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새 정부 출범 5개월 지나 열린 2022년 국정감사
여야간 주도권 다툼으로 시끌벅적
일각에선 '국감 무용론' 대두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두고 여야 의견 차이로 감사가 중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대통령 비속어 논란 영상을 재생하는 것을 두고 여야 의견 차이로 감사가 중지되고 있다. /연합뉴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위원들은 4일 박진(66) 외교부 장관의 거취와 국감장 퇴장 문제를 두고 주도권 다툼을 벌였다. 더불어민주당 대부분의 의원들은 박진 장관의 자진 사퇴 및 국감장 퇴장을 주장했고, 반대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먼저 소명할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을 폈다. 결국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대상 국정감사는 시작 30분 만에 정회했다. 오후 2시 속개된 지 40여분 만에 또다시 정회하는 등 첫날부터 쉽지 않은 국감을 예고했다.

박 장관은 파행 끝에 국감에 출석해 “제 소회를 잠시 말하겠다. 저의 거취는 임명권자의 결정을 따를 것이며, 장관으로서 최선을 다해 맡은 바 소임을 다해나갈 것이다”라며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이제 약 5개월이 지났다. 우리 외교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날 감사에서는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에 대한 조문 문제, 미 인플레이션법(IRA)의 한국산 전기차 보조금 지급 철폐 사안에 대한 윤 정부의 대응, 유엔(UN) 총회에서 한미·한일 회담 및 윤 대통령의 막말 논란 등에 대한 지적이 주로 제기됐다. 이에 박 장관은“한미관계는 강화되고, 한일관계는 개선되고, 한중관계는 재정립되고 있다”면서 “이번 순방 행사가 ‘외교 참사’라는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히려 여러 분야에서 많은 실질적 성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김경협(60) 민주당 의원은 최근 영국 공영방송 ‘BBC’의 시사 코미디 프로그램인 'Have I Got News for You(해브 아이 갓 뉴스 포 유)'에서 윤 대통령의 비속어 논란이 등장한 부분을 재생했다. 프로그램 출연진들이 윤 대통령의 ‘XX’ 발언을 외신들이 어떻게 번역했는지, 이후 한국 대통령실이 어떻게 해명했는지가 코미디의 소재였다. 김경협 의원은 “영국에서 우리 외교를 칭찬했다고 하는 우리 정부와 여당 측의 주장에 대해서, 실제로 영국 BBC가 어떻게 방송을 하고 있느냐?”라며 “이게 한국 외교를 칭찬하는 것으로 보이느냐?”라고 비꼬았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박진 외교부 장관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외교부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에 박 장관은 “해당 방송은 영국의 공식적인 반응이 아니다. 영국의 외무장관이나 또 주한영국대사가 한 이야기가 영국의 공식적인 반응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어 마이크를 잡은 김석기(68) 국민의힘 의원은 김 의원을 향해 “왜 BBC가 그런 방송을 하게 됐느냐? 바로 우리 MBC가 엉터리 방송을 하고, 이 내용을 왜곡해서 세계만방에 뿌렸기 때문이다”라며 “MBC는 대통령께서 나가시면서 혼잣말을 하는 걸 녹취를 했다. 대한민국 언론사 맞느냐”라고 따졌다.

'민생·정책' 국감을 기대했던 국민들 입장에선 실망감이 크다. 여야가 나서 새 정부의 초기 실책을 바로잡고 나은 방향으로 함께 갈 것으로 기대했으나 서로 물어뜯기 바쁘다. 물론 민생과 관련 없는 안건을 꼭 다루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적어도 공정과 상식에 위배되는 의혹에 대해선 누군가 나서 명쾌한 답을 냈어야 했다.

새 정부 출범이 반 년도 채 지나지 않았지만 정책 방향을 미리 검증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두고 여야간 감정 섞인 다툼만 계속되자 이를 두고 ‘국감 무용론’이라는 말이 터져나오고 있다. 검증의 시간이 되어야 할 국감이 정쟁의 장으로 흘러가고 있다. ‘민생 우선’이라는 기조는 어디로 갔을까. 여전히 약점 들춰내기 급급하기 만하다. 국회가 나서 민생을 달래지 않는다면 ‘국감 무용론’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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