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휴가 위해 하루 12시간 30일 일해야…하루도 눈치보여”
“연차갑질 여전해”…원하는 시기에 연차 쓰는 근로자 69% 불과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정부가 근로시간 개편을 통해 주 69시간 연장근로를 가능케 하는 개편안을 마련하고 ‘MZ세대가 선호한다’고 주장했지만 현장에서의 2030 청년층들은 “법정유급휴가 조차 눈치 보여 쓰기힘들다”며 반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제도 개편방안’을 확정하고 현행 주 1주 단위의 근로시간 제도를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연장근로 단위가 커지면서 주 단위의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 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할 수 있도록 상한선을 걸어두었으며 69시간 연속근로 한 경우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한 번에 일하고 몰아쉬자’는 것이다.
이 외에도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해 초과 근로시간을 휴가로 적립한 후 ‘제주 한 달 살이’ 등을 위한 한 달 장기 휴가를 떠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제주 한 달 살이’를 위해서는 22일치의 근로시간인 176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을 적립해야 한다.
연장근로 시 1.5배 가산하기 때문에 최소 117시간의 연장근로를 해야 22일치 176시간분의 연장근로수당이 적립돼 한 달 휴가가 발생한다.
그런데 117시간의 연장근로를 위해서는 하루 12시간(법정근로 8시간+연장근로 4시간)씩 30일을 일해야 한다. 하루 2시간 연장근로 시에는 60일을 일해야 하는 것이다.
◆ 노동부 “MZ세대 권리의식, 법을 실효성 있게 할 것”
개편안 발표 당시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기업의 주 69시간 연장근로 악용 가능성에 대한 우려에는 “요새 MZ 세대는 ‘부회장 나와라’, ‘회장 나와라’, ‘성과급이 무슨 근거로 이렇게 됐느냐’ (라고 말할 정도로)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이런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 69시간 연장근로의 악용 가능성을 막고 법의 실효성을 강화하는 방법으로 ‘MZ 세대의 권리의식’을 내세운 것이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개편안 발표 이후 ‘주 69시간 연장근로’를 두고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하고 이미 선진국에서 많이 시행하고 있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정부가 말하는 ‘MZ 세대’들은 법정유급휴가도 자유롭게 쓰지 못하는 경우가 다반사 였다.
협업 작업이 주를 이루는 A씨는 작업 특성상 연차를 개인적으로 쓸 수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회사 측은 포괄임금제로 근로계약이 된 상태이니 연차도 모두 수당에 포함되어있다는 입장이다. 그렇기 때문에 A씨는 연차로 쉬기 위해서는 월급에서 쉰 일자를 제외하고 급여를 받을 수 밖에 없다.
B씨는 연차 승인을 위해 상사를 찾았다가 ‘연차갑질’을 당했다고 한다. 상사는 “내일 내 기분에 따라 결정하겠다”며 “연차를 사용하려거든 안마를 해보라”고 말했다. 결국 B씨는 안마를 했지만 제대로 하지 않는다는 짜증을 듣고 연차를 포기해야만 했다.
◆ “연차갑질 부터 근절해야…하루 휴가도 눈치보여”
이처럼 ‘연차갑질’은 여전히 현장에서 만연하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1 근로자휴가조사’ 상 연차소진율은 71.6%로 나타났으며 이 중 노동자가 원하는 시기에 자유롭게 사용한 것은 69.7%에 불과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 119에 따르면 2022년 한 해 동안 휴가와 관련된 직장갑질 제보는 총 229건이 접수됐다. 이 중 연차휴가 제한이 96건(41.9%)으로 가장 많았고 △병가 67건(29.3%) △연차휴가 위법한 부여 43건(18.8%) △연차수당 미지급 30건(13.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직장갑질 119 관계자는 “많은 노동자들이 연차휴가를 쓰고 싶을 때 쓰지 못하고 있다”라며 “하루 휴가 가는 것도 눈치 보이는데 한 달 장기 휴가를 어떻게 갈 수 있겠느냐”고 꼬집었다.
박성우 노무사는 “정부안은 2004년부터 시행된 ‘주 52시간 상한제’를 넘어 그보다 더 이전인 20년 전으로 대한민국 전체를 개악시키는 내용”이라며 “실노동시간 단축의 효과를 일체 기대할 수 없는 법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노동자의 건강권과 일‧생활 균형을 심각하게 훼손해 과로사회, 야근 공화국을 만들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경총 등 사용자단체만이 쌍수를 들어 정부안에 환영하고 있는 것을 통해서도 방증되듯이 명백하게 사용자의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