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김호진 기자] 포워드 최승욱(28)은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의 '식스맨'이다. 그의 소임은 주전 선수들의 체력을 비축하는 것이다. 하지만 최근 팀 내 부상자가 속출하면서 출전 시간을 늘렸고, 그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오리온은 현재 부상 악령에 시달리고 있다. 선발 자원은 물론 백업 멤버들까지 줄부상을 당한 탓에 가용 인원이 부족하다. 외국인 선수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3)가 퇴출됐고, 대체 외인 마커스 데릭슨(25)도 금지약물 적발로 합류가 불발됐다. 홀로 남은 머피 할로웨이(31)가 고군분투 중이다. 또 한호빈(30), 최현민(31), 김강선(35) 등이 부상으로 이탈했다. 어깨 수술 후 재활 중인 이종현(27)까지 포함하면 부상자들로 한 팀을 꾸릴 수 있을 정도다. 24일 울산 현대모비스 피버스와 2차 연장 접전 끝에 승리를 거둬 4연패에서는 벗어났지만, 앞으로가 문제인 듯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벤치에는 '깜짝 승부사' 최승욱이 있었다.
고양 오리온은 26일 오후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정규리그 서울 삼성 썬더스와 홈 경기에서 66-64로 이겼다. 2연승을 질주하며 13승 12패를 기록해 3위 안양 KGC 인삼공사(15승 10패)를 2경기 차로 추격했다.
팀을 승리로 이끈 건 이대성(31)이다. 양 팀 통틀어 최다인 22득점을 퍼부었다. 경기를 끝낸 건 최승욱이다. 그가 주인공으로 선정된 이유는 경기 종료 8.2초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64-64 동점에서 오리온의 공격 성공 여부에 따라 승패가 갈릴 수 있는 긴박한 상황에서 최승욱이 몸을 날렸다. 이승현(29)의 패스를 받은 최승욱은 무서운 속도로 질주한 뒤 자신보다 10cm 이상 삼성의 외국인 선수 다니엘 오셰푸(28)와 마주했다. 거리상 레이업은 힘겨워 보였다. 오셰푸의 블록슛을 피한 그는 기습적으로 점프한 뒤 공을 던졌다. 최승욱의 손을 떠난 공은 백보드를 맞고 그대로 림을 통과했다. 이후 삼성의 마지막 공격이 무위에 그치면서 경기는 오리온의 승리로 끝났다. 이날 단 10분을 뛰고 2득점 1리바운드를 기록한 최승욱이 주인공이 됐다.
경기 후 만난 '승장' 강을준(56) 오리온 감독은 "사실 연장을 갈 것으로 생각하고 최승욱을 투입했다. 당시 상황은 예전에도 연습했던 패턴이다. 예전에는 실패했는데 오늘 그때 생각이 나서 운동 능력이 좋은 (최)승욱을 넣었다. 승욱이가 파울만 얻어도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극적인 득점으로 연결했다"고 설명했다.
수훈 선수로 선정된 최승욱은 "타이트한 상황에서 투입돼 긴장을 했는데, (이)승현이 형과 눈이 마주쳤다. 승현이 형이 저를 믿고 패스를 줄 것 같았다. 공을 몰고 갈 때부터 느낌이 좋았다. 이런 결승 득점은 선수 생활을 하면서 처음이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동아고-연세대를 졸업한 최승욱은 지난 2014년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창원 LG 세이커스의 1라운드 9순위 지명을 받고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운동 능력과 수비력은 좋지만, 공격력이 부족한 탓에 두각을 드러내지 못했다. 2018년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은 그는 LG를 떠나 오리온 유니폼을 입었으나 여전히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LG와 오리온에서 8시즌 동안 266경기(12분58초)에서 평균 3득점 1.3리바운드 0.8어시스트를 기록한 게 전부다.
올 시즌에도 벤치에서 동료들을 응원하던 그는 위기에 빠진 팀을 구하며 해결사로 떠올랐다. 중요한 순간 위닝샷을 터뜨리며 '극적인 승리'라는 크리스마스 선물을 팬들에게 선사했다.
김호진 기자 hoo1006@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