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삼각맨션 한강로 등 정비사업 차질 및 무산 우려
"추가제한 없다"는 당선자 약속에 기대감 높이기도
서울 용산 삼각맨션 주변 주민들이 방송 카메라 촬영을 지켜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서울 용산 삼각맨션 주변 주민들이 방송 카메라 촬영을 지켜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1번 출구에서 나와 오른쪽으로 돌아 들어가면 보이는 갈색 삼각맨션. 한눈에 봐도 매우 오래돼 보이는 아파트 밑엔 카메라와 마이크를 손에 든 사람들이 주민과 인터뷰하느라 바빴다. 주변엔 방송국에서 온 차량들도 보였다. 삼각맨션 주변 한 상인은 "평생 볼 방송 카메라와 기자를 오늘 다 봤다"고 말할 정도로 이곳 주변은 취재진으로 붐볐다. 

평소라면 보통의 주택가와 다를 바 없었을 이곳이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된 이유는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대통령 집무실 이전 문제 때문이다. 윤석열 당선인은 지난 20일 "청와대를 국민께 돌려드리기 위해 용산 국방부 청사에서 집무실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삼각지 등 국방부 청사 인근 주민들은 "삶이 많이 불편해지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고 있다. 한 중년 남성은 "윤 당선인이 지난 19일 국방부 청사를 찾았을 때 교통이 통제돼 차를 10분간 도로 한 가운데 멈춰 세워야 했다"며 "취임하면 한남동에 마련될 관사에서 집무실로 매일 출퇴근 한다는데 그때마다 이래야 하나"라며 불만을 토해냈다.

이어 "이곳에 청와대 경호원이나 경찰관이 배치될 텐데 불심검문이라도 하면 동네 분위기가 많이 무거워지고 상권도 위축될 것"이라고 걱정했다. 다양한 식당과 카페, 노포 등이 자리한 삼각지역 인근은 최근 '용리단길'이라고 불리며 젊은 층이 많이 찾는 곳이다.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 18일 대통력직인수위원회 국방부 답사 당시 인수위 버스를 막고 현수막을 내걸며 집무실 이전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한강로1가 골목길 끝에 국방부 건물이 보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한강로1가 골목길 끝에 국방부 건물이 보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무엇보다 재개발 계획이 무산되는 것 아니냐는 심려가 크다. 삼각지의 경우 삼각맨션 특별계획구역과 삼각맨션 바로 옆 한강로 특별계획구역(한강로1가 158번지 일대)에서 각각 35층과 38층 주상복합 계획이 잡혀있다. 특히 1970년에 지어진 삼각맨션은 지은 지 50년이 넘었다. 용산구엔 용산역부터 서울역까지 이어지는 한강대로를 중심으로 개발구역이 다수 존재한다. 

하지만 대통령 집무실이 국방부 청사로 옮겨진다면 경호와 보안을 위해 고도제한 등 규제가 더 강화될 수 있다. 현재 청와대가 있는 종로구 효자동 등은 5층 높이인 15~20m를 초과하는 건물을 지을 수 없게 돼있다. 때문에 용산 내 정비사업 특히 국방부 바로 옆 삼각맨션과 한강로 재개발은 층고가 낮아지는 것은 물론 사업 취소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한강로 사업지는 골목길 하나를 두고 국방부 건물과 마주하고 있었다.

이곳에서 30년 넘게 장사했다는 80대 상가 주인은 "오래 전부터 이곳을 개발한다고 했지만 지금까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대통령까지 여기로 온다는 데 가능하겠냐. 아마 내가 죽을 때까지 안 될 것"이라며 고개를 저었다. 

윤 당선인이 추가 제한은 없다고 밝혔지만 믿을 수 없다는 의견도 있다.  기존 건물은 어쩔 수 없더라도 새로 지을 건물은 제한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인근 한 주민은 "막상 취임 후 집무실로 왔더니 정비사업 안되겠다고 말을 바꾼다면 그땐 어찌할것이냐"라며 미덥지 못하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그러나 이런 우려와 달리 기대감을 표하는 곳도 있다. 이미 국방부 내부가 보이는 고층 건물들이 있는데 문제가 있겠느냐는 것이다.

한강로1가 상점들 사이로 36층짜리 용산베르디움 프렌즈가 보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한강로1가 상점들 사이로 36층짜리 용산베르디움 프렌즈가 보이고 있다. / 서동영 기자

한 공인중개사는 지도를 보여주며 동네 건너편 높게 솟은 용산파크자이(34층) 등을 비롯해 서빙고 쪽 용산시티파크(42층), 용산파크타워(40층)를 가리켰다. 그는 "이들 아파트에서도 충분히 국방부 내부가 보인다. 그러니 35층 건물이 추가로 생긴다고 해서 큰 문제가 있겠냐"며 사업 제한이나 취소는 없을 것이라 전망했다. 

또한 주민들 불만 해소를 위해 기존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유영운 한강로 정비사업 조합장은 대통령 집무실 이전을 환영했다. 국방부 바로 옆 조합 사무실에서 만난 유영운 조합장은 "윤 당선인이 추가제한은 없을 것이라고 직접 밝히지 않았느냐. 그 약속을 믿는다"며 "현재 조합원 중 반대하는 이들이 있는데 설득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윤 당선인이 주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각종 제한을 더 풀어준다면 오히려 지지부진한 사업이 탄력을 받을 수도 있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서동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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