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해민(왼쪽부터)-박건우-나성범-손아섭. /각 구단 제공
박해민(왼쪽부터)-박건우-나성범-손아섭. /각 구단 제공

[한스경제=김호진 기자]올해 프리에이전트(FA) 시장의 특이점은 '원클럽맨', '프랜차이즈 스타'로 불렸던 선수들의 대거 이적이다. 스토브리그의 낭만은 이미 옛말이라고 하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2년간 적자 운영을 했다던 구단들이 이번 FA 시장에서는 굳게 닫혀 있던 지갑을 활짝 열었다. 올해는 이상할 만큼 과열됐다.

25일 SSG 랜더스가 내년 시즌 후 FA 자격을 얻는 외야수 한유섬(33)과 5년 총액 60억 원 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FA 시장 총액은 26일 기준 937억 원이 됐다. 역대 최고인 2016년 766억2000만 원을 넘어 신기록을 작성했다. 아직도 4명의 선수가 미계약 상태라 1000억 원 시대 개막도 초읽기에 돌입했다.

프로야구 전 구단은 코로나19가 창궐한 지난 시즌부터 재정 악화 직격탄을 맞았다. 무관중 또는 관중 입장 제한으로 수입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FA 총액 446억5000만 원이었다. 올해 역시 지난해와 비슷할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그 전망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미국 생활을 마치고 돌아온 양현종. /KIA 타이거즈 제공

나성범(32)과 양현종(33)을 품은 KIA 타이거즈가 총 203억 원으로 가장 많은 돈을 썼다. 이어 내부 FA 김현수(33)와 외부 박해민(31)을 잡은 LG 트윈스가 총 175억 원, 박건우(31)와 손아섭(33)을 영입한 NC 다이노스가 164억 원, 김재환(33)을 붙잡는 데 성공한 두산 베어스가 115억 원을 각각 지출했다.

구단별 지출 규모도 ‘역대급’이지만, 한 구단에서 오래 활약했던 선수들이 많이 떠난 점도 눈에띈다. 삼성 라이온즈 주전 중견수였던 박해민은 LG와 기간 4년, 총액 60억 원에 계약했다. 두산 간판타자 박건우는 NC행(총 6년·총액 100억 원), NC의 창단 멤버이자 프랜차이즈 스타 나성범은 역대 최고액(총 6년·150억 원)을 받고 KIA 유니폼을 입었다. 그리고 24일 롯데에서만 15시즌(2007~2021년) 동안 뛰었던 손아섭이 4년 총액 64억 원에 도장을 찍고 NC에 새 둥지를 틀었다. 

떠난 이들은 일제히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그동안 응원해준 팬들에게 감사함과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특히 손아섭은 "15년 프로 생활 중 가장 마음이 무거운 날이다"라며 "롯데를 우승시키겠다는 약속을 지키지 못해 죄송하다. 팬들의 성원과 응원 모두 가슴 속에 품고 잊지 않겠다"고 적었다.

이적한 선수를 마냥 비판할 순 없다. FA 계약은 철저히 비즈니스 논리로 좌우된다. 선수의 가치 평가는 몸값에서 나온다. 물론 몸값으로만 이적을 결정할 순 없다. 단지 도전이 좋아 팀을 떠나는 선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FA 시장이 남긴 메시지는 분명하다. '절대'라는 원칙은 사라졌다. 단순히 떠나거나 잔류하거나 둘 중 하나로 직결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깜짝 이적'은 더 많이 나올 것으로 예측된다. 실력과 인기를 떠나 클럽과 선수가 동화를 만드는 '원클럽맨'의 낭만이 있었던 시대는 저물고 있다. '돈'이 세상을 지배하는 오늘날의 현실이 씁쓸함으로 다가온다.

김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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