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함양군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농가, 도입 전보다 연간 수익 12배 이상 늘어나
탄소중립, 농가소득 증대, 작물생산까지 일석삼조…악천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도 감소
지구촌 곳곳에서 기후이변이 연이어 발생하고 있다. 폭우, 폭염, 산불, 가뭄, 홍수 등 기후이변을 넘어 기후재앙까지 걱정하는 시대가 됐다. 이제 인류의 공동목표는 지구 표면온도 1.5°C 상승 제한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화석연료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에너지 전환에 전 세계가 나서고 있다. 이에 한스경제는 [1.5°C HOW 신재생에너지가 답이다]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확대 필요성, 글로벌 및 국내 신재생에너지 동향, 신재생에너지 전망, 기업 신재생에너지 솔루션 및 기술 현황 등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한스경제=권선형 기자] 산업단지태양광과 더불어 국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핵심 열쇠로 꼽히는 있는 것은 영농형태양광이다. 영농형태양광은 농지 상부에 태양광 패널을 갖춘 발전소를 구성하고 패널의 하부에서 작물을 재배하는 형태로, 패널 하부에 작물이 요구하는 광포화점을 초과하는 일사량을 제공해 태양광 발전과 함께 작물도 재배할 수 있는 모델이다.
한국환경연구원에 따르면, ‘2050 탄소중립’ 목표 시나리오 달성에 필요한 태양광 수준을 영농형으로 충당할 경우, 2050년 예상되는 전체 태양광 설치용량 305GW 중 약 229GW 수준을 농지 20%(태양광 효율 30% 기준)를 이용해 보급이 가능하다.
2019년 기준 국내 전체 농지 면적 총 15,760km2(약 160만 ha)의 5%에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할 경우, 약 34GW의 태양광발전소를 지을 수 있다. 이는 국내 총 인구의 90%가 넘는 약 4,800만 명이 가정에서 1년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 농가 소득 증대하는 영농형태양광
영농형태양광의 가장 큰 장점은 위기에 처한 농촌의 새로운 수익 모델로 활용될 수 있다는 점이다. 경남 함양군 기동마을의 영농형태양광 모델이 대표적인 사례다.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 발전소는 지역 주민으로 이뤄진 ‘기동마을 사회적협동조합’이 농사를 짓기 어려운 고령 농민의 농지를 임대하고 약 100kW 규모의 영농형태양광 전용 모듈을 설치한 곳으로, 연간 150명이 사용할 수 있는 전력을 생산하고 있다.
현재 기동마을 영농형태양광은 한 농가에서 3,068㎡(928평)의 논을 빌려 2019년 4월부터 쌀과 전력(100kW 규모)을 생산하고 있다. 영농형태양광을 도입하기 전에는 논에서 쌀 2,700kg을 수확해 연간 약 250만원의 수익이 발생했다. 반면 영농형태양광을 설치한 후에는 쌀 수확량이 3분의 2 수준인 1,800kg으로 줄었지만, 태양광 시설 설치에 따른 농지 임대료(연간 약 500만원)가 들어오면서 농가의 수익은 연간 420만원 증가했다. 여기에 더해 전기 판매수익은 2021년 기준 총 2,942만원이었다. 영농형태양광 설치에 따른 연간 수익이 약 250만원에서 약 3,362만원으로 13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영남대학교 정재학 교수 연구팀에 따르면, 2021년 국내 전력 가격을 기준으로 영농형태양광발전 수익을 계산한 결과 100kW 규모 발전소를 기준으로 연간 787만원~1,322만원의 소득이 발생한다. 이는 동일한 면적의 농지(약 700평)에서 벼농사를 지을 경우 기대되는 연간 농경 소득인 약 240만원의 3~5배 이상이다.
◆ 일부 농작물 생산성 증대 효과도…악천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 감소
농사에 지장을 주지 않도록 설계, 시공되는 영농형태양광은 일부 작물에서는 생산성이 증대되는 효과도 내고 있다.
농업기술원과 국내 전력 기업이 2018년부터 실시한 영농형태양광 실증조사에 따르면, 녹차의 수확률은 11%, 포도의 수확률은 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녹색에너지연구원이 2019년부터 실시한 실증조사에서는 녹차의 수확률이 5~21%까지 증가했다.
영농형태양광은 폭염, 폭우, 냉해 등 악천후에 따른 농작물 피해를 감소시키는 ‘그림자 효과’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 위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하는 영농형태양광은 물 증발을 막아 토지의 습도를 유지해 가뭄을 예방하고, 겨울철에는 추운 공기의 흐름을 막아 냉해 피해를 줄일 수 있는 것이다.
