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미국‧일본‧중국‧대만‧EU 등 경쟁국 파격 지원책 내놓고 있어”
한경연 “시설투자 1% 증가 시 기업 효율성 0.01%p 오른다”
“기반시설 인허가 절차 간소화 및 공공지원 확대 방안 필요”
SK하이닉스 ./ 연합뉴스 
SK하이닉스 ./ 연합뉴스 

[한스경제=박수연 기자] 최근 글로벌 경기침체에 따라 PC나 스마트폰 등 완제품에 대한 수요가 감소하면서 반도체 재고 역시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1월 국내 반도체 재고율은 265.7%에 달하는 등 약 26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에 따라 경쟁 국가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고 파격적인 지원책을 내놓고 있는 실정이지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여전히 경쟁 국가 반도체 지원 수준 이하를 밑돌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이 악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지난달 3일 주호영 국민의힘 원내대표도 원내대책회의에서 “반도체 산업 위기는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며 “대만, 미국 등 경쟁국과와의 경쟁에서 더 이상 밀리지 않으려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바 있다.

◆ 美‧中 등 경쟁국은 ‘반도체 산업 육성’ 열 올리는 중

양향자 의원은 지난해 8월 조세특례제한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발의하면서 “반도체 협력 또는 경쟁 국가로서의 미국, 중국, 대만 등 주요국들은 반도체 산업 육성을 위해 국가 차원의 대규모 집중 투자와 파격적인 인재양성 정책을 지원하고 있어 경쟁은 더욱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중국은 현재 10% 대인 반도체 지급수준을 2025년까지 7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반도체 굴기 2025’를 발표하고 약 200조 원에 가까운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 반도체 기업에게 최대 10년간 소득세를 면제하겠다고 발표했다.

대만은 인재양성 정책 지원에 힘쓰고 있다. 매년 1만 여명 규모의 신규 반도체 인재양성을 위해 학사 정원의 10%와 석‧박사 정원의 15%를 확대했다. 이 외에도 연구개발 지원을 위해 연구개발 투자에 12%의 세제 혜택을 시행하며 연구개발 비용 세액 공제율 역시 기존 15%에서 25%로 확대했다.

대만 TSMC는 지난해 3분기 매출액이 1년 전 대비 48% 증가한 약 27조5000억 원을 기록하면서 삼성전자 반도체 매출 23조200억 원을 넘어서기도 했다.

EU(유럽연합) 역시 2030년까지 공공‧민간투자를 430억 유로까지 늘리는 ‘EU 반도체 지원법’을 논의하고 있다. 일본은 자국 내 모든 반도체 기업에 10년 동안 설비 투자금액의 3분의 1을 지원하기로 했다.

특히 미국은 자국 반도체 산업에 약 520억 달러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하고 투자세액공제 25%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통과시켰다. 다만 보조금을 받기 위해서는 재무상태, 실적전망, 고용 계획 등을 제출하고 시설접근을 허용해야 하는 등 국내 반도체 기술 유출가능성이 우려되기도 한다. 또 보조금을 받는 기업들은 전망치를 초과한 이익의 최대 75%를 미국 정부에 반납해야 하는 등 ‘독소조항’이 껴있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기업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 “반도체 시설 투자 지원, 해외 주요국 수준돼야”

이처럼 해외 주요국들이 자국 내 반도체 기업 투자에 열을 올리면서 투자액이 해외로 쏠릴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 속에서 한국은 경쟁국 보다 더 큰 폭으로 기업의 효율성이 하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KERI)의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효율성 분석 및 정책적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시총 기준 100대 반도체 기업의 평균 효율성은 2018년부터 2021년까지 70%대를 유지해오다가 2022년 67%로 하락했다. 국가별 효율성 값은 △대만 0.75 △일본 0.75 △미국 0.73 △한국 0.65로 2018년 한국이 0.87을 기록한 것과 비교해 크게 떨어졌다.

한경연은 자료를 바탕으로 실증분석한 결과 △시설투자와 △연구개발집중도 △자기자본이익률이 반도체 기업 효율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시설투자가 1% 증가하면 효율성이 0.01%p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연구개발집중도는 1%p 오를 때 효율성은 0.57%p 증가하는 것으로 분석됐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세계 각국은 반도체 산업을 미래 국가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산업으로 인식하고 반도체 산업의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생산시설 △연구개발 △인적자원 개발 등 대규모 지원 정책을 마련하고 있다”며 “국내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은 경쟁국에 미치지 못하고 있어 미국‧대만 등 주요국의 대규모 지원에 상응하는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이규석 한경연 경제연구소 부연구위원은 칼럼을 통해 “글로벌 경기 위축, 수요부진, 반도체 가격하락 등 반도체 업황 둔화를 극복하고 국내 반도체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해외 주요국 수준의 지원이 필요하다”며 “이를 통해 국내 투자환경이 개선될 뿐만 아니라 국내 반도체 기업의 글로벌 경쟁력이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 “기반시설 인허가 감소하고 공공서 지원해야”

더불어민주당 8일 국회에서 미국 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8일 국회에서 미국 반도체지원법 대응 긴급간담회를 열었다./ 연합뉴스

대기업의 시설투자 세액공제율을 15%까지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K칩스법’이 여야 협의 하에 논의되고 있지만 전력, 용수, 도로 등 반도체 기반시설에 대한 공공지원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공장을 지을 때 투자발표 이후 사업을 시작하는데 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데 미국이나 대만 등에서는 정부와 지자체 그리고 기업이 협심해서 빠르게 사업을 시작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며 “기업이 투자를 한다고 해도 기반시설 등을 조성하는데 지자체 인허가에서 반대되거나 수도권 총량제 등에 따라 지지부진해지는 경우가 많다”고 토로했다.

실제로 중국 시안의 삼성전자 공장은 착공 후 가동까지 2년이 걸리지 않았지만 평택의 삼성공장 같은 경우는 가동까지 7년 이상 걸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국회는 지난해 12월 반도체 공장 인허가 신속 처리 기간을 기존 30일에서 15일로 단축하는 ‘국가첨단전략 산업법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또 정부는 반도체 특화단지 기반시설 조성 등을 지원하기 위해 국비 1000억 원을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박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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