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유한·LG·대웅·한미, 국내사 도전장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노보 노디스크의 ‘위고비(Wegovy)’의 등장으로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이 뜨겁게 달아오르면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개발 경쟁도 덩달아 치열해지고 있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은 2020년 25억달러(3조 3000억원)에서 2022년 100억달러(13조 2000억원) 규모로 커졌다. 일각에서는 보험 적용 여부에 따라 5년 후인 2027년 최소 170억달러(22조 5000억원)에서 최대 1000억달러(132조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예상한다.
글로벌 투자기관 모건스탠리는 오는 2030년 540억달러(약 71조 4258억원)까지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성장 전망이 높은 까닭은 비만 인구가 해마다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세계적으로 6억 5000만명이 넘는 성인이 비만으로 이는 1975년 전세계 인구 대비 비율보다 3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또 약 13억명이 과체중 상태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에 따르면 미국 성인 5명 중 2명 이상은 비만 증세를, 11명 중 1명은 심각한 비만 증세를 보이고 있다.
국내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만19세 이상 성인의 비만 유병률을 2021년 기준 37.1%로 나타났다. 남성의 비만 유병률은 2011년 35.1%에서 2021년 46.3%로 급증해 전체 유병률을 대폭 끌어올렸다.
글로벌 비만 시장에서 가장 핫한 약물은 덴마크 제약바이오 기업 노보 노디스크가 개발한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다. 한 달 비용이 1350달러(약 178만 원)에 달하지만, 지난해 10월 당시 30파운드(약 13.6kg) 감량에 성공한 테슬라 창업자 일론 머스크가 다이어트 성공한 비결로 꼽으면서 미국에서 품귀현상이 일기도 했다. 지금도 헐리우드 스타들과 부유층이 체중 감량에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위고비는 지난해 매출 9억 1300만달러(약 1조 2063억원)를 기록했으며, 올해 1분기에만 6억 6600만달러(약 8798억원)을 달성했다. 이 약물의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GLP-1(글루카곤 유사 펩타이드 1)’ 수용체 작용제다. 당초 당뇨병 치료제로 개발됐다.
GLP-1 음식을 먹거나 혈당이 올라가면 소장에서 분비되는 호르몬이다. 인슐린 분비를 촉진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에 도움을 준다.
노보 노디스크는 현재 입으로 먹는 경구용 위고비도 개발 중이다. 3상 임상을 통해 효능과 안전성, 내약성 확인했다. 회사 측은 올해 안에 경구용 세마글루타이드에 대한 미국과 유럽연합에서 승인을 신청할 예정이다.
위고비의 대항마로는 일라이 릴리의 ‘마운자로(성분명 티제파타이즈)’가 있다. 이 약물은 GLP-1과 GIP(포도당 의존성 인슐린 분비 폴리펩타이드) 호르몬을 동시 자극하는 이중작용제로, 체중감량 효과가 높아 글로벌 블록버스터 신약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실제로 마운자로는 지난해 6월 출시 후 같은 해 9월까지 매출 1억 8700만달러(약 2477억원)를 기록, 시장 전망치인 8200만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었다. 무엇보다 3상 임상에서 20% 이상의 체중 감소 효과를 보이며, 위고비 보다 더 나은 효과를 보였다.
화이자 역시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었다. 제2형 당뇨병 환자 411명을 대상으로 신약 ‘다누글리프론’를 하루에 두 번 투약한 결과, 16주 후 체중이 평균 4.54㎏ 감소했다. 타사 비만치료제와 직접적인 비교는 하지 않았지만, 세마글루타이드과 거의 비슷한 효과를 보였다.
암젠은 월 1회 피하주사제 ‘AMG133’를 개발하고 있다. 임상 1상에서 3개월(12주) 만에 14.5%의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했다. 이는 위고비나 마운자로의 12주차 데이터보다 빠른 속도다.
국내 기업들도 비만 치료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동아에스티의 미국 자회사 뉴로보 파마슈티컬스는 비만 및 NASH(비알코올성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DA-1726’의 글로벌 임상 1상을 올 하반기 착수할 계획이다.
유한양행은 지속형 비만 치료제 ‘YH34160’에 대한 전임상을 마무리하고 올해 글로벌 1상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 치료제 ‘LB54640’를 개발 중이다. 지난해 6월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POMC(프로오피오멜라노코르틴) 결핍증’ 치료를 위한 희귀의약품에 지정됐다. 1일 1회 먹는 치료제로 올해 미국 임상 2상에 진입할 계획이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11월 당뇨 신약으로 허가받은 ‘엔블로(성분명 이나보글리플로진)’에 식욕억제제 성분을 더한 ‘DWP306001’을 연구 중이다. 올 상반기 임상 2상 진입이 예상된다.
한미약품은 당뇨 치료제로 개발 중인 ‘에페글레나타이드’와 NASH 신약 후보물질인 ‘랩스 트리플 아고니스트(LAPS Triple Agonist)’, ‘랩스 듀얼 아고니스트(LAPS Dual Agonist)’ 등에서 체중 감소 효과를 확인, 향후 비만으로 적응증 확대가 기대된다.
한편 지난 27일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위고비의 국내 허가를 승인했다.
변동진 기자 bd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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