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무역적자 심화...미 연준 긴축 가속화
당장 우려 단계 아니지만 업종별 피해 가능성
[한스경제=서동영 기자] 엔화 약세가 장기화되면 우리나라 기계, 철강 업종에 타격이 예상된다는 전망이 나왔다.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는 26일 '경제분석'을 통해 최근 엔화 약세를 분석했다. 지난해 4분기 이후 110엔대 초중반에 머문 엔화는 지난 2015년 이후 가장 높은 달러당 120엔대로 뛰어올랐다.
엔화 약세의 이유는 공급망 차질로 인한 에너지 가격 급등으로 일본의 무역적자가 심화다. 여기에 미국은 인플레에 대응해 연방준비제도(Fed) 긴축 가속화도 우려되고 있다. 미국과 일본 간 통화정책 차별화 우려를 반영해 미-일 금리 차는 3월에만 50bp 이상 급등했고, 엔/달러 환율 역시 이에 연동돼 오르게 됐다.
김찬희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연준의 긴축 가속화 가능성과 무역수지 악화 우려 등이 엔-달러 환율의 추가 상승 압력을 높이겠다”며 “다행히 코로나 장기화 등으로 억눌렸던 경기 회복 신호가 점차 확인되는 점은 엔-달러 상단을 제약할 요인으로 공존한다”고 전망했다.
엔저 현상이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김찬희 연구원은 "올 하반기까지 엔저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증시 업종별로 피해 가능성이 있다"며 "석유, 철강, 기계, 자동차 등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높은 수준이거나 추가로 확대된 산업"이라고 꼽았다.
이어 "대외 경기 불확실성으로 정부 및 민간 차원의 투자 집행이 지연되는 점 역시 철강, 기계 등 업종의 피해 가능성을 뒷받침한다"고 설명했다. 다만 "전방 수요가 양호한 석유, 자동차 업종은 피해가 제한될 수 있다"며 "석유 산업은 원자재 가격 상승의 수혜를 기대할 수 있고, 자동차는 점진적인 공급망 차질 완화로 공급자의 가격 협상력이 우위에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아직까지 엔저 영향은 크게 우려할 단계는 아니라고 봤다. 엔저의 악영향은 지난 2010년대 초반과 같이 대외 수요 개선이 미진하고, 원화의 차별적 강세가 동시에 충족되는 경우에 국한된다는 것이다.
김찬희 연구원은 “지정학적 위험과 선진국 긴축 가속화 등으로 불확실한 경제 상황이 이어지고 있지만 원화 역시 엔화와 마찬가지로 당분간 강세 전환이 어렵다”면서 “연준발 긴축 가속화 경계로 인한 강 달러,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무역수지 악화 우려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필요하다”고 봤다.
서동영 기자 westeast0@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