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69시간 일하면 ‘휴식 보장’…노동계 “과로사 조장법” 반발
개정안 이르면 6월 국회 제출…野 “노동개악 강력 저지할 것”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정부가 주 52시간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고 나섰지만 노동계와 국회 야당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가 주목된다.
◆ 노동부 "주 최대 69시간 연장근로 가능토록"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 6일 오전 비상경제장관회의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확정하고 현행 1주 단위의 근로시간 제도를 노사 합의 시 연장근로 단위를 ‘월‧분기‧반기‧연’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단위 기준별로 살펴보면 △월 단위는 52시간 △‘분기’ 단위는 156시간 △‘반기’는 312시간 △‘연’은 642시간까지 연장근로가 가능하다. 다만 장시간 연속 근로를 막기 위해 분기 이상 연장근로 한 경우 상한선을 두기로 했다. △분기는 140시간 △반기는 250시간 △연은 440시간이다.
또 정부는 연장근로 단위가 커지면서 주 단위의 근로시간이 늘어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 한주 최대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도록 했다. 69시간 일할 경우 반드시 11시간 연속 휴식을 보장하도록 했다.
이 외에도 휴가를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저축계좌제’를 도입했다. 저축한 연장근로를 휴가로 적립한 뒤 기존 연차휴가에 더해 장기 휴가를 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즉 몰아서 일하고 몰아서 쉬는 것이 가능해진 것이다.
이 장관은 “현재의 근로시간 제도는 근로자와 기업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제약하고 날로 다양화‧고도화 되는 노사의 수요를 담아내지 못하고 있다”며 근로시간 개편 취지를 설명했다.
정부는 이와 같은 개정안을 이르면 오는 6월에 국회에 제출하겠다는 계획이다.
◆ 재계 “노동개혁 출발점” VS 노동계 “과로사 조장법”
이와 같은 정부의 발표에 제계는 환영의 뜻을 밝혔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근로시간 개정안은 낡은 법제도를 개선하는 노동개혁의 출발점”이라고 했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은 “근로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노사의 근로시간 선택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근로시간 개편을 추진하는 것은 옳은 방향”이라고 밝혔다.
추광호 전국경제인연합 경제본부장도 논평을 통해 “기업은 산업 현장의 수요에 따라 유연하게 대응하고 근로자는 삶의 질을 제고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근로시간연장제를 월 100시간, 연 720시간까지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근로시간 저축제도로 필요할 때 활용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건 좋지만 충분한 정도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양대노총은 근로시간 개편안을 ‘과로사 조장법’이라고 규정하며 반발하고 나섰다.
민주노총은 정부가 제시한 휴식권과 근로시간저축계좌, 선택적 근로시간 등을 두고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했다. 이들은 “사용자가 주도하고 결정하는 노동시간 선택권과 연속‧집중 노동으로 무너지는 건강권, 근로기준법마저 적용받지 못하는 작은 사업장 노동자와 단기 쪼개기 노동계약이 주류인 비정규직 노동자에겐 그림의 떡인 휴식권”이라고 비판했다.
한국노총 역시 “11시간 연속휴식을 하고 싶으면 1주 69시간 이상을 일하던가 그렇지 않으면 1주 64시간까지 일하라는 것”이라며 “정부안대로 연 단위 연장노동 총량관리를 하게 되면 4개월 연속 1주 64시간을 시키는 것도 가능해진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노동자들은 기계가 아니다”라며 “특정한 시기에 집중적으로 일하고 그 후 휴식과 안정을 취한다고 해서 절대 건강을 유지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野 “절대 동의할 수 없어…정책 철회 촉구”
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을 두고 재계와 노동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데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당의 반발도 거세기 때문에 노동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이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 6일 이수진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노동부가 근로시간 개편 당시 노동조합과 협의하지 않은 점을 지적했다. 이 대변인은 “윤석열 정부는 왜 노동조합과 대화나 협의를 않는가”라며 “민주당은 일방적 장시간 노동시간을 위한 법 개정을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다음날인 7일에도 “(노동시간 개편안과 관련해) 재계가 쌍수를 들고 환영입장을 내고 있는 가운데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연 720시간까지 연장근로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며 “노동자는 주말은 물론 저녁도 허용되지 않는가”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노동개악을 강력한 저항으로 저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김희서 정의당 수석대변인도 최대 주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도록 한 것과 관련해 “과로사 조장 정책이라고 할 만큼 건강권, 노동권에 치명적인 노동 개악”이라며 “일을 시키는 것은 현금, 휴식은 어음으로 하겠다는 교언영색”이라고 질책했다.
이어 “기계 부품도 막 쓰고 버릴 것이 아니라면 연속 집중 사용을 조절해 아껴 쓰는데 하물며 사람에게 일과 쉼은 어떻겠느냐”며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