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UPS용 리튬배터리, 화재에 취약…열폭주 현상으로 진압 어려워

‘카카오 먹통 사태’는 대한민국을 대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다. 이 사태 여파로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원인을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분주하다. 비난의 화살이 카카오에 집중되고 있지만 판교 데이터센터(IDC) 관리 소홀로 화재를 막지 못한 SK C&C에 1차적 책임이 있는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에 <한스경제>는 SK C&C의 실책과 향후 IDC의 방향성을 집중 분석했고, 구조적 결함‧UPS(무정전전원장치) 문제점‧SK온 배터리 등을 시리즈로 연재하고자 한다. <편집자주>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의 화재 발화지점인 지하3층 전기실 비상 축전지 모습. 사진=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판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사고의 화재 발화지점인 지하3층 전기실 비상 축전지 모습. 사진=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한스경제=최용재·박수연 기자]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는 UPS(무정전전원장치)용 리튬이온배터리(리튬배터리)에서 불이 시작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UPS는 중앙 전원이 끊겼을 때 전력을 대체 공급하는 일종의 비상용 전원이다. 

아직 정확한 화재 원인은 구명되지는 않았으나 배터리 자체 결함으로 화재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 배터리 모듈에 대한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의 정밀 감정에는 2주 이상이 걸릴 전망이다. 

◇ 화재에 취약한 UPS용 리튬이온배터리

그렇지만 발화 지점이 리튬배터리로 확인되면서 안정성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UPS용 배터리는 장기간 충전 상태로 보관돼 상시 사용되는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낮다. 게다가 배터리 핵심 소재인 리튬이온이 화재에 취약하다. 

열폭주 현상까지 나타나 진압이 힘들뿐 아니라 더욱 큰 화재로 번질 위험성도 크다. 열폭주는 배터리팩 손상 시 내부 온도가 순식간에 치솟으면서 불이 번지는 현상이다. 양극‧음극‧분리막‧전해액으로 구성된 배터리에서 분리막이 손상되면서 양극과 음극이 직접 만나 과열되며 폭발로 이어지는 것이다. 

이번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역시 소방 인력이 열 폭주 현상으로 인해 화재 발생 8시간여 만에 간신히 불을 껐다.

UPS 관련 화재가 끊이지 않는 이유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의하면 2018년부터 이달까지 최근 5년간 UPS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54건으로 드러났다. 김성환 더불어민주당(민주당) 의원 역시 “한국감정원 화재(2018년 1월), 공영홈쇼핑 화재(2019년 4월), 수원시청 화재(2019년 4월), 동인천역 화재(2020년 11월), 메가박스 화재(2022년 7월) 등 UPS 문제로 인한 화재가 끊이질 않고 있다”고 말했다. 

SK C&C는 이 리튬배터리를 따로 보관하지 않고 다른 주요 시설들과 한 곳에 모아놨다. 이에 화재 피해가 더욱 커졌다.  SK C&C 관계자는 “왜 그 배터리를 같이 뒀냐고 물으시면 죄송하다는 말 밖에 하지 못한다”며 “그래도 설계를 잘하고 쌓아뒀기 때문에 서버룸이라던가 다른 장소로는 불길이 옮겨가지 않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 배터리 전문가 “후진국형 참사”

화재에 취약하지만 리튬배터리는 현재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를 잡고 있다. 리튬배터리는 기존의 배터리의 핵심소재 납축전지와 비교해 수명과 에너지밀도가 2~3배 높다. 이는 같은 부피와 무게 대비 많은 에너지를 낼 수 있다는 의미다. 

때문에 UPS용 배터리 역시 납축전지 중심에서 리튬배터리로의 전환이 진행 중이다. 시장조사기관 SNE 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UPS 리튬배터리 침투율은 31%고, 2025년에는 50%, 2030년에는 80%까지 증가할 거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SK C&C 사태로 인해 일각에서는 데이터센터 UPS에 안정성이 높은 납축전지로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실제로 KT의 경우 2020년 화재 위험 등을 고려해 리튬배터리를 납축전지로 교체한 바 있다. 

국내 배터리 권위자 박철완 서정대 스마트자동차학과 교수는 “리튬배터리에 불이 붙으면 맹렬하게 타는 건 맞다. 불이 나면 쉽게 끄지 못하는 시스템인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그는 “리튬배터리는 친환경 배터리다. 에너지밀도가 높아 공간, 중량 등 장점이 훨씬 더 많다. 이번 화재는 리튬배터리가 스스로 발화를 했을 수 있고, 다른 요인으로 인해 발화를 했을 수도 있다. 정확한 원인은 국과수의 결과를 기다려봐야 하겠지만, 안전 인증 등 법과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이번 사태를 ‘후직국형 참사’로 정의했다. 그는 “UPS 관련된 안전기준 등은 과거 납축전지에 맞춰져 있다. 이것이 가장 큰 문제다. 애초에 화재를 막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며 “관련 기관들의 법과 제도가 리튬배터리 기준으로 업데이트 했다면 사고 여파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정부와 정치권, 뒤늦게 대책 마련 나서 

정부와 정치권도 관련 제도 개선에 힘을 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박 교수의 말대로 지금까지 ESS(에너지저장장치) 기준만 있을 뿐 UPS에 대한 안전 기준은 마련되지 않았다. 소방청과 산업통상자원부(산업부) 역시 ESS와 UPS를 지금까지 별도로 취급했다. 이번 SK C&C의 배터리는 UPS로 분류돼 사각지대에 방치된 것이다. 

장경태 민주당 의원은 “화재 위험성이 있는 UPS 설비, 이 설비를 돌리기 위한 리튬배터리에 대한 안전조치는 2017년 지침 이후 바뀐 게 없다. 정보통신망법 46조에 따라 점검 의무가 있지만 43개 사업자는 서면으로만 점검했고, 28개 시설에 대해 현장 점검을 진행했다”며 “화재가 발생한 SK C&C 판교 데이터센터 역시 지난해 서면으로만 점검했다”고 지적했다. 

윤두현 국민의힘 의원은 재발 방지를 위해 “불이 안 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만큼 매뉴얼을 다시 조정해 화재를 예방할 수 있는 매뉴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지난 19일이 돼서야 “안전관리 사각지대에 있던 UPS에 대한 안전관리 강화를 위해 업계 의견수렴‧특별 안전점검‧공청회 등을 거쳐 UPS 안전기준안을 마련하고, 안전기준 제정을 위한 행정절차를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최용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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