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한미약품, 한국의 한국을 위한 한국에 의한 비만약 개발
‘마이크로니들’ 꺼낸 대원제약, 신약 고작 1개…주가 띄우기용?
노보노디스크, 덴마크 경제 좌우할 거대기업으로 성장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신약 ‘위고비’. /연합뉴스
노보 노디스크의 비만 신약 ‘위고비’. /연합뉴스

[한스경제=변동진 기자] 덴마크 노보 노디스크와 미국 일라이 릴리 등 비만 치료제를 앞세운 기업들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에서 가장 큰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에 한미약품과 동아ST, LG화학, 대원제약 등 국내사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국내사 중 비만 치료제 개발 속도가 가장 빠른 기업은 한미약품이다. 회사는 그간 대사질환 치료제로 개발해오던 ‘에페글레나타이드’의 적응증을 비만으로 변경, 지난달 말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임상 3상 시험계획을 신청했다.

에페글레나타이드의 가장 큰 특징은 한국인 맞춤 비만약이라는 점이다. 서양인보다 비만도가 높지 않은 한국인 특성을 고려해 개발하는 만큼, 글로벌 기업들이 개발한 신약 대비 더 우수한 경쟁력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에페글레나타이드는 한미약품 독자 플랫폼 기술인 ‘랩스커버리’가 적용된 GLP-1(Glucagon like peptide-1) 계열 약물이다. 일주일에 한 번 투여하는 주사제형으로 개발 중이다.

GLP-1은 인슐린 분비를 촉진해 혈당을 낮추는 동시에 위장 운동을 저하시켜 포만감을 느끼게 하는 체내 단백질이다. 뇌에 ‘배가 부르다’는 신호를 보내 식욕을 억제하고, 살이 빠지도록 하는 원리이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GLP-1 비만 치료제를 시판한 글로벌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발표하고 있는 체중 감소 비율은 서양의 고도비만 환자에게 유익할 수 있는 수치”라며 “국내 환자들에게 좀 더 유의미한 임상 자료를 얻어 ‘한국인 맞춤형 비만 치료제’로 개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대원제약은 이달 초 국내 바이오 기업인 라파스와 함께 ‘마이크로니들 패치’ 형태로 개량한 ‘DW-1022’를 개발 중이다. 

마이크로니들은 머리카락의 3분의 1 수준으로 얇은 바늘을 이용해 피부 아래 약을 전달하는 기술이다. 이를 팔에 붙이는 패치형으로 개발한다는 게 회사 측 계획이다.

다만 마이크로니들 기술 적용 약물 중 품목허가를 획득한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없고, 자체 개발 신약이 1개에 불과한 대원제약의 턱없는 R&D 수준을 감안하면 사실상 시장에 편입해 주가를 띄우려는 용도에 불과할 것이라는 업계 지배적인 시각이다.

GLP-1 기반의 비만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는 또 다른 국내사는 동아ST(프로젝트명 DA-1726)와 일동제약(ID110521156) 등이 있으며, 대부분 동물실험 단계다.

LG화학은 유전성 비만 치료제 ‘LR19021’을 개발 중이며, 현재 미국 임상 1상 단계다. 이밖에 대웅제약(DWP306001)과 유한양행(YH34160) 등도 비만약 개발에 나섰다.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앞다퉈 비만 치료제 개발에 뛰어들고 있는 까닭은 빠른 시장 성장세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인 밴티지마켓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비만 치료제 시장 규모는 2022년 15조 5000억원에서 2030년 52조 1000억원으로 급증한다.

특히 노보 노디스크 비만 치료제 ‘위고비’와 ‘오젬픽’의 성공은 덴마크 무역 흑자의 원동력이 되는 등, 국가 경쟁력 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실제로 CNN은 미국을 비롯한 시장에서 위고비 판매가 최근 몇 달 동안 급증하면서 노보 노디스크는 상반기 490억크로네(약 9조 5501억원)의 수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위고비의 올 2분기 판매량은 약 7억 3500만달러(약 9862억원)를 기록, 전년 동기 대비 6배 증가했다. 

제2형 당뇨병 치료를 위해 개발됐다가 비만 치료제로 각광 받고 있는 오젬픽 역시 실적에 힘을 보태고 있다. 이 약물의 매출은 약 21억 5500만달러(약 2조 8840억원)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9% 증가했다. 일부 의사들과 환자들이 체중 감량을 위해 적극적으로 사용하는 추세라고 CNN은 보도했다.

위고비와 오젬픽의 흥행 영향으로 노보 노디스크의 기업 가치는 올 들어 30% 이상 올라 18일 기준 약 4141억달러(약 554조 1072억원)를 기록했다. 덴마크의 국내총생산(GDP)인 약 4060억달러(543조 2686억원)보다 큰 규모다.

덴마크 최대 은행인 단스케뱅크의 젠스 페데르센 이사는 최근 보고서에 “제약회사(노보 노디스크)의 수출 호조로 달러가 많이 유입되는 바람에 달러 및 유로화 대비 덴마크 크로네 가치가 상승했다”고 밝혔다.

페데르센은 미국 언론에 “한 회사가 덴마크 성장과 무역 흑자의 큰 부분을 주도하고 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라며 “지난 몇년 다른 대기업도 있었지만 노보 노디스크처럼 덴마크 경제에 큰 긍정적인 영향을 준 기업은 없었다”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의 비만 치료제 ‘마운자로’ 역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 약물의 2분기 매출은 9억 7970만달러(약 1조 3117억원)로 직전 분기보다 70%, 전년 동기 대비 61배나 급증했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7억 4300만달러를 상회한 수치다. 

아울러 마운자로는 회사 2분기 매출 총 83억 1200만달러에서 약 12%를 차지하는 효자 품목으로 자리를 잡았다.

변동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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