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높은 노동 강도에도 비교적 단체행동 적은 분야 인식
웹젠, 게임업계 최초 파업 예고하며 지각변동 감지
새로운 세대 유입ㆍ인력난ㆍ평균 임금 함정 등 복합 요인
국내 IT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 사진=연합뉴스
국내 IT 기업들이 밀집한 판교 테크노밸리 전경 / 사진=연합뉴스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국내 IT업계는 2000년대 초 급격한 성장을 이루면서 잦은 야근과 높은 노동 강도가 일반화 됐다. 그럼에도 비교적 직원들의 파업 등 단체행동이 적은 분야였다. 국내 대표 IT기업 네이버도 2018년에야 노조가 설립됐을 정도로 노조의 활동 기간도 길지 않다.

하지만 웹젠이 게임업계 최초로 파업을 예고하는 등 파업 안전구역으로 불리던 IT업계에 지각변동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급격한 성장과 연봉 인상 등 꿈의 직장으로 불린 IT업계지만 여전한 인력난과 과도한 업무 강도에 변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IT위원회와 웹젠지회는 18일 판교 웹젠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노동절까지 조합원과 결의를 다지고 5월 2일부터 파업을 시작하겠다”며 “단 회사가 진전된 안을 제시하고 대화하고자 한다면 언제든지 교섭에 응할 것”이라 밝혔다.

웹젠 노사는 앞서 3차까지 가는 임금 협상에서 합의점을 찾지 못했으며 웹젠 노조는 지난 7~8일 조합원 대상 쟁의행위 찬반투표 결과 투표율 92.8%, 찬성 득표율 72.2%로 가결됐다. 노조 측은 일괄 1000만원 연봉인상을 요구하고 있지만 웹젠 측은 평균 10% 인상을 제시하는 등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

웹젠이 예고대로 파업을 강행한다면 국내 게임업계 최초의 파업으로 기록된다. 때문에 3N(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비롯해 네이버, 카카오 등 게임업계를 넘어 모든 IT업계가 웹젠의 행보에 주목하고 있다.

IT업계에선 이 같은 변화에 ▲개발직군의 새로운 세대 유입 ▲워라벨 중시문화 확산 ▲인력난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인력난과 과도한 업무 강도가 가장 큰 요인으로 보고 있다.

지난 18일 웹젠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웹젠 노조 / 사진=연합뉴스
지난 18일 웹젠 본사에서 기자회견을 가진 웹젠 노조 /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네이버, 카카오, 통신3사 등 다양한 IT업종 기업들은 코로나19로 디지털 전환기를 맞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급격한 성장을 이뤘다. 하지만 연봉 인상 등 개발자 영입 전쟁을 동시에 벌이며 여전한 인력난을 호소했다.

특히 신사업 추진 등 회사가 영역을 넓혀가면서 업무 강도는 더 높아졌다. 반면 알려진 바와 다르게 고액 연봉자들은 손에 꼽을 정도이며 여전히 대다수 개발직 종사자들은 업무에 비해 적은 연봉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커리어 플랫폼 '프로그래머스'에 따르면 지난해 말 개발자 5362명을 대상으로 설문을 실시한 결과 49.8%는 4000만원 이하의 연봉을 받고 있으며, 1억원이 넘는 고연봉자는 1.3%에 그쳤다.

또한 타 직군에 비해 수평적인 조직 문화와 MZ 세대 등 새로운 세대가 유입되면서 업무에 대한 웨라벨을 중시하는 성향이 강해진 것도 변화의 한 요인으로 분석된다. 

한 IT업체 관계자는 “과거 잦은 야근 등은 개발자라면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분위기였다”며 “이제는 시대가 많이 바뀌었다. 조직문화도 바뀌고 웨라밸 등 개발자들의 생활권을 존중해주는 문화도 많이 퍼졌다”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로 IT업계가 급격한 성장을 하면서 그동안 문제로 지적 된 것들이 더 크게 다가오는 것 같다”며 “단순히 ‘임금 협상이 안돼서 파업을 한다’는 의미보단 인력난, 업무환경 변화 등 복합적인 요인에서 살펴봐야한다”고 전했다.

김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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