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AI 열풍에 반도체 수요도 급증해
‘삼성, 2나노 이하 로드맵 발표’에 견제구
TSMC 2나노, 24년 시범 생산·25년 양산 목표
중화민국 신주과학공원에 소재한 TSMC 전경 / 연합뉴스 제공
중화민국 신주과학공원에 소재한 TSMC 전경 / 연합뉴스 제공

[한스경제=이다겸 기자]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 기업인 대만 TSMC가 대만 남부 가오슝 지역 공장에서 ‘2나노미터(㎚, 10억분의 1m)’ 공정 제품을 생산할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8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할 계획이었으나, 경쟁사인 삼성전자와 인텔이 가세하면서 ‘2나노’로 전환해 조기 생산에 착수한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 4월 TSMC는 28나노 대신 5~7나노 공정 제품을 생산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황런자오 TSMC 최고재무책임자(CFO) 대변인은 “유럽의 반도체 업황 둔화를 고려했다”며 “3나노 이하 공정 건설 계획이 시급하다”고 업계 투자 확대 기조를 비쳤다. 3개월이 지난 시점에 더욱 고도화된 2나노 미세 공정으로 전환한 것이다.

지난 17일 연합보, 타이완 뉴스 등 대만 언론은 TSMC가 급성장 중인 인공지능(AI) 시장에 대처하기 위해 남부 가오슝 공장에 2나노 공정을 구축·생산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TSMC는 기존 반도체 공장인 북부 신주과학단지 바오산 지역 ‘20팹(fab·반도체 생산공장) 외에 추가 생산 라인을 구축한다는 방침이다.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TSMC의 계획 변경은 AI 산업이 성장하고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응책 마련에 나선 것이라고 밝혔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인공지능 반도체 시장은 지난 2022년부터 연평균 17.3% 성장해, 2030년에는 1170억달러(약 153조원) 규모까지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TSMC 2나노 공정 수율에 대해 글로벌 AI 기업인 애플과 엔비디아, AMD 측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대만경제일보는 이들 기업이 연초에도 TSMC에 AI 반도체를 긴급 주문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3사 고객사의 긴급 발주로 인해 TSMC 2분기 영업이익 감소 폭이 대만달러 기준 약 3% 수준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TSMC의 2나노 전환은 파운드리 2위 기업인 삼성전자에 대한 견제 일환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오는 2025년부터 2나노 반도체 양산을 계획 중이라고 밝혔다. 삼성전자가 최근 2나노 이하 공정 로드맵을 발표하면서, AI 시대에 대응하는 최첨단 공정으로 TSMC를 따라잡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대만 언론은 TSMC가 올해 초 공장 건설 계획 변경 등의 의사를 가오슝 시측에 전달했고, 경제부 등에도 전력·공업용수 공급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TSMC가 장비업계에 내년 3분기부터 2나노 공정용 장비 반입을 요청했다”며 “장비 반입이 (북부 지역인) 신주 바오산 공장보다 약 1개월 늦을 것”이라고 공급망 관계자를 인용해 설명했다.

다만 연합보는 2나노 공정이 전력 소모량이 많은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사용하기 때문에 환경 영향 평가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 상황이다. 가오슝 시측은 물과 전기 등 문제 사항에 대해 시 정부와 중앙 정부 간의 후속 협력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만 언론은 소식통을 인용해 2나노 반도체는 내년 하반기 시범 생산을 거쳐 2025년 양산을 목표로 하고 있고, 20일 실적 설명회에서 관련 내용을 밝힐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내다봤다. 웨이저자 TSMC 최고경영자(CEO)도 지난 1일 열린 콘퍼런스콜에서 “2나노 관련 일정이 예상보다 이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2024년 시범 생산, 2025년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이다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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