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품 저탄소화, 공정 과정에서 탄소저감 가속화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 궁극적 목표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올해 70주년을 맞은 현대제철이 ‘2050년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2030년까지 직·간접 탄소 배출량 12% 감축에 나서는 등 저탄소 공정을 고도화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미국의 지속가능한 글로벌 철강 협정(GSSA) 등 갈수록 탄소배출 규제가 강화되는 ‘그린 보호무역주의’를 정면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당장 10월 유럽연합에서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비료, 전기, 수소 등 6개 품목에 탄소국경세를 부과해 부담감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탄소국경세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탄소배출량 추정치를 EU 온실가스배출권거래제(ETS)와 연동해 세금을 매기는 제도다. 철강, 알루미늄 등 관련 품목을 수출하는 기업은 10월부터 탄소배출량을 의무적으로 보고해야 한다. 2025년까지는 전환 기간으로 정해 탄소배출량만 보고하고,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탄소국경세’를 매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3년 동안 한국이 EU로 수출한 철강제품(탄소세 대상) 평균 수출액은 27억6,300만달러(3조6,720억원)로, 총 수출액 270억달러(35조 8,830억원) 중 10.2%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현대제철이 집중하고 있는 기술은 탄소 감축 기술 개발이다. 우선 고로 제품의 품질을 유지하면서 저탄소화된 자동차용 고급 강재 생산을 위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또한 기존 전기로를 활용하는 방안을 먼저 적용해 실행 가능성을 높이고 추후 신(新) 전기로를 개발해 2030년까지 탄소 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일 계획이다.
현대제철 안동일 사장은 “탄소중립은 선택이 아닌 필수로 신성장 동력 확보와 지속 가능한 친환경 철강사로 나아가기 위해 현대제철의 모든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제품의 저탄소화와 공정 과정에서 탄소저감을 통해 2050년까지 탄소중립(Net-Zero)을 달성할 계획으로 이를 위해 생산체제 혁신과 청정에너지 전환에 집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신(新)전기로 신설, 탄소배출 40% 저감 강재 2030년 런칭
현대제철은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생산 체제 구축을 2단계에 걸쳐 진행한다. 1단계로 기존 전기로를 활용해 저탄소화 된 쇳물을 고로 전로공정에 혼합 투입하는 방식을 적용하고, 2단계에서는 현대제철 고유의 신(新)전기로를 신설해 2030년까지 탄소배출이 약 40% 저감된 강재를 시장에 선보인다는 구상이다.
현대제철은 2022년 세계 최초로 전기로를 활용한 1.0GPa1) 급 저탄소 고급 판재 생산에 성공한 바 있다. 고로에서 철광석과 석탄을 환원해 쇳물을 만들어내는 기존 방식 대신, 전기로에서 직접환원철 및 철스크랩(고철)을 사용해 탄소발생을 줄였다. 미세 성분 조정이 가능한 특수강 전기로 정련 기술과 자동차용 초고장력강 압연 기술을 활용해 고로 대비 탄소 배출을 30% 이상 저감했다.
신전기로에는 현대제철의 독자기술에 기반한 저탄소제품 생산체계 ‘하이큐브(Hy-Cube)’기술이 적용된다. 하이큐브는 신전기로에 철스크랩과 고로의 탄소중립 용선, 수소환원 직접환원철 등을 혼합 사용해 탄소배출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최고급 판재를 생산하는 핵심기술이다. 스크랩(고철)을 녹여 쇳물을 만드는 기존의 전기로에서 발전해, 철 원료를 녹이는 것부터 불순물을 제거하고 성분을 추가할 수 있다.
현대제출의 궁극적 목표는 수소 기반 철강 생산체제 전환이다. 공정별 탄소배출 저감에서 밸류체인까지 고려한 완성형 생산체제를 구축하고 기존 전기로에서 생산이 불가능했던 고성능·저탄소 제품을 신전기로를 활용해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원료, 공정, 제품측면 에서 유연성을 확보하고 시장 환경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안 사장은 “고로와 전기로 양 부문의 시너지라는 현대제철만의 강점을 바탕으로 수립된 ‘하이큐브’는 원료와 공정, 제품 측면에서 탄소 저감 과제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며, “신개념 전기로에 스크랩(고철)과 용선(고로에서 생산된 저탄소 쇳물), 수소환원 DRI(직접환원철) 등을 사용해 탄소 발생을 최소화하며 자동차강판 등의 고급판재류를 생산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 RE100 산업단지 2023년 준공
현재 현대제철은 저탄소 공정 및 제품 검증 획득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9월에는 DNV로부터 저탄소 공정과 특수강 선재 제품에 대한 탄소발자국(CFP, Carbon Foot Print) 3자 검증을 획득한 게 대표적이다. 이로써 현대제철은 전기로 용강(저탄소 쇳물)과 고로 용선을 혼합해 저탄소 제품을 생산하는 고유 생산 프로세스인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에 대한 적합성 및 신뢰도를 확보했다. 또한 특수강 선재 제품은 기존 고로재 대비 약 30% 이상 탄소가 저감된 제품으로 시장에서 품질과 환경성을 동시에 만족시킬 수 있는 가능성도 확인했다.
현대제철은 올해 DNV UK로부터 직접환원철을 가공처리한 열간성형철(HBI, Hot Briquetted Iron)과 패각 석회석 사용으로 1만5,647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다고 검증받았다. 나아가 열연, 후판, 냉연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검증 받아 고객사에 북앤클레임(Book and claim) 방식으로 저탄소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수량을 확보했다. 북앤클레임 방식은 검증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일부 제품에 할당시킴으로써 저탄소 제품을 인증하는 것으로 아르셀로미탈, 타타, 티센크룹 및 고베제강 등 유럽, 일본의 선진 철강사에서 활용하고 있다.
안 사장은 “현대제철은 저탄소 공정으로 생산한 물리적인 저탄소 제품뿐만 아니라, 폐열회수, 저탄소 원료 사용 등으로 인한 감축실적을 이용한 북앤클레임 방식을 활용해 저탄소 제품의 폭을 넓혀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당진시, 현대그린개발과 ‘RE100 산업단지 조성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는 등 RE100 달성을 위한 사업도 구체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RE100 산업단지는 2023년 준공을 목표로 당진제철소 인근 송산면 가곡리 일원에 약 45만 8,900㎡ 규모로 조성될 예정이며, 신재생에너지 전력공급 인프라로 태양광 1.75MW, 바이오매스 10MW 등 총 69.25MW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다.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함께 탄소 포집·활용·저장 기술(CCUS, Carbon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 수소 생산 및 에너지 효율 향상 기술 협력도 나서고 있다. 이를 통해 그린철강 기반 기술인 수소 생산, CCUS, 무탄소 연소 등 중장기적으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기술과 더불어 수소 생산량을 2배로 늘리는 '블루수소’ 생산기술 개발을 추진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에 드는 대량의 환원용 수소 생산 기술 확보도 가속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안 사장은 “올해는 탄소중립 전환을 가속화하며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라며, “이를 위해 높은 품질의 저탄소 고급 강재 생산을 목표로 ‘전기로-고로 복합 프로세스’ 생산 체계를 구축하는 것을 시작으로 우리 제품을 사용하는 고객사의 탄소중립 실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