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원전 비중 확대하지만 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 마련은 지지부진 
생태계·농업·지역주민 건강 우려되는 낙동강 수질…"보 개방 필요성" 
자연보호구역 해제·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등 환경단체 반발 부딪혀 
11일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이 진행됐다. 후쿠시마 전국 행동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11일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이 진행됐다. 후쿠시마 전국 행동 퍼포먼스에 참여하고 있는 활동가들의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 당선 1년을 기점으로 환경·시민단체들로부터 기후·생태위기가 심화됐다는 우려섞인 비판이 나온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및 재생에너지 의무공급 비율 하향 조정을 비롯해 신규석탄발전소 건설·고준위 핵폐기장 건설부지 마련 대책 부재·4대강 녹조 문제 등이 대표적이다. 

◆ "세계 흐름 역행하는 발전 에너지 믹스"…사용후핵연료 처리 방안도 지지부진

우선 원전 비중을 늘리면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줄이는 정책은 지난해부터 꾸준히 지적이 이어졌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 영향으로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오른 점을 감안해도 궁극적으로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확대하려는 세계적 흐름에 역행한다는 시각이다. 

지난 2021년 문재인정부는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를 확정하면서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발전 바중을 30.2%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실현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는 지적이 나왔지만, 윤석열 정부는 2030년 신재생에너지 보급 목표를 이보다 더 낮은 21.6%로 하향 조정했다. 

반면, 원전 발전량은 2018년 133.5TWh(테라와트시)에서 2030년 201.7TWh로 증가할 전망이다. 발전량 비중은 23.4%에서 32.4%로 확대된다. 때문에 "재생에너지가 주요 발전원으로 역할과 책임을 다해 안정적인 전력수급에 기여할 수 있는 기반 마련에 중점을 뒀다"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설명에는 물음표가 붙었다.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 하향 조정과 별개로 원전 확대에 따른 안전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78년 고리1호기 상업운전을 시작한 이래 사용후핵연료 문제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지만, 저장시설 건설은 지역주민들의 반대에 부딪혀 실패했고, 국회에선 '고준위 방사성폐기물 특별법' 통과도 미뤄지고 있다. 

이와 관련, 산업부는 지난 8일 전남지사, 부산·울산·경주시장, 울주·영광·울진·기장군수 등 8명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특별법 통과에 협조를 당부하는 공문을 보낸 상태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공문에서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의 안전한 관리를 위해서는 고준위 방폐장 확보가 반드시 필요하다"며 "이를 위해서는 부지선정 절차와 유치지역 지원 방안을 담은 특별법 제정이 선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1일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이 진행됐다. 3.11 전국 행동 서울 행진에 참여한 활동가들. / 환경운동연합 제공 
11일 세종대로 파이낸스 빌딩 앞에서 '가자! 핵 없는 세상으로!'를 슬로건으로 집회와 탈핵행진이 진행됐다. 3.11 전국 행동 서울 행진에 참여한 활동가들. / 환경운동연합 제공 

◆ 끝나지 않은 4대강 녹조 문제…낙동강 수질 악화에 정부 '진땀' 

환경단체들은 4대강 수질에 대해서도 꾸준히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최근에는 낙동강·영산강 녹조 우심 지역 주변에서 재배된 농산물에서 발암물질이 검출됐다며 정부와 민간단체가 공동 조사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환경운동연합 등은 13일 서울 종로구 환경운동연합 마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낙동강·영산강 인근에서 재배된 쌀에서 2년 연속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됐다고 밝혔다. 마이크로시스틴은 국제 암 연구소 지정 발암물질이다. 

환경단체들은 4대강 사업을 전후로 낙동강·영산간 등에서 마이크로시스틴을 유발하는 녹조 수치가 증가했다고 주장한다. 마이크로시스틴이 검출되지 않았다는 정부의 발표도 의혹을 무마하려는 시도로 보고 있다. 

