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고침 “포괄임금 남용‧공짜야근, 주 52시간제 아닌 기업 문제”
尹 “60시간 이상은 무리, 보완해야”…근로시간 상한 ‘캡’ 적용 언급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고용노동부에서 발표한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비판 여론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개편안 보완 지시를 내리면서 국회 여당과 정부는 세대‧계층별 의견을 듣겠다고 나섰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여당 간사를 맡고 있는 임이자 의원은 16일 오전 10시 국회 의원회관에서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향 토론회’를 개최하고 “(근로시간 개편안이) 가짜뉴스와 소통부족 등으로 장시간 근로를 유발한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며 “이러한 현장의 우려를 해소하고 제도 개편 취지가 실질적으로 실현될 수 있는 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
국회 여당과 정부, 대통령실은 ‘주 69시간제’를 둘러싼 우려에 대해 노동자의 선택권과 건강권, 휴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것이지, 장시간 근로를 조장하려 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앞서 고용노동부는 지난 6일 근로시간 개편을 통해 현행 1주 단위의 근로시간 제도를 노사 합의 시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최대 주 69시간까지 근로가 가능하게 된다.
당시 주 69시간 연장근로가 ‘과로 조장법’이 될 수 있다는 우려에 이정식 노동부 장관은 “요즘 MZ 세대는 권리의식이 굉장히 뛰어나다”며 “이런 권리의식이 법을 실효성 있게 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이의장도 “2030 청년층도 다들 좋아한다”며 ‘MZ 세대’를 언급했다.
하지만 2030층 노동계의 반발이 빗발치면서 대통령실은 여론 진화에 나섰다. 윤 대통령은 “MZ 세대의 의견을 면밀히 청취해 법안 내용과 대국민 소통에 관해 보완할 점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이에 따라 이번 토론회에는 일명 ‘MZ 노조’로 불리는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의 유준환 대표와 송시영 부의장이 참여했다. 경영계에서는 조기현 유엔파인 대표가, 전문가로서는 유재은 국무조정실 청년정책조정 위원,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 등이 참여했다.
토론회에 앞서 임 의원은 주 52시간 근로제가 사용자를 범법자로 만드는 경우가 많다고 우려했다. 임 의원은 “사용자들은 주 52시간을 초과하면 범법자가 되기 때문에 ‘근로자들은 퇴근하라’고 한다. 그럼에도 근로자들은 본인이 업무를 해왔던 것이기 때문에 계속 근무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런 경우 근로자는 공짜 노동을 하게 되는 것이고 사용자는 범법자가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초과근로 한 부분을 저축해놓았다가 사용할 수 있는 ‘근로시간저축계좌제’에 대한 실효성 의문에는 “현재 우리나라에선 노사 간 불신의 골이 깊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라며 “우리가 앞으로 극복해야 할 일들이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의견들을 주시면 경청해서 입법에 녹이겠다”고 말했다.
4주 연속 24시간 근무할 경우 발생하는 산업재해인 ‘과로사’와 관련해서는 “이 부분을 섬세하게 반영하지 못했던 부분들이 있다”며 “의견을 잘 반영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최대 주 69시간 연장근로는) 노동자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한 부분이며 더 나아가 근로자 대표와 서면합의가 돼야만 할 수 있는 조건이다”라며 “최장 69시간이 장시간 근로를 조장해 노동자들을 다 죽인다는 가짜 뉴스는 너무 왜곡된 부분들이 있다”고 강조했다.
권기섭 노동부 차관 역시 “이번 개편안은 근로자에게 충분한 휴식권과 건강권을 보장해서 궁극적으로는 실 근로시간을 단축하려는 취지”라며 “경직성을 유지한 채로 주 52시간제가 도입되다 보니 현장에서는 포괄임금이 남용되고 공짜야근, 장시간 근로 등 부당한 관행들이 야기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유준환 새로고침 협의회 회장은 포괄임금 남용과 공짜야근은 시키는 기업의 문제이며 주 52시간제의 문제가 아니라고 반박했다. 주 52시간제도 지키지 않는 기업이 평균 52시간제를 지키란 법도 없다는 주장이다.
유 회장은 “야근을 근절하겠다며 주 52시간을 초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적어도 노동자 측의 주장은 아니라고 본다”며 “근로시간을 유연하게 선택해서 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보통 ‘자유시간’을 기준으로 생각하지 ‘연장근로를 유연하게 써야지’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정부가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장치가 부족함도 지적했다. 유 회장은 “개편안을 통해 과로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과도한 연장근로에 대해 ‘극단적인 경우다’, ‘그럴 일 없다’, ‘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말보다는 우려로부터 노동자를 두텁게 보호할 수 있는 수단을 넣거나 현행 제도에서 근로감독을 제대로 시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토론자들의 모두발언 이후 토론은 비공개로 전환됐다. 토론 후 임이자 의원은 기자들과 만나 “포괄임금제와 관련해 공짜 노동을 근절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았다”며 “건강권을 보편화하기 위해서 포괄임금 오남용 근절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로시간저축계좌제와 관련해서도 부정적인 시각을 반영해 노사 관행을 개선하고 차라리 연차를 다 쓸 수 있는 방안 등에 대해 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근로시간 개정안과 관련해 노동부와 대통령실의 엇박자가 일어난 것 아니냐는 지적에 권기섭 차관은 “지금 모든 것을 단정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제도를 만든 취지와 우려의 접점을 찾겠다”며 “(윤 대통령이) 캡을 씌우는 부분까지 말씀하셨으니 그런 것도 다 고민해볼 것”이라고 답했다.
같은 날 윤석열 대통령은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해 연장 근로를 하더라도 주 60시간 이상은 무리라며 다시 한 번 보완을 지시했다. 그러면서 근로시간에 적절한 상한선인 ‘캡’을 씌울 것을 언급하기도 했다.
박수연 기자 ddunip@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