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까지 단속 나서…네이버, 카카오 등 협의체 구성 대응
[한스경제=김재훈 기자] 국내 웹툰은 2019년 처음으로 해외 매출 1조원을 돌파한 뒤 큰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특히 ‘이태원 클라스’, ‘D‧P’, ‘지옥’ 등 웹툰을 원작으로 한 드라마까지 글로벌 흥행에 성공하며 K-웹툰 위상은 국내를 넘어 해외 시장까지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국내 대표 웹툰 플랫폼인 네이버웹툰과 카카오웹툰은 세계 만화 시장의 성지로 불리는 미국과 일본 등지에서 1위 자리를 지키며 승승장구하고 있고 마블, DC코믹스에서 협업을 제안할 정도로 성장했다.
하지만 국내 웹툰 영향력이 커짐과 동시에 이를 불법적으로 유통하는 ‘불법 유통 사이트’가 성행하고 있어 큰 문제로 지적받고 있다. 불법 유통 사이트는 국내를 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해외에서도 불법 번역본까지 유통되며 피해 범위는 점차 커지고 있다.
2017년 ‘밤토끼’ 이후 매년 유사 사이트 증가…불법 번역본까지 등장
웹툰 불법 유통이 본격적으로 수면으로 떠 오른 사건은 2017년 국내 최대 불법 유통 사이트 ‘밤토끼’가 등장하고 부터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당시 3개 정도에 머물던 불법 유통 사이트는 107개 수준으로 급증했다. 2018년 밤토끼 운영자가 구속되며 35개로 줄어들었지만 2019년 99개로 또 다시 늘어나며 매년 증가하고 있다.
김승수 국민의힘 의원이 지난 9월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불법 웹툰 신고 건수는 9809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연도별로는 2017년 474건에서 2020년 3844건을 기록하는 등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또한 한국저작권보호원에 사이트 접속차단을 요청한 건수도 2019년 133건에서 2020년 423건으로, 방송심의위원회 차단 결정이 내려진 곳도 109건에서 399건으로 조사됐다.
여기에 국내 웹툰의 글로벌 인기가 높아지며 해외에서도 한국 웹툰을 불법 번역해 유통하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웹툰작가노동조합에 따르면 해외 불법 번역 유통은 스페인,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에서 성행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모두 한국 웹툰이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지역이다.
해외 불법 번역 사이트는 개인 번역가가 SNS 대화방을 운영하며 자신이 웹툰을 번역해 무단으로 올려주는 방식이다. 신고를 통해 대화방을 검거해도 다른 대화방으로 옮겨가기 때문에 해결은커녕 오히려 증식하고 있다.
심지어 이들은 불법 유통을 중단해 달라는 웹툰 작가들에게 조롱과 욕설 등 2차 가해를 가하는 등 뻔뻔한 모습을 보인다. 이들의 논리는 ‘자신들이 번역해 유포하니 웹툰이 더 유명해졌다’라는 것이다.
문체부, 인터폴 공조 수사…국내 대표 7개 웹툰사 본격적 대응
한국콘텐츠진흥원 ‘2020 웹툰 사업체 실태조사’에 따르면 웹툰 불법 유통 잠재 피해 규모는 합법적 시장 규모 10배 이상인 약 6조6660억원에 이른다. 불법 유통이 점차 확대되자 결국 정부까지 나서며 사태 해결에 나서고 있지만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빠른 해결은 힘들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경찰청과 함께 단속에 나서고 최근 인터폴과 공조 MOU를 맺는 등 해외까지 수사력을 확대하고 있다. 문체부 관계자는 “점차 불법 사이트들이 해외 서버를 두고 운영되는 등 범죄 양상이 광범위해지고 있다”며 “현재 저작권 전담팀 구성, 인터폴 공조 등 수사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불법 사이트를 검거해도 서버와 운영자가 각기 다른 국가에 위치하는 등 수법이 복잡해졌고 수사 인력도 부족한 편이라 빠른 해결에는 시간이 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불법 유통 문제에 소극적이 었다는 지적을 받은 국내 대표 웹툰사들도 불법 유통 근절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네이버웹툰, 카카오엔터테인먼트를 비롯해 레진엔터테인먼트, 리디, 키다리스튜디오, 탑코, 투믹스 등 7개사는 지난해 10월 웹툰불법유통대응협의체(웹대협)을 출범시켰다.
웹대협은 지난달 30일 문체부와 협의를 통해 대대적인 웹툰 불법 유통 근절 캠페인을 시작했다. 캠페인 사이트를 함께 오픈하고 웹툰을 사랑하는 국내외 웹툰 독자와 창작자들의 공감대를 바탕으로 웹툰 산업을 위협하는 불법 유통을 뿌리 뽑겠다는 목표다.
웹대협 관계자는 “웹툰 불법 유통은 창작자들에게 심대한 피해를 끼치고 글로벌 콘텐츠로 자라나는 웹툰 산업의 근간을 위협하는 문제”라며 “캠페인을 통해 독자들과 불법 유통의 심각성에 관한 깊은 공감대를 쌓고 이를 바탕으로 창작자들의 권리를 지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펼쳐 나가겠다”고 말했다.
김재훈 기자 rlqm93@sporbiz.co.kr