지난해 12월 대구시 수돗물에서 남세균이 검출됐다는 논란이 있었을 때도 환경단체들은 낙동강 녹조를 줄이기 위해 보 수문을 열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당시 환경운동연합은 "환경부는 수돗물 필터에서 녹조검출과 관련해 시민이 수용할만한 역학조사도 하지 않았다"며 " 녹조에서 기인한 필터의 위생 관리문제로 결론지으면서 시민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무책임한 자세를 취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김좌관 부산카톨릭대 석좌교수는 지난 2일 부산·경남 지역방송사인 KNN이 특별기획한 '최악의 식수원 이제는 해결합시다' 전문가 방송토론회에 출연해 "낙동강 하류의 경우 대구·경북 일대 공장에서 미량유해물질 33종류가 위에서부터 내려오는 데다, MB정권 때 낙동강에 보 8개가 만들어져서 호수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하절기 녹조를 없애기 위해서는 강을 강 답게 흐르게 해야 한다"며 "보의 문을 개방하는 게 눈에 안 보이는 미량의 유해물질과 녹조라테를 해결하는 데 있어서 가성비가 좋은 방안"이라고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구미보 바로 아래에 건설한 파크골프장. 이 일대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도래하는 생태적으로 아주 민감한 지역임에도 하천점용허가가 나서 파크골프장이 건설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구미보 바로 아래에 건설한 파크골프장. 이 일대는 멸종위기종 흑두루미와 재두루미가 도래하는 생태적으로 아주 민감한 지역임에도 하천점용허가가 나서 파크골프장이 건설됐다. / 대구환경운동연합 제공 

◆ 대규모 개발 위한 자연보호구역 해제 움직임에 우려 커져 

지난 1년간 대형 개발사업을 위해 자연보호 구역 해제를 추진한 사례도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의 사례로는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를 들 수 있다. 

문화재청은 지난해 12월 철새도래지 보호구역이 포함된 부산시 강서구청의 문화재 보호구역 해제 요청에 따라 부산지역 지자체에 관련 의견 제출을 요청했다. 낙동강 하류 철새도래지는 천연기념물로 지정돼 있어 반경 500mm 이내는 개발 행위 등의 제한을 받고 있다. 

환경단체는 낙동강 하류 보호구역을 보호할 필요성이 있다고 반발했다. 낙동강 환경은 물론, 창원의 철새도래지인 주남저수지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해 11월에는 경남기후위기비상행동과 경남환경운동연합 등이 창원시 개발제한구역 전면해제를 반대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이들은 "개발제한구역은 무질서한 시가지 확산을 막고, 대도시 주변 자연을 보전해 도시민에게 녹지공간을 제공하고 있다"며 "막무가내 식으로 개발제한구역을 해제하면 기후재난에 속수무책으로 노출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대구환경운동연합도 지난달 22일 "무분별한 하천점용허가 남발"을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대구환경운동연합은 "낙동강수계 국가하천의 하천점용허가를 책임지고 있는 낙동강유역환경청이 무분별한 하천점용허가를 남발하고 있어 국가하천의 생태계가 급격히 훼손되고 있다"며 "최근 국가하천을 중심으로 무분별하게 난립하고 있는 파크골프장이 그 증거"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국가하천의 4대강사업식 하천정비가 낙동강유역환경청에 의해서 자행되고 있다"며 "불필요한 곳에 막대한 혈세를 투입해 슈퍼제방을 쌓고, 생태적으로 수려하고 보존가치가 높은 생태민감지역에 자전거도로를 건설하거나 산책로를 닦는 등 반생태적인 하천공사를 자행하거나 하천점용허가를 내어줌으로써 하천 생태계를 망치고 있다"고 비판했다. 

지난해 11월30일 삼척블루파워 발전소 정문 앞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최초점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지난해 11월30일 삼척블루파워 발전소 정문 앞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위한 시민사회연대, 삼척석탄화력발전소반대투쟁위원회 등이 삼척석탄화력발전소 1호기 최초점화 규탄 기자회견을 개최한 모습. / 환경운동연합 제공

◆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강행에 탈석탄법 제정 촉구 목소리 

강릉·삼척에 건설하는 신규 석탄화력발전소는 지역주민들과 환경단체·시민단체 등에서 건설을 중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거셌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부터 "중단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혀 논란이 된 바 있다. 

2018년 3월 착공한 삼척화력발전소는 지난달 30일 1호기의 '최초점화'가 이뤄졌다. 최초점화는 연소·배출 계통을 점검하기 위해 보일러 버너에 처음 불을 붙이는 것을 말한다. 통상 최초점화 이후에는 상업운전 전 본격적인 시운전 단계에 들어가게 된다. 

이와 관련, 지난달에는 탈석탄법시민연대가 신규 석탄발전소를 철회하기 위한 탈석탄법 제정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회견이 열린 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는 '신규 석탄발전소 철회를 위한 탈석탄법 제정'에 관한 국민동의 청원을 심사하는 소위원회를 열었다. 

탈석탄법시민연대는 "시간이 많지 않은 만큼 빠르게 건설 중인 석탄발전소를 중단시킬 수 있는 법 제정이 필요하다. 오늘 청원소위를 시작으로 국회는 신규석탄발전중단법 입법논의를 신속히 진행해야 한다"며 "국회는 산자위 청원심사소위원회에서 탈석탄법 제정을 결의하고, 신규석탄발전금지법의 제정을 위해 적극 앞장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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