2019년부터 농림축산식품부, 전남도, 나주시의 지원을 받아 녹색에너지연구원이 5년째 실증 연구를 한 결과, 나주 금천면의 배 과수 냉해 피해율이 일반 과수 농가보다 미미한 것으로 조사됐다. 영농형태양광 하부의 배 과수는 냉해가 1.0%로 거의 발생하지 않은 반면, 대조구에서는 60%에 달하는 감수 피해가 발생했다. 대조구의 배꽃은 대부분 갈변하고 씨방이 고사했지만, 영농형태양광 하부의 배 화총은 대부분 온전한 상태로 유지됐다.
국내에 영농형태양광을 처음 도입한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김창한 사무총장은 “실증단지에 영농형태양광 모델을 적용해 검증한 결과 쌀 생산 감수율 14~18%, 양파, 배추 감수율 8~12%, 감자 감수율 15%에 그쳤고, 일부 작물은 오히려 생산량이 늘어난 결과도 있다”며, “동시에 영농형태양광발전을 통해 매월 수입도 얻고 있어 탄소중립과 농가 소득 증대, 작물 생산까지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는 방법이 영농형태양광”이라고 말했다.
◆ 재생에너지 확대하고 농촌 인구와 식량자급률 높여
영농형태양광은 농지를 지키며 농작물을 생산하는 방식으로, 동시에 전기 생산을 통한 농가 소득이 늘어 농촌 인구 유입 효과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국내 농업 인구는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고령화되고 있다. 농지 면적도 꾸준히 감소세를 유지 중이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전국 농지 면적은 2011년 169만 8,000ha에서 2020년 기준 156만5,000ha로 약 8% 줄었다. 특히 농업진흥구역 내 농지 면적은 연간 약 2,000ha씩 감소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농가인구는 2016년 약 250만명에서 2021년 약 220만명으로 5년 만에 약 12%가 줄었다.
이로 인해 식량과 곡물자급률은 역대 최저로 떨어졌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식량자급률은 2015년 50.2%에서 2019년 45.8%로, 50%가 깨졌다. 쌀 자급률은 2015년 101%에서 2019년 92.1%로, 곡물자급률은 2015년 23.8%에서 21%로 각각 떨어졌다.
한국영농형태양광협회 김창한 사무총장은 “도시에서 직장생활, 사업을 하다가 농촌으로 내려오는 젊은이들이 가끔 있지만, 소득이 많지 않아 결국 정착하지 못하고 역귀농한다”며, “농민, 농촌 활성화의 핵심은 소득 보장으로 영농형태양광은 농사를 지으면서 동시에 매월 고정 수입이 발생해 어느 정도 안정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안정적인 수입이 생기면 젊은이들이 농촌에 들어와 농사를 짓고, 농사를 지으면 농지 보존과 식량자급률도 높아져 모두가 좋은 선순환 구조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다양한 효과가 기대되는 영농형태양광은 현재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를 위한 관련 법률 제·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 중이다. 현행 농지법 시행령에는 영농형태양광과 같이 농지를 다른 용도로 사용할 때 허가 기간은 최장 8년이다. 이 기간이 지나면 수명이 약 25년 이상인 태양광발전소를 철거해야 한다.
주민 수용성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2019년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서 수행한 농촌태양광 발전에 대한 농민 인식 조사에 따르면, 태양광 반대 이유로 경관훼손(35.6%), 환경오염 우려(23.1%)를 꼽았다.
한 영농형태양광 업계 관계자는 “감자, 배추, 미모작 재배 밭토양에 태양광 모듈을 설치한 처리구와 설치하지 않은 대조구 토양의 비소 등 중금속 8개 성분을 분석한 결과, 모두 기준치 이하로 검출된 것으로 입증되는 등 토양의 중금속 오염 우려는 없다고 보고되고 있다”며, “현재 수행 중인 실증사업을 확대해 다수의 성공모델을 개발하고 영농형태양광에 대한 정확한 기술적 환경적 경제적 정보를 제공해 사회 인식 개선에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다른 관계자는 “영농형태양광 활성화는 농촌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한편, 재생에너지를 효율적으로 확대할 수 있는 대책으로 무엇보다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 달성과 기후위기 대응에도 효율적인 방안”이라고 말했다.
권선형 기자 peter@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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