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용요약 기자간담회 통해 경과보고·향후 일정 밝혀…관련 기업들 분담비율·종국성 문제 놓고 이견 
조정위 활동 시한 4월말…13일 피해자단체·기업대표, 조정위 기한 연장 여부 논의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수 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11일 오전 서울 종로구 변호사회관에서 열린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김이수 위원장이 경과보고를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스경제=김동용 기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를 위한 조정위원회(조정위)는 11일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은 옥시레킷벤키저(옥시)와 애경산업에 유감을 표하고, 이달 말 활동시한이 종료될 때까지 조정 성립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조정위는 옥시와 애경산업에 의사결정을 재고해 줄 것을 촉구하고, 추가 협의를 요청한 상태다. 

김이수 조정위 위원장은 이날 오전 서울 광화문 변호사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그간 경과보고와 향후 일정 등을 밝혔다. 이 자리에는 최병환·황정화·김학린 위원 등 조정위원들도 참석했다. 

김 위원장은 "조정위는 조정 성립이라는 결과를 가져오기에는 위태로운 상황"이라면서도 "곧바로 조정의 불성립을 판단하기 보다는 마지막까지 조정의 성립을 위한 노력을 다 해 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관련 기업 모두에 사회적 참사인 가습기살균제 사건의 종국적인 해결을 위해 다시 한 번 사회적 책임의 연대 이행이라는 시각에서 분담비율의 조정에 관한 추가 협의를 요청드린다"며 "조정위에서도 남아있는 기간, 이에 대한 대안을 숙고할 예정"이라고 호소했다. 

조정위는 정부가 가습기살균제 사용중단 권고를 발표한 이후 10년이 지난 시점인 지난해 8월, 13개 피해자단체와 9개 관련 기업들이 자발적으로 조정을 통한 문제해결에 합의하고, 환경부장관에게 조정위원장 추천을 요청해 구성됐다. 

조정위는 올해 1월 중순 조정안 초안을 만들어 피해자단체·기업들과 논의한 결과, 올해 3월19일 기업들이 피해자들에게 제공할 지원금의 세부적 내용을 정한 '조정안'과 조정안의 실효성 담보 방안을 담은 '권고안'을 마련했다. 

이 조정안의 조정대상자는 7000여 명에 이른다. 조정금액은 가습기살균제 피해인정률 추정 및 보정계수를 포함해 최소 7795억여 원 내지 최대 9240억원으로 추산된다고 조정위는 밝혔다. 

개별 피해자들이 지급받을 수 있는 지원금은 생존피해자의 경우 연령·피해등급에 따라 최저 2500만원에서 최고 5억여 원의 지원금을, 사망피해자의 경우 연령에 따라 최소 2억원에서 최대 4억원의 유족지원금을 받게 된다. 피해가 인정되지 않는 단순 노출확인자의 경우도 300만원의 지원금을 지급받을 수 있도록 했다. 

조정위는 조정금액의 예상 최대치인 9240억여 원을 기준으로 기업별 분담금액을 정해 기업들에 각각 안내했다. 앞서 기업들이 스스로 분담금액 기준을 제시할 경우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으나, 기업들은 기업 간  논의가 어렵다는 이유로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 이에 조정위는 피해구제법에서 사용된 기준을 적용하게 됐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무책임한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 옥시와 애경규탄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6일 서울 광화문 교보빌딩 앞에서 열린 무책임한 가습기살균제 살인기업 옥시와 애경규탄 기자회견에서 환경보건시민센터 회원들과 가습기살균제 피해자 유족들이 발언하고 있다. / 연합뉴스 

권고안에는 기업들이 민감하게 반응했던 일회성과 종국성 문제가 담겼다. 일회성은 피해자들이 받을 지원금 총액을 추론해 한 번에 지급한다는 의미다. 일회성은 미래에 발생할 불확실한 상황에 대처하기 어렵다는 문제점이 있다. 종국성은 가습기살균제 문제의 최종적 해결을 도모하는 것으로 조정위는 권고안을 통해 종국성을 담보하기 위한 제안을 담았다. 

권고안에는 일회성 문제를 보완하기 위해 피해자들이 조정에 동의하더라도 정부가 피해구제법상 피해자로서의 지위에서 보장받을 수 있는 구제급여 외의 사항들을 적극 지원해 줄 것을 권고하는 내용이 담겼다.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였던 종국성 문제는 법적·제도적으로 종국성을 보장할 수는 없지만, 조정에 참여한 기업들이 향후 피해구제법상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는 일이 없도록 권고했다. 

관련 9개 기업 가운데 7개 기업은 조정안에 동의했다. 하지만 옥시와 애경산업은 조정금액과 분담 비율의 적정성·종국성 확보 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동의하지 않았다. 두 회사의 부담액은 조정금액의 60% 이상으로, 이들 기업의 동의하지 않으면서 조정안도 현실적으로 실행되기 어렵다. 

이에 조정위는 옥시 다음으로 피해구제법상 분담금 비율이 높은 SK케미칼이나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관련 기업들에 조정에서 분담금 비율을 높일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했으나, 이들 기업은 검토 끝에 피해구제법상의 분담비율을 넘어 부담할 수는 없다고 답했다. 

조정위는 또 하나의 부(不)동의 사유인 종국성 확보에 관해서는 권고안에 담긴 내용처럼 조정 이후에는 기업에 피해구제법상의 추가 분담금을 부과하지 않고, 구제급여의 재원을 정부가 책임지는 조건으로 기업들의 조정 동의가 이뤄진다면 정부나 국회의 입장에 진전이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기자간담회 직후 질의응답에서 김 위원장은 '조정위 활동 기한 연장 여부'를 묻자 "아마 모레(13일 피해자단체와 기업대표 간) 논의가 있을 것으로 들었다"며 "(활동시한인) 4월 말까지는 최선을 다하겠지만, 연장 여부는 당사자들의 논의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황정화 조정위원은 '옥시 영국 본사와의 협의도 진행 중인가'라는 질문에 "과거 국조 특위와 특조위가 2016년, 2019년 각각 두 차례 영국 본사를 방문해 옥시 CEO(최고경영자)를 만나 문제해결을 약속 받았지만, 현재까지 (조정안에) 동의하지 않는 입장이라서 굉장히 유감"이라며 "현재까지는 한국 지사를 통해 (옥시 본사의) 의사를 전달받는 형태로 협의를 진행해왔지만, 조정위 차원이 아닌 개인적 의견으로는 직접 만나 의견을 타진하고 설득해 볼 생각이 있다"고 답했다. 

최병환 조정위원은 "옥시의 내부 의사 결정 구조를 정확히 알지는 못하지만, 영국 본사가 이 문제를 모르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정기적으로 (조정위 관련) 보고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실제 저희가 직접 협의하기 위해 본사에 의사를 전한 적도 있으며, 앞으로도 논의를 계속할 생각"이라고 부연했다. 

김동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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