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서울에서 가장 오래된 아파트...철거 계획안 발표로 주목
조합 설립 이전 단계...개발 확정 후 철거까진 시간 걸려
무허가 5층 지분 여부, 주민간 갈등 등도 사업 진행 걸림돌
서울 마포구 충정로역 근처 충정아파트. / 서동영 기자
서울 마포구 충정로역 근처 충정아파트. / 서동영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지하철 5호선 충정로역이 있는 충정로3가는 대로를 사이에 두고 극명히 대비가 되는 지역이다. 북쪽을 기준으로 서쪽엔 현대식 빌딩들이, 오른쪽엔 낡은 주택들이 주로 자리했다. 하지만 모든 이의 시선을 끄는 건 우주충한 녹색 외관의 충정아파트다. 85년 역사 '국내 최고령 아파트'임을 말해주듯 외벽은 군데군데 금이 가거나 페인트칠이 벗겨져 속살이 드러났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세워져 광복과 한국전쟁을 거쳐 지금까지 서울의 역사를 지켜본 충정아파트에 이목이 집중된 건 지난 15일 서울시가 마포로5구역 재개발 정비계획안을 발표하면서다. 계확안엔 충정아파트를 철거하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원래 서울시는 박원순 전 시장 시절 지역 유산을 지키는 차원에서 보존하려 했으나 오세훈 시장 취임 후 안전 문제와 주민 갈등을 이유로 철거를 결정했다. 

발표 당일 '85년 충정아파트, 사라진다'라는 제목의 기사들이 수없이 쏟아졌다. 발표 이틀 뒤인 지난 17일에도 방송카메라가 충정아파트를 찍고 있었다. 

페인트가 벗겨진 충정아파트 외관. / 서동영 기자
페인트가 벗겨진 충정아파트 외관. / 서동영 기자

그러나 충정아파트가 당장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서울시의 이번 발표는 재개발 확정이 아닌 계획 변경이다. 충정아파트가 포함된 마포로5구역 제2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은 이제 추진위원회가 구성된 단계다. 조합 설립 이후 재개발 완료까지 보통 5~7년에서 길게는 10년 이상인 것을 감안하면 충정아파트 철거는 아직 한참 멀었다. 서울시 관계자도 충정아파트 철거 시기에 대해 "올해 안에 되겠냐"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충정아파트 인근 상인들 생각도 마찬가지다. 한 상인은 "몇 년 전 서대문 재개발로 인해 가게를 옮겼다. 이곳마저 개발돼 나가야 한다면 나이도 있기에 완전히 장사를 접을 것"이라면서도 "당장 재개발되진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그 이유 중 하나로 충정아파트 5층을 꼽았다. 1~4층과 달리 맨 꼭대기인 5층은 1960년대 무허가로 층축했다. 때문에 5층 소유자들 중 일부가 대지지분이 없어 재개발을 한다고 하더라도 보상을 받기가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돌고 있다. 

충정아파트 정문. 외부인의 출입 및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 서동영 기자
충정아파트 정문. 외부인의 출입 및 사진 촬영을 금지하는 경고문이 붙어 있다. / 서동영 기자

그러나 충정아파트 1층에 자리한 부동산에선 이 같은 소민은 근거가 없다고 말했다. 충정아파트에서 오랫동안 사진관을 운영하다 몇 년 전부터 부동산도 겸하고 있다는 공인중개사는 "5층 소유주들이 대지지분 없다는 소리는 말이 안 된다"며 펄쩍 뛰었다.

그러면서 1980년대 서울신탁은행으로부터 받은 지분매도 증서를 보여줬다. 서울신탁은행은 1970년대 호텔로 운영되던 충정아파트를 소유하면서 아파트로 일반분양한 바 있다. 그는 "여기에 적혀있듯이 5층 소유주들도 대지지분을 갖고 있다"며 "서울시의 이번 철거 결정은 충정아파트 소유주 모두 찬성했기에 가능했다. 사업 진행엔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충정아파트 주민과 주변 단독주택 주민간 갈등도 걸림돌이다. 인근 주민은 "재개발에서 충정아파트 주민들 지분보다 단독주택 소유주들 지분이 상대적으로 더 많은 걸로 알고 있다"며 "그래서 단독주택 소유주들은 충정아파트가 개발에 포함되는 걸 반가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충정아파트 뒷편 주택가 골목. / 서동영 기자
충정아파트 뒷편 주택가 골목. / 서동영 기자

해당 구역 재개발에 참여한 소유주들은 충정아파트 주민까지 합쳐 80여명. 이 주민은 "개발이 되려면 이 같은 갈등이 모두 해소돼야 할 것인데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언제 철거가 될 진 아무도 예상할 수 없다"고 말했다.

결국 충정아파트의 철거가 언제일지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상황이다.  그말을 듣고 충정아파트 5층에서 하얀색 와이셔츠가 햇빛에 말려지고 있는 모습을 보니 당장 허물어져도 이상하지 않을 건물이 '나는 아직 살아있다'고 말하는 듯했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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