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 "국민연금이 나설 때마다 KT 주가는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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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스경제=성은숙 기자] KT의 경영공백 장기화 우려가 현실이 됐다. 오늘(31일) 예정된 정기 주주총회를 불과 몇시간 앞두고 연임에 도전하는 사외이사 3명이 동반 사퇴를 하면서 KT 이사회는 사실상 해체 상태가 됐다. 신속한 경영 정상화를 위한 이사회 쇄신 요구와 함께 KT 최대주주 국민연금공단을 앞세운 정치권 외압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KT는 제 41기 정기 주주총회를 열고, △재무제표 승인 △정관일부 변경 △이사보수 한도 승인 △임원퇴직금지급규정 개정 등 4개의 안건을 원안대로 의결했다. 주총 진행은 앞서 사퇴한 구현모 대표를 대신해 직무대행을 하고 있는 박종욱 경영기획부문장이 맡았다.

당초 이번 주총의 주요 안건이었던 △대표이사 선임 △사외이사 선임 등의 안건은 주총 시작 전에 자동으로 폐기됐다. 지난 27일 윤경림 대표이사 후보자가 후보직에서 공식 사퇴한 데 이어 재선임 대상인 강충구, 여은정, 표현명 사외이사들이 주총 시작 전 동반 사퇴했기 때문이다. 윤 후보자가 차기 대표 후보 자격으로 사내이사로 추천했던 서창석 네트워크부문장, 송경민 경영안정화 태스크포스(TF)장 선임 안건은 윤 후보자 사임으로 자동으로 폐기됐다. 유희열, 김대유 사외이사는 28일자로 자진 사임했다. 현재 KT 이사회는 김용헌 사외이사 한 명만 남게됐다. 상법상 이사는 3인 이상이어야 하며, 증권거래법상 상장법인은 일정 수 이상의 사외이사를 선임해야 한다. 사임한 이사들은 새로 선임된 이사가 취임할 때까지 이사의 권리·의무를 부담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주총에서 박종욱 대행은 "비상경영위원회를 중심으로 회사 경영에 차질이 없게 하겠다"고 약속했지만, 사상 초유의 경영공백 사태에 분개한 KT 내외부 주요 이해관계자들의 마음을 달래기에는 어려움이 컸던 것으로 전해진다. 소액주주들을 비롯해 KT 주요 이해관계자들은 이사회를 비롯한 경영진에 이번 혼란의 책임이 있다고 지적하는 한편 국민연금을 동원한 정치권의 '낙하산 인사'에 대한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이번 사외이사 3인의 사퇴 결정에 전날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가 공시한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내용이 큰 영향을 줬다는 해석까지 나오고 있어서다. 

KT 내외부, 국민연금 동원한 '낙하산 인사' 우려 잇달아

이날 KT새노조는 'KT주주총회 공개질의'를 통해 "(박종욱 대행은) 정관개정을 통해 대표이사 기준에서 '기업경영경험' 중 '기업'을 빼서 정치 낙하산에 문호를 열어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며 "우선 현 정관에 의거해 빠른 시일 내에 대표이사를 선출한 후, 새로 선출된 대표이사 주도로 정관과 기업지배구조를 정비하는 것이 가장 빠른 정상화 방안이라고 생각되는데, 이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다"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같은 우려는 KT 외부에서도 제기된다. 지난 30일 김성주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원회 수석부의장은 국회에서 열린 정책조정회의 및 공식 블로그를 통해  "자유시장경제 신봉자 윤석열 대통령이 소위 주인 없는 기업에 대해 스튜어드십 코드를 행사해야 한다고 발언한 이후 국민연금이 움직였다"면서 "KT 사장에 대해 여당이 언급할 때마다, 또 국민연금이 나설 때마다 KT 주가는 떨어진다"고 꼬집었다. 이어 "이제 국민연금은 대통령과 정부여당의 의도에 따라 움직여갈 것으로 보인다"며 "윤석열 대통령이 이야기하는 시장이란 내 입맛에 맞는 시장, 기업은 내 말 잘 듣는 기업이 될 것이다. 이것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다. 결국 그들이 원하는 것은 권력 장악에 따른 전리품일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성은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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