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연패 뒤 2연승 질주한 삼성화재 최하위 탈출
고희진 감독 "그동안 너무 힘들었다"
[한스경제=김호진 기자] "선수로서 그렇게 우승을 많이 했을 때도 울지 않았는데, 감독이 되고 꼴찌를 경험하니 우승했을 때보다 더 감정을 콘트롤하기 쉽지 않았다. 선수들은 잘해주고 있는데 못 이기니 감독으로서 죄책감이 많이 들었다."
고희진(42) 삼성화재 감독은 선수 시절인 지난 2003년 팀 유니폼을 입고 꾸준한 활약으로 왕조 건설에 일조했다. 신치용(67) 전 감독 시절인 2007-2008시즌부터 2013-2014시즌까지 7년 연속 우승을 차지할 당시 코트 중앙을 지키며 팬들의 사랑을 받았다. 2016년 은퇴 후 코치로 지도자 생활을 한 뒤 2020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시작은 좋지 못했다. 당시 침체에 빠졌던 팀을 재건해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지만 부임 첫 시즌 6승 30패(승점 26)를 기록하며 최하위로 마쳤다. 두 번째 시즌에 돌입해서는 트레이드, 프리에이전트(FA) 영입 등으로 선수단 변화를 꾀했다. 그러나 시즌을 앞두고 선수단 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확산돼 준비가 늦었다. 올 시즌 전망도 그리 밝진 않았다.
시즌 초반에는 모두의 예상이 빗나가는 듯했다. 지난해 11월 2일 우리카드(3-2 승)를 꺾고 3연승을 달렸다. 2019년 10월 26일 이후 738일 만의 3연승이었다. 기쁨도 잠시. 다시 연패의 늪에 빠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 감독은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손흥민처럼 웃으며 경기하자'고 강조했다.
안간힘을 쏟아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2022년 새해 첫 날 한국전력(1-3 패)전까지 5연패에 빠졌다. 그러다 5일 KB손해보험(3-2 승)전에서 길었던 연패를 끊었다. 그 순간 고희진 감독은 감정에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당시 경기는 정규리그 순위를 결정 짓거나 챔피언결정전 같은 빅매치가 아니었다.
그는 "그날 제 스스로 '이런 눈물이 안 나오게 준비를 잘하자'고 다짐했다. 연패를 끊었다고 눈물을 흘리는 건 아닌 것 같았다. 7년 연속 우승을 했을 때도 안 울었다"며 "이런 식의 연패는 안 당하고 싶다. 선수들은 너무나 잘해주고 있다"고 힘주었다. 9일 대한항공전에서도 고 감독은 선수들에게 박수를 보내며 열정을 불어넣었다. 결국 5세트 혈투 끝에 승리를 거두자 선수들과 함께 펄쩍 뛰었다. 2연승이자 최하위 탈출에 성공했다.
경기 후 고 감독은 "진짜 힘들었다. 남은 현대캐피탈, OK금융그룹전을 잘 마무리하고 싶다. 올스타 브레이크 때 잘 쉬고 남은 5라운드에서 반전을 일으켜야 봄 배구로 갈 수 있다. 이 기세를 이어가겠다"고 다짐했다.
아울러 5연패 뒤의 2연승을 두고 선수들 스스로가 '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가진 데에서 비롯됐다고 밝혔다. "황승빈이 구단 채널과 인터뷰에서 '우리라고 연승을 못 하리란 법은 없다'고 말한 걸 들었다"며 "감독인 저의 입이 아닌 선수들 사이에서 이런 얘기가 나오고 있다는 것은 긍정적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