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거래소 공동협의체인 닥사가 지닌 한계 드러내
[한스경제=김한결 기자]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원이 위메이드의 재상장 추진 소식이 나온지 이틀 만에 위믹스(WEMIX)를 재상장해 업계가 발칵 뒤집혔다. 이에 다른 거래소과 코인원에 미칠 여파는 물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 닥사(DAXA)의 존재 이유에 대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위메이드가 발행한 가상자산 위믹스는 지난해 12월 8일 유통량 문제로 인해 닥사 소속인 국내 가상자산 거래소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 등에서 거래지원이 종료(상장폐지)됐다. 법원에서도 닥사의 손을 들어주며 위믹스는 큰 타격을 입었다.
하지만 지난 16일, 코인원이 위믹스 거래지원을 깜짝 공지했다. 상장폐지 두달 만에 원화 거래소에 재상장된 것이다. 국내 원화 거래소에 위믹스 재상장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지 이틀 만에 코인원 재상장이 결정돼 업계는 당황한 기색을 보이고 있다.
코인원은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위믹스는 유의종목지정사유에 해당되었던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보완조치를 실행하였으며, 해당 조치에 대한 자료를 모아 코인원에 거래지원심사를 신청했다"며 "검토 결과, 거래지원 시 발생했던 유통량 위반, 정보 제공 및 신뢰 훼손 등의 문제가 해소되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추가로 코인원 관계자는 "위믹스가 유의종목으로 지정되고 유통량, 미공개정보 등의 중요성이 대두되며 관련 가이드 제정 논의가 활발해졌다"며 "이번 위믹스 재상장을 기점으로 가상자산 사업가들이 지속적으로 프로젝트를 추진해나갈 수 있는 산업 기반이 형성되길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고팍스·빗썸·업비트·코인원·코빗 등 5대 거래소가 출범한 공동 협의체 닥사는 공동 대응을 통해 위믹스를 상장폐지했다. 하지만 닥사 소속인 코인원이 단독으로 재상장함에 따라 닥사의 협의체란 한계가 드러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거래지원의 최종 결정은 각 거래소에서 판단한다"고 밝혔다. 즉, 재상장 과정에서 닥사의 동의는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코인이 거래소에 상장되려면 일정 과정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코인원과 위메이드가 위믹스 재상장과 관련한 논의를 일찍이 시작했을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기술적으로 짧은 기간에 상장하는 것은 힘들다"며 "앞서 두 회사간 이야기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는 닥사가 단행한 위믹스 상장폐지란 공동 대응을 무의미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로 인해 향후 닥사가 공동대응을 하더라도 그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생길 수 있다. 또한 코인원을 시작으로 다른 거래소에서도 위믹스 재상장이 진행된다면 애초에 상장폐지를 왜 한 것이냐는 비판을 피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닥사 관계자는 "거래지원 영역의 경우 각 거래소의 고유 재량이기에 별도 평가는 어려운 상황이다"며 "다만, 닥사는 본래 출발이 자율규제였고, 여전히 자율규제는 유효하며 앞으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공동으로 해 나갈 수 있는 것을 발굴하고 이를 묵묵히 이행해 나갈 계획이다"고 설명했다.
이에 코인원 이외 닥사 회원 거래소들의 향방이 주목되고 있다. 업비트와 빗썸 등 거래소들은 거래지원과 관련한 사항은 시세에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위믹스 재상장 여부는 언급하지 않고 있다.
업계에선 업비트가 위믹스를 재상장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지난해 말, 업비트와 위메이드간 갈등이 고조됐기 때문이다. 지난해 11월, 이석우 업비트 대표는 개인 SNS에 위믹스의 상장폐지 기사 사진과 함께 "사필귀정"이라는 문구를 남겼다. 사필귀정이란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데로 돌아간다'는 뜻이다.
이에 위메이드 장현국 대표는 위믹스 상장폐지가 업비트의 '수퍼 갑질'이라며 "가상자산이라는 사회적 재산을 다루는 기업의 이러한 처사는 사회악이라고 본다"고 맹비난했다. 또한 장 대표는 "업비트 경영진 중 한 사람이 닥사 결정이 나오기 전에 나온 기사를 인스타그램에 자랑하듯 올려놓은 모습도 보았으며 그게 자랑할 일인가"라고 강조했다.
코인게코에 따르면 현재 코인원은 24시간 거래량 기준, 국내 5대 거래소 중 2%가 조금 넘는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다. 업비트, 빗썸에 이어 3위지만 업비트가 89%, 빗썸이 9% 가량 점유하고 있는 것에 비하면 코인원의 거래량은 극히 적다.
상장폐지 전까지 업비트와 빗썸, 코인원, 코빗 등의 거래소에서 유통량의 약 90%가 거래된 토종 가상자산인 위믹스의 재상장으로 코인원에 대한 투자가 늘어난 가능성이 높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시장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위믹스 재상장으로 수익 증대를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코인마켓캡에 따르면 17일 오전, 위믹스 가격은 2500원대로 24시간 전보다 11% 가량 상승했다. 코인원의 위믹스 재상장 공지 전과 비교하면 약 36%가 급등한 것이다. 코인원에서도 17일 기준 위믹스 가격은 2570원대를 기록하고 있다.
김한결 기자 hhhh893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