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정책 국감' 실종, '정쟁 국감'만 벌이다 종반 돌입
남은 국감 역시 여야간 충돌 예고
국회 외통위의 통일부 등 국정감사가 7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국회 외통위의 통일부 등 국정감사가 7일 국회에서 열리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윤석열 정부의 첫 국정감사가 반환점을 돌았지만, 올해 역시 ‘정쟁 국감’ 꼬리표를 떼지 못했다는 혹평이 지배적이다. 여야는 주도권 싸움을 벌이면서 정쟁에만 몰두했고, 이번에도 어김없이 등장한 격한 언사들도 국감장을 어지럽혔다. 새 정부가 출범한 지 5개월밖에 안 돼 치러진 국감인 만큼 정부를 상대로 한 질의보다 서로를 향한 '약점 잡기'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번 국감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을 둘러싼 ‘외교 참사’ 논란에 박진(66) 외교부 장관 해임 건의안 단독 처리로 여야 갈등이 최고조로 치달은 상황에서 시작됐다. 여기에 국감 직전 감사원이 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 감사와 관련 문재인(69) 전 대통령에게 서면 조사를 통보하면서 ‘신구 권력’간 대치 전선까지 뚜렷해졌다.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이하 외통위) 국감은 첫날부터 중단과 재개를 세 차례나 반복했다. 더불어민주당 측은 윤 대통령의 해외 순방이 ‘참사’였다고 주장했고, 반대로 국민의힘 측은 민주당이 억지로 만든 ‘정치 참사’라며 맞섰다.

최대 격전지로 꼽혔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국감 역시 시끌시끌했다. 서로를 비판하는 ‘정정당당 민생국감’, ‘외교 참사 사과하라’ 피켓을 노트북에 붙이는 등 기 싸움을 벌였다.

막말과 실언 논란도 빠지지 않았다.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선 대통령실 이전 비용을 둘러싸고 여야가 공방을 벌이던 중 김교흥(62) 민주당 의원이 여당을 향해 “버르장머리가 없다. 어딜 감히”라고 발끈했다.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국감에선 권성동(62) 국민의힘 의원의 발언이 논란이 됐다. 권성동 의원은 김제남(59) 이사장이 과거 정의당의 당적을 보유했다는 사실을 거론하며 “혀 깨물고 죽어야 한다. 투명인간 취급하겠다”고 폭언했다. 이에 윤영찬(58) 민주당 의원은 “의원 품위의 문제다. (국회 윤리특위) 징계까지 검토할 수 있는 사안이다”라고 경고했다.

정무위원회 국감에선 ‘색깔론’까지 등장했다. 김문수(71) 경제사회노동위원장은 “문 전 대통령이 신영복 선생을 가장 존경하는 사상가라면 김일성주의자”라고 발언했고, 야당의 거센 반발에 결국 김문수 위원장은 국감장에서 퇴장당했다.

이 외에 지각하는 의원들, 조는 의원들도 여럿이고, 심지어 휴대전화를 보며 딴 짓하는 의원도 있다. 질의 자체도 맹탕이다. 이슈가 되는 현안을 집중적으로 파다 보니, 같은 질문만 반복됐다. 야당은 정부의 흠을 부각하고 여당은 방어하는 데 급급하기 만하다.

남은 기간에도 똑같은 질의 응답만 반복된다면 이번 국감도 '맹탕국감'이라는 꼬리표를 떼기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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