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억달러 투자…2030년까지 브라질 등에 300종 나무 2억그루 식재
공급망 탄소배출량 중 일부 상쇄·생물다양성 복원 등 목적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영국의 최대 제약회사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파스칼 소리오(Pascal Soriot) 최고경영자(CEO)가 기후위기를 경고하며 전 세계에 나무 2억 그루를 심는 계획을 발표했다.
28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파스칼 CEO는 "기후변화와 생물다양성 손실이라는 2가지 위기가 지구와 인류의 건강을 해치고 있다"고 경고하며 오는 2030년까지 4억 달러(약 5246억원)을 투자해 전 세계에 나무 2억 그루를 심는 계획을 발표했다.
가디언은 이 계획이 전 세계에서 가장 규모가 큰 '나무 심기 프로젝트' 중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2020년에도 2025년까지 높이가 50m 이상인 나무들을 심고 유지하기로 약속한 바 있다. 이후 호주·인도네시아·가나·영국·미국·프랑스 등에 나무 1050만 그루(300종)를 심었다.
이번에 발표된 '2억 그루 심기' 계획은 앞서 약속한 프로젝트를 확장하는 차원으로, 나무 2억 그루는 브라질·베트남·가나·르완다·인도 등에 심어질 예정이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등 열대림이 있는 국가는 이산화탄소를 가장 많이 흡수하며 지구온난화와의 전쟁에서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고 가디언은 강조했다.
지난 2021년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6)에서 세계 각국의 지도자들은 열대우림 파괴를 중단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을 했지만, 지난해에도 스위스 면적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개간되면서 산림 파괴는 더 악화됐다.
세계자원연구소와 메릴랜드 대학교의 통계에 따르면 열대 지방은 2021년보다 10% 더 많은 산림을 잃었다. 산림 손실로 인해 2.7기가톤(Gt)의 이산화탄소가 배출됐으며, 이는 인도의 연간 화석 연료 배출량과 같은 양이다.
아스트라제네카는 나무 심기 프로젝트를 통해 약 3000만 톤(t)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고 있는 아스트라제네카는 공급망에서 사용하는 계약업체의 탄소 배출량 중 일부를 나무 심기 프로젝트가 상쇄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스칼 CEO는 "탄소배출권은 '이중 계산'을 피하기 위해 나무를 심는 국가의 정부와 공유된다"고 말했다.
탄소배출권은 지구온난화를 유발하거나 가중시키는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는 권리다. 배출권을 할당받은 기업들은 할당 범위 내에서 온실가스를 사용해야 한다. 남거나 부족한 배출권은 시장에서 거래할 수 있다.
아스트라제네카의 이번 프로젝트는 비정부기구(NGO)와의 협력을 통해 추진된다. 유럽산림연구소 등 독립적인 전문가들의 감사와 평가를 받게 되며, 사회적 공헌 측면에서는 지역 주민을 위한 일자리를 창출해 최대 8만 명의 생계를 지원할 것으로 예상된다.
파스칼 CEO는 나무를 올바른 위치에 심고 이후에도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중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의식한 듯 "아스트라제네카의 프로그램은 나무를 (단순히) 일렬로 심는 것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우리는 나무심기를 통해 (온실가스를 줄일 뿐만 아니라) 생물다양성을 복원하고자 한다. 숲을 이전의 모습 그대로 복원하고 싶다"며 "드론을 사용해 나무의 성장과 건강을 평가하고, 고해상도 위성 이미지를 사용해 나무의 상태와 나무들이 물과 토양·탄소저장량에 미치는 영향을 모니터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가디언이 1961년 이후 열대 및 아열대 지역에서 이뤄진 나무 심기 이니셔티브를 검토한 결과, 수십 개의 단체가 총 14억 그루의 나무를 심었다고 보고했지만, 모니터링을 언급한 단체는 18%에 불과했다. 생존율을 측정한 단체는 이보다 더 적은 5%였다.
일각에선 일부 지역에 한해 자연 재생된 나무가 심은 나무보다 수명이 길었던 사례 등을 토대로 숲에 떨어진 씨앗이 발아해 자연적으로 자라는 나무가 심는 나무보다 모든 측면에서 더 낫다고 주장한다.
실제 학계에서도 나무를 심는 것보다 자연적으로 재생된 나무가 더 잘 살아남는 데다, 나무를 심지 않은 산림의 자연 복원이 조림(造林)보다 40배 더 많은 탄소를 흡수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와 관련해 파스칼 CEO는 "우리의 프로젝트 중 일부도 자연 재생을 활용하는 곳이 있다"며 "(다만) 우리가 작업하는 지역 중 일부는 너무 황폐화돼 나무가 자연적으로 재생하는 데 수십 년이 걸릴 수 있다"고 말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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