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스경제=최인혁 기자]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의 등장과 이에 따른 국경 봉쇄와 같은 돌발 변수들이 발생하면서 내년 증시에 대한 예측이 혼선을 빚고 있다. 이에 증권시장이 등락을 거듭하며 혼조세가 심해지자 기업 가치와 주가 간에 괴리현상이 나타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또한 이 같은 난관을 극복하고 상승을 이어갈지 의구심마저 일면서 증시는 성장 가능성이 있는 주식에서 실적 대비 저평가된 가치주로 쏠리고 있다.
올 하반기 국내 증시는 미래의 가치를 보고 성장성이 높은 회사에 투자하는 성장주가 강세였다. 반면 실적을 바탕으로 투자하는 가치주는 성장주에 비해 외면을 받았다. 이에 기업의 실적과 주가 간에 괴리현상이 나타나는 종목이 늘었으며 성장주 위주의 투자에서 저평가된 가치주로 이동하는 흐름이 나타났다.
이러한 양상은 성장주인 K-콘텐츠와 가치주인 반도체 종목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K-콘텐츠는 하반기 대표적인 성장주로 증시가 박스권에 머무는 동안에도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방탄소년단(BTS)을 중심으로 확산되고 있는 한류의 인기와 넷플릭스의 드라마인 ‘오징어게임’과 ‘지옥’이 글로벌 시장에서 연이어 흥행하자 K-콘텐츠는 일회성 이벤트가 아닌 세계 문화의 주류가 됐다.
이에 K-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높아져 엔터테인먼트와 드라마 제작 등을 담당하는 회사의 관련 주가는 가파르게 상승했다. 하지만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인 오미크론이 부상하자 상승 가도를 달리던 성장주들이 출렁이기 시작했다. 실적대비 단기간 주가가 많이 상승한 것에 더해 변이 바이러스와 같은 돌발변수가 등장하며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됨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 들었기 때문이다.
여기에 증시에서 성장주의 상승세를 이끌던 테마인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ken)에 대한 실효성 의문이 제기되며 K-콘텐츠 관련 주에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더욱이 지난 2일에는 BTS멤버인 진·제이홉·RM 등이 자신이 속한 기획사인 하이브의 주식을 처분한 사실이 알려지며 K-콘텐츠 관련 주가 고점에 이르렀다는 인식이 높아지고 있다.
반면 하반기 하락을 거듭하던 가치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서서히 반등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3분기 당기순이익은 12조 2933억원을 거뒀다. 2분기 9조 6340억원에 비해 27.6%나 성장했다. 하지만 올해 초 8만 3000원까지 올랐던 주가는 지난 3일, 8.9% 하락한 7만 5600원을 기록했다. 주가와 실적이 반대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이에 삼성전자의 주가와 실적의 괴리율은 32%까지 올랐다.
SK하이닉스도 3분기 당기순이익으로 3조 3153억원을 거둬 2분기의 1조 9845원 대비 67%나 상승했다. 하지만 주가는 연초 12만 6000원보다 6.3% 하락한 11만 8000원을 기록, 주가 괴리율이 22%로 치솟았다.
이처럼 괴리율이 높다는 것은 실제 주가가 실적 등을 바탕으로 설정한 목표가를 하회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이는 곧 주가가 저평가 되고 있다는 의미이며 괴리율이 큰 만큼 상승할 여지가 남아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에 오미크론과 같은 변이 바이러스와 증시의 혼조세가 이어짐에 따라 투자자들의 자본이 불확실한 성장주에서 실적이 증명된 저평가 가치주로 이동하고 있다.
3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기관은 SK하이닉스를 2394억원을 순매수했으며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9425억원치 순매수 했다. 각각 순매수 1순위로, 저평가 됐다고 판단해 가치주 사들이기에 나선 것이다.
반면 하반기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던 제이콘텐트리·스튜디오드래곤·하이브 등의 주식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지난 일주일간 세 곳의 주가는 각각 12.1%, 2.9%, 8%가 하락했으며 거래량도 축소돼 시장의 관심이 성장주에서 가치주로 변하고 있음이 나타났다.
이에 투자업계는 ‘변동성이 커지는 시기엔 실적이 증명된 저평가 가치주에 대한 투자 매력이 상승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금리 인상시기에는 성장주가 약세를 나타낸다”며 “변이 바이러스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테이퍼링이 가속화될 조짐을 보이는 등 증시의 변동성이 높아지는 만큼 가치주에 투자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인혁 기자 inhyeok31@sporbiz.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