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해외 의존도·유사한 에너지 소비 구조 등 공통점…에너지정책 공조 시동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일본정부가 저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목표로 수소산업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앞으로 15년 동안 140조원을 투자하고 2050년까지 연간 수소공급량도 대폭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은 한국과 유사한 에너지 소비 구조를 가진데다 해외 의존도가 높다는 공통점이 있어, 원전을 통한 수소산업 활성화에 속도를 내고 있는 윤석열정부와의 에너지 공급망 강화 협력이 기대된다.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최근 일본정부는 향후 15년 동안 수소공급에 1075억 달러(약 140조 5000억원)를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연간 수소공급량을 2040년까지 1200만톤(t)으로 늘리겠다는 수정된 목표도 함께 제시했다.
일본정부는 2050년까지 글로벌 수소 시장이 연간 2조 5000억 달러(약 3267조 5000억원)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에 맞춰 연간 수소공급량도 2050년까지 2000만톤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일본 자원에너지청에 따르면 지난해 3월 기준 일본 내에서는 연간 약 193만톤가량의 부생수소가 제조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됐다. 부생수소는 석유화학 공정이나 철강 등을 만드는 과정에서 부수적으로 발생하는 수소로, 생산과정에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는 '그레이수소'로 분류된다. 현재 전 세계에서 제조되는 수소의 대부분도 그레이수소다.
일본정부는 지난 2017년 세계 최초로 수소산업 육성 전략인 '수소기본전략'을 수립했다. 여기에는 2050년 수소사회 실현을 목표로 2030년까지의 구체적인 추진 계획이 담겼다.
올해 일본정부는 2050년 '넷제로'(Net Zero)를 달성하기 위해 수소기본전략 중 일부를 수정했다. 연간 수소 공급량 목표를 늘리고 투자규모를 확대하겠다는 발표는 그 일환이다.
한국은 집권 2년차를 맞은 윤석열정부가 원전 확대를 통한 청정수소 생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재생에너지가 부족한 우리나라 여건상 원전을 연계한 청정수소 생산이 경제성과 에너지안보 강화에 기여할 수 있다는 시각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이 진행 중인 '원자력 청정수소 생산 기반연구' 성과에 따라 원전 수출과 연계해 수소생산 플랜트의 수출산업화 등도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수소산업 규제혁신 추진도 속도를 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달 30일 출범한 '수소산업 규제혁신 민관협의체'를 통해 규제개선 과제를 상시적으로 발굴하고, 개선이 확정된 과제는 신속하게 제도화해 기업들이 수소사업을 활발히 추진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철강 생산이나 화학 제조 등 탈탄소화가 상대적으로 어려운 산업에서의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수소 활용도 주목 받고 있다.
포스코(POSCO)는 친환경 소재 대표기업으로 발돋움하기 위해 탄소저감 혁신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2050년까지 수소환원제철로 전환할 계획이다. 수소환원제철은 화석연료 대신 수소를 사용해 철을 생산하는 기술이다. 화석연료는 철광석과 반응하면서 이산화탄소가 발생하지만, 수소는 탄소배출이 없다.
'수소산업 활성화를 통한 탄소중립'이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한국과 일본은 최근 에너지정책 공조 방안을 논의 중이다.
지난달 25일 산업부와 일본 경제산업성은 '에너지정책 회담'을 갖고 양국 간 정책공조 및 협력 강화 필요성을 논의했다. 주로 원전·수소 등 무탄소에너지 활용 확대와 광물·가스 등 안정적인 에너지 공급망 강화 협력에 대해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국은 1986년부터 '한-일 에너지정책대화'를 통해 자원개발·에너지기술 등에서 협력을 논의해왔으나, 지난 2019년 일본정부가 한국 대법원 판결에 반발해 수출 규제 등 무역보복에 나서면서 대화가 중단됐다. 이번 회담은 6년 만에 양국 정상 간 셔틀외교의 복원과 함께 재개됐다.
'수소산업 활성화'라는 공통된 목표를 가진 한국와 일본이 동북아시아 중심의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할 경우 시너지를 기대하는 시각도 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코트라)는 지난 3월 발간한 '일본 수소산업 육성정책 및 산업 현황' 보고서에서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도 수소 수입국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양국의 지리적 인접성을 활용해 동북아 중심의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기 위해 협력한다면 수소 자원 확보 강화, 관련 기술 고도화, 수소산업 생태계 선점이 가능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김동용 기자 dy0728@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