 지출 효율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건강보험 재정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겠다"고 말했다.

반면 제약업계는 3000억여원 만큼의 매출 감소를 감수해야 하는 상황. 특히 대다수 매출을 복제약에 의존하는 중소제약사의 타격이 클 것으로 보인다. 

이들은 당장 원료 지출, R&D 투자금, 영업비용, 판관비 등을 줄여 영업이익을 유지하겠지만 장기적으로 품질과 인지도 저하, 경쟁력 약화로 인해 존폐 위기까지 거론하는 상황이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제네릭으로 얻은 수익을 신약 개발에 투자하는 국내 제약사에게 약가 인하 정책은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라며 "유례없는 가격통제가 신약 개발로 가는 길을 더욱 멀고 험난하게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의 자유시장경제 개입'이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육성과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는 기존 발표와 상충한다고 지적한다. 약가 인하로 마련한 건보 재정을 국내 제약 산업 육성에 사용할 것을 촉구하는 상황.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최근 물가 상승으로 인해 값싼 수입산 원료에 의존하는 제약사가 점차 많아지고 있었는데 약가 인하가 기름을 부은 격"이라며 "앞으로 더욱 많은 제약사가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수입산 원료를 사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국내 제약사 약값을 깎아 마련한 건보 재정이 국내 제약 산업 육성에 사용되길 기대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양미정 기자

저작권자 © 한스